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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도로 한복판에 삐딱하게 세워진 채 길을 막고 있는 차량 한 대, 그 뒤로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서있는 또 다른 무수한 차량들, 운전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비켜달라며 클락션을 연신 울려댄다. 바빠 죽겠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민폐인가 모르겠다. 직접 보지 않아도 어떤 상황일지 너무 뻔했다. 빨리 벗어나고픈 뒷차 운전자들 입에서는 거친 욕지거리가 한 바가지씩 쏟아져 나왔을 게 틀림없다. 그런데 잠시 후 세워진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다가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 누군가가 다쳤는지 한 사람은 다친 이를 부축하며 차에 태우고 있었고, 어머니로 보이는 듯한 또 다른 한 사람은 곁에서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짓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이 모습을 본 뒷차량들의 클락션 소리는 그제서야 잦아들기 시작한다. 이렇듯 나름의 사정..

순환경제 시대가 온다

얼마 전 지구가 6번째 대멸종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하고선 다소 놀랐다. 인간의 과욕이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고, 이는 결국 돌고 돌아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일종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후 공중파나 케이블 가릴 것 없이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 방송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쏟아지고 있다. 물론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JTBC '다큐 플러스'에서는 '순환경제 시대가 온다'편을 통해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고 소비하는 제품들로 인해 지구가 비명을 지르고 있고, 어느덧 한계에 봉착,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이며, 일본의 사례를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제품들은 대개 각기 다양한 양태로 이쁘게 포장되어 있기 ..

그냥 저냥 2018.10.28

'기계 윤리'가 도리어 윤리적이지 않은 이유

태풍 '위투'의 영향으로 사이판에 발이 묶인 우리 관광객과 교민을 긴급 이송하기 위해 군 수송기 C-130이 동원됐다는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하지만 해당 수송기는 한 번에 최대 114명의 인력만 이송 가능한 까닭에 1800명가량이 국내로 들어와야 하는 이 긴박감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이들을 먼저 이송해야 하는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노약자를 우선 이송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는 대체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으로, 이러한 도덕적 판단에는 갈등 내지 문제점이 들어설 여지가 딱히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흔히 농담 삼아 이야기하곤 하는 것인데, 만약 부모님과 아내, 혹은 자녀와 아내가 동시에 물에 빠졌다고 가정해보자. 안타깝..

생각의 편린들 2018.10.27

하마터면 남들처럼 살 뻔했다

‘퇴준생’이라는 신조어의 탄생 배경에는 ‘퇴사하겠습니다’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의 영향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녀에게는 그날이 그날 같은, 매일 반복되는 회사생활이 언젠가부터 지겹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특히 30대 후반에 이르자 조직 내에서 중견 직원 대접을 받게 되면서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관리자의 위치라는 회사 내 역학 구도를 고려, 처신과 정치가 필요해진 것도 그녀를 피곤하게 하는 요소였다. 즉, 일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일 이외의 요소들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건 그녀에게는 고역이었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건 사직서를 가슴에 품은 채 언제든 이를 제출하고 회사로부터 영원히 탈출을 꿈꾸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도리어 조직 생활이 즐..

스무 살 청년 송유근을 응원합니다

송유근의 근황이 소개됐다. SBS 스페셜 527회 '천재소년의 자화상 스무 살, 송유근'편을 통해서다. 어릴 적부터 그에게 쏟아진 과도한 관심은 사실상 한 사람의 삶에 있어 약보다는 독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평범하지 않은 재능만큼이나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 어린 학생 혼자서 이를 오롯이 감당하기에는 그 짐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거운 성질의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논문 표절 논란과 박사 학위 취득 실패 이후 그는 약 3년 동안 성장통을 앓아야 했다. 대중들은 그에 대해 품었던 기대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실패에 대한 혹독한 매질과 함께 진짜 천재가 맞느냐며 따가운 의혹의 눈초리를 쏟아냈다. 과정보다 결과를 더욱 중요시여기는 일종의 사회적 관행의 연장선이었다. 대중들은 그를 좀처럼 가만히 놔두지를 ..

그냥 저냥 2018.10.23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분노하셨다고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한 청년이 잔혹하게 살해되어 전 국민을 공분케 했다. 여론 덕분인지 해당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22일 전격 공개됐다. 피의자에 대한 더욱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청원글은 22일 오전 현재 80만을 훌쩍 넘으며 역대 최다 청원 기록을 갱신 중이기도 하다. 인기 연예인들까지 나서서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만큼 지금 같은 기세라면 100만 돌파는 시간 문제일 듯싶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왜 이토록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걸까? 피해자는 PC방을 찾은 피의자의 서비스 요구에 충실히 응했으나 괜한 트집을 잡아 시비를 걸었고, 결국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정상적인 감정과 사고회로를 지닌 사람이라면 기껏해야 말다툼 수..

생각의 편린들 2018.10.22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 재앙이 되다 '일요 특선 다큐멘터리'

지구가 6번째 대멸종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4억 5000년 동안 지구는 모두 5차례의 환경 변화에 따르는 동식물 멸종을 경험했으며, 그 때마다 진화를 통해 살아남은 새로운 종이 이를 대체해왔으나 현재 진행 중인 6번째 대멸종은 인간이 주 요인인 까닭에 속도가 너무 빨라 진화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형국이라 합니다. 과욕의 산물인 환경오염 탓입니다. 이러한 대멸종의 첫 신호는 올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지금보다 기온이 1.6도 상승하면 지구 생명체의 18%가 멸종하고, 3.5도 오를 경우 해수면의 높이가 7m 상승하며, 6도 이상 오르면 대멸종의 조건이 완결돼 마침내 인..

그냥 저냥 2018.10.21

치유와 위안으로 다가오는 초거대 반려견

현대인들은 유독 개를 좋아합니다. 반려견 인구가 천만을 넘어섰노라는 통계가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합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예뻐서 그럴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으나, 예쁘기로 치자면 개보다 빼어난 동물들이 훨씬 많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것만으로 작금의 현상을 설명하기엔 조금 부족한 듯싶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얼까요? 사람처럼 배경이나 조건을 저울질하고 상대를 가려가며 대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지 소녀 옆에 앉아 물끄러미 시선을 맞추는 초거대 반려견의 모습으로부터는 왠지 위화감이나 이질감 따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니 무언가 고민거리를 안고 있을 법한 소녀 앞에서 귀를 쫑긋 세운 채 바라보는 반려견의 진지한 모습은 어쩐지 소녀뿐 아니라 우리의 고민까지 무엇이든..

미르의 전설 2018.10.20

첫 발자국을 향한 인간적인 고뇌 '퍼스트맨'

연신 삐그덕거리는 소리에 덜덜 거리기까지 하는 좁아터진 동체, 이곳에 탑승한 사람은 제아무리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 해도 온전하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온몸이 혹사를 당하기에 꼭 알맞다. 이 동체엔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이라는 인물이 탑승해 있다. 동체는 다름 아닌 우주선이며, 일순간 대기권을 벗어나자 그제서야 막간의 평화가 찾아온 듯 진동과 온갖 소음이 일시에 멈춘다. 그와 동시에 조그맣게 난 창 밖으로는 푸른 행성 지구의 경이로운 풍경이 닐의 눈앞에 활짝 펼쳐진다. 때는 바야흐로 1960년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대 진영의 대표 주자격인 미국과 소련의 패권 경쟁이 점입가경에 이르던 시기이다. 이들의 경쟁은 어느덧 우주라는 외연으로까지 확장됐다. 하지만 미국은 번번이 소련에 뒤처지며 자존심을..

카카오 카풀과 택시 업계의 갈등, 어떻게 봐야 하나

지난 2016년은 미래 예측과 관련하여 상당히 의미심장한 해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세계 최고 기업의 타이틀이 4년 6개월 만에 애플에서 구글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아이폰의 신화에 힘입어 시가총액 세계 1위의 기업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애플이 그 지위를 플랫폼 기업인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에 넘겨준 것이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카카오가 카풀 기사를 모집하겠다고 하자 관련 업계, 그러니까 택시 업계가 집단 반발에 나섰다. 18일 새벽 4시부터 택시들이 운행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카카오가 선보이게 될 카풀은 승용차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이때 운전자는 소정의 운송료를 지급받게 된다. 택시 업계가 민..

생각의 편린들 2018.10.18

집밥이 품고 있는 고유한 성정 '대장금이 보고 있다'

집밥에는 그것 만이 지니고 있을 법한 고유한 성정이란 게 담겨 있다. 영혼 없는 온갖 인스턴트 음식이 활개를 치고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외식이 주가 되는 식생활 패턴 속에서 요리를 직접 만드는 당사자의 손맛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는 점은 물론, 얼굴조차 마주치기 어려운 데다가 말을 섞기는 더더욱 힘들 만큼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가족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얼굴을 맞대며 식사를 하게 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 11일(목) 밤 11:00에 첫 방송된 MBC 예능드라마 '대장금이 보고 있다'는 바로 이 집밥에 포인트가 있다. 조선 중종 시절, 뛰어난 미각과 손맛으로 이름을 떨쳤던 대장금의 후손인 절대 미각의 소유자 한산해(신동욱), 절대 후각의 진..

그냥 저냥 2018.10.17

맘카페의 마녀사냥 그리고 맘충

경기도 김포의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 하나로 인해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텍스트가 날카로운 흉기로 돌변,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이 이 비극의 단초 역시 사실 별것 아닌 대목에서부터 비롯됐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사실인 양 인터넷에 떠벌리고, 해당 글을 본 카페 회원들이 흥분하여 피해자를 비난하다가 마침내 신상을 털어 이를 퍼나르기하면서 마녀사냥에 나선 결과물이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더욱 진가가 발휘된다는 SNS 등의 소통도구, 이들을 배경으로 촘촘하게 얽힌 초연결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근래 이러한 과정은 안타깝게도 아주 흔한 루틴이 돼버렸다. 확인되거나 검증되지도 않은 사실을 자극적..

생각의 편린들 2018.10.17

배우 김희선이 아름다운 건 외모 때문이 아니다

배우 김희선은 아름답다. 비단 외모가 출중해서가 아니다. 한 사람의 배우자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대한민국의 직업인으로서, 아울러 무엇보다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그 자체만으로 그녀는 충분히 아름답다. 그런데 언론 매체의 시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그녀가 마치 '안티 에이징'의 대명사 쯤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눈치이니 말이다. "김희선 ‘나인룸’ 촬영중 섹시美 폭발, 43세에도 리즈미모 경신" 한 매체가 뽑아낸 오늘자 기사 제목이다. 젊음을 추구하고 아름답고자 하는 욕구는 죄가 될 수 없다.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운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시선이 따라가는 건 본능에 가까운 일이며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노릇이니, 누구에게나 젊음을 예찬하는 행위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

생각의 편린들 2018.10.15

무대가 아닌 순례길 위에 선 GOD '같이 걸을까'

오랜 친구와의 트래킹 여행을 표방하는 JTBC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같이 걸을까'가 지난 11일 첫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god의 다섯 멤버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도전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장도에 오르기 전 사전 모임을 가진 god 멤버들은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한 탓인지 처음에는 무언가 어색해하고 서먹해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스페인 현지에 도착, 여장을 풀고 본격적인 트래킹 준비에 들어서자 20년 지기 멤버들 간의 오랜 우정은 금방 되살아났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멋지게 어우러진 순례길의 시작점 레온은 옛스러움을 간직한 전통적인 유럽 도시다웠다. 멤버들 각자가 카메라에 이의 흔적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을 정도로 말이다. 이들은 광장과 마주하고 있는 탓에 무척이나 아름다..

그냥 저냥 2018.10.14

전자책 월정액 서비스, 어디가 좋을까?

무더위에 지쳐 기진맥진하던 때가 불과 엇그제 같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급작스레 기온이 낮아졌다. 물론 책읽기에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때마침 전자책 서점들이 일제히 월정액 대여 서비스 경쟁에 나섰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먼저 포문을 연 건 '리디북스'다. 한 달 동안 무료로 베스트셀러를 무제한 읽을 수 있는 '리디셀렉트'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인 YES24도 비슷한 개념의 'YES24 북클럽' 베타 서비스를 9월 말 즈음부터 제공하기 시작했다. 정식 서비스는 11월 오픈 예정이며, 10월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들 전자책 서점들이 공격적인 서비스에 나서자 국내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의 원조격인 '밀리의 서재'..

그냥 저냥 201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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