도로 한복판에 삐딱하게 세워진 채 길을 막고 있는 차량 한 대, 그 뒤로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서있는 또 다른 무수한 차량들, 운전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비켜달라며 클락션을 연신 울려댄다. 바빠 죽겠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민폐인가 모르겠다. 직접 보지 않아도 어떤 상황일지 너무 뻔했다. 빨리 벗어나고픈 뒷차 운전자들 입에서는 거친 욕지거리가 한 바가지씩 쏟아져 나왔을 게 틀림없다. 그런데 잠시 후 세워진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다가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 누군가가 다쳤는지 한 사람은 다친 이를 부축하며 차에 태우고 있었고, 어머니로 보이는 듯한 또 다른 한 사람은 곁에서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짓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이 모습을 본 뒷차량들의 클락션 소리는 그제서야 잦아들기 시작한다. 이렇듯 나름의 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