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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연장, 재앙일까 축복일까..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

자식을 출가시키고 대구에서 홀로 살아가는 85세 할머니 말임(김영옥).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집 옥상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다가 그만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한쪽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큰일이 날 뻔한 낙상 사고였다. 급히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말임. 때마침 고향집으로 내려온 아들 종욱(김영민)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김에 얼마간 치료를 더 받고 완벽하게 나은 뒤 퇴원하길 바랐으나 꼬장꼬장하기 짝이 없는 말임은 이러한 아들의 바람 따위는 나몰라라한다. 결국 아직 온전치 않은 몸으로 퇴원 길에 나선 말임, 그리고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요양보호사를 고용하게 되는 종욱. 요양보호사 미선(박성연)과 말임의 인연은 이렇게 싹이 튼다. 영화 는 홀로 남겨진 85세 할머니..

테러 울렁증 앓는 미국 사회의 민낯.. 영화 '모리타니안'

변호사 낸시(조디 포스터)에게 어느 날 동료로부터 다급한 요청이 들어온다. 아프리카 서북부에 위치한 국가 모리타니 출신의 한 남성이 사라진 지 수 년이 지났으나 행방이 묘연하다면서 그의 어머니로부터 9.11 테러 용의자들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낸시의 확인 결과 행방불명된 인물은 슬라히(타하르 라임)로 밝혀진다.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슬라히는 기소는 물론 재판 절차도 없이 미국 정부에 의해 관타나모 수용소에 6년 동안 강제로 수감돼왔다. 9.11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테러 용의자는 그 어떤 영역에서도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기피 대상 1호로 꼽힌다. 그러나 신념이 뚜렷한 변호사 낸시..

모름지기 식구란.. 영화 '남매의 여름밤'

서울 변두리에서 살아가던 아빠(양홍주)와 옥주(최정운), 동주(박승준) 남매가 이사를 가게 된 건 어느 여름날의 일이다. 이들의 목적지는 서울 근교에 위치한 할아버지(김상동)의 집이었다. 경승합차 다마스에 짐을 모두 싣고 세 사람이 탈 수 있을 정도로 이삿짐은 아주 단촐했다. 웬만한 것들은 모두 버리고 온 덕분이다. 할아버지의 건강 상태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단순히 걷거나 말하기만으로도 힘겨워했다. 아빠는 아이들의 여름방학 기간 동안만 이곳에서 머물 것이라고 했다. 며칠 뒤 아이들의 고모(박현영)가 할아버지의 집을 찾는다. 남편과 갈등이 빚어져 한동안 이곳에 머물겠단다. 세 식구, 그리고 고모의 합류까지. 그동안 할아버지 혼자 쓸쓸히 지내오던 넓은 2층 양옥집은 이들로 인해 모처럼 복닥거리며 활..

조직적인 연대만이 살 길.. 영화 '바쿠라우'

가까운 미래, 브라질 동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바쿠라우. 최근 이곳에서는 이상한 일이 잇따라 발생한다. 정확히는 족장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나서부터다. 마을에 도착한 식수차가 총탄에 의해 훼손되고, 밤사이 농장을 뛰쳐나온 말 수십 마리가 마을을 활보하는 일이 벌어진다. 말들을 해당 농장에 돌려주기 위해 마을 주민 두 명이 나서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외지인에 의해 무참히 살해 당하고 만다. 알고 보니 해당 농장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쑥대밭이 된 뒤였다. 또 다른 시신들이 농장 주변에 널부러져 있었다. 바쿠라우는 철저히 고립된 지역이다. 댐의 가동을 전면 중단시켜 마을의 물 공급을 원천 차단했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필요할 때마다 식수차를 통해 최소한의 물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경제..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영화 '캐논볼'

군복무 중이던 형이 병영 내에서 살해됐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현우(김현목)는 실의에 빠진다. 장례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하교 중이던 현우에게 누군가가 접근해온다. 취재기자였다. 형을 죽음으로 내몬 총기 사건과 관련하여 인터뷰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기자가 무심코 내뱉은 발언 하나가 현우의 귓속으로 들어와 콕 박힌다. 총기 사건의 가해자 가족이 현우와 근거리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가 언급한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현우의 곁에서 늘 함께해온 사람이었다. 여느 때처럼 등교한 현우. 교내에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장면 하나를 목격하게 된다. 경찰관들이 담임교사인 연정(김해나)을 둘러싸고 대화하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미래가 없는 세상이란.. 영화 '아주 작고 완벽한 것들의 지도'

천방지축 어느 방향으로 튀어오를지 예단하기 어려운 10대 소년 마크(카일 앨런). 그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시간 감옥이란 곳에 갇힌 뒤였다. 이른바 타임 루프라 불리는 늪에 빠진 것이다. 눈을 뜰 때마다 그가 마주해야 하는 건 매일 똑같은 형태의 하루였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16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같은 하루를 맞이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 아침마다 자신의 침대 위에서 눈을 뜨자마자 그에게 여지 없이 들려오는 건 엄마의 승용차 크락션 소리였다. 반복되는 하루, 똑같은 상황과 사건의 연속. 이는 한창 혈기왕성한 10대 소년의 취향에는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현실이다. 10대 소년에게 일정한 루틴을 반복해야 하는 것처럼 지루한 일은 없다. 단조로움이라는 단어와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았던 마..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삶..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배우 겸 연출가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와 극작가로 활동 중인 그의 아내 오토(키리시마 레이카)가 살아가는 방식은 여느 부부와 다름없다. 밖에서는 일에 몰두하고 가정에 복귀하면 사랑을 나누는 등, 서로를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점을 빼고선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후쿠는 업무차 출장길에 나선다. 하지만 악화된 기상 탓에 일정이 변경되어 급히 발걸음을 돌리게 되는 가후쿠. 그가 집에 도착하자 이러한 사정을 알 리 없는 아내가 때마침 어떤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아내의 외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가후쿠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다. 하지만 사건 당시에는 물론, 이후에도 이를 전혀 내색하지 않는 그다. 가후쿠는 평소와 다름 없이 일하고 또 사랑을 나눈다. 늘 그래왔듯이 겉으로는 지..

강물 빛과 체념의 빛.. 영화 '비가 그친 후'

대학원에서 연구 조교로 근무 중인 유키스케(나가노 타이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연구실로 매일 오가는 길에 위치한 붕어빵 집을 방문하는 게 그에겐 하루의 일과다. 무엇보다 이 집의 붕어빵은 맛이 매우 빼어났다. 만드는 이의 정성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가 이곳을 벗어나지 못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붕어빵 집 주인장 때문이었다. 코요미(에토 미사)라 불리는 아가씨였는데, 밝고 친절한 그녀의 매력에 유키스케는 저도 모르게 빠져들고 만다. 그녀가 쉬는 날이면 맛있는 붕어빵을 먹지 못 한다는 아쉬움보다는 그녀를 볼 수 없다는 허전한 감정이 더 크게 밀려왔다. 코요미 역시 자신이 정성껏 만든 붕어빵을 매일 구입하여 맛있게 먹어주는 청년 유키스케가 싫지는 않은 듯했다...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스릴러물.. 영화 '키미'

인공지능 스피커 '키미'를 개발한 '아믹달라', 이 회사는 기업 공개를 코앞에 둔 상황이다. 키미는 기존의 인공지능 제품들과 달리 알고리즘에 의존하지 않은 채 사람이 일일이 개입하여 제품의 품질을 키워왔다. 소통 오류 신호를 포착, 이를 개선함으로써 키미의 이해력을 증진시키는 방식이다. 아믹달라 소속 직원인 안젤라(조 크라비츠)가 담당하는 직무는 다름 아닌 이 음성 데이터의 스트림 분석이다. 그녀의 작업은 주로 집에서 이뤄진다. 가전제품뿐 아니라 전력으로 작동되는 집안의 웬만한 편의시설들은 인공지능 스피커 키미에 연동되어 간단한 문장 몇 마디만으로도 조종이 가능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키미의 오류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스트림 분석에 나선 안젤라. 잡음이 겹겹이 쌓인 소리 틈 속에서 예사롭지 않은 목소리..

살아남은 자의 고통.. 영화 '살아남은 아이'

유난히 무더웠던 어느 여름 날, 친구들과 함께 물놀이를 간 아들 은찬이가 물에 빠진 친구 기현(성유빈)을 구한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로부터 1년 뒤 은찬은 의사자로 선정된다. 시간이 약이었을까. 성철(최무성)과 미숙(김여진)은 자식을 잃은 부모라면 으레 겪어왔을 법한 충격과 고통에서 차츰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한 상황이었다. 문득문득 솟구치는 분노와 아픔까지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에 비해 슬픈 감정은 많이 잦아든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철은 은찬의 생명을 대가로 목숨을 건진 기현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기현은 부모 품을 벗어나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혼자 살아가는 중이었다. 도배 업체를 운영하는 성철은 어린 기현이 짊어진 고단한 현실이 안쓰러웠는지 그에..

책으로 엄혹한 현실 버텨낸 소녀.. 영화 '책도둑'

1938년 2월, 동생과 함께 기차를 이용하여 입양길에 오른 리젤(소피 넬리스). 이동 도중 동생이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그녀는 홀로 한스(제프리 러쉬)와 로사(에밀리 왓슨) 부부 가정에 입양된다. 외톨이가 된 리젤에겐 낯선 환경과 마주하는 현실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특별히 양부모와의 관계가 염려스러웠다. 다정다감한 한스와는 달리 양어머니 로사는 까칠하기 짝이 없었던 까닭이다. 그녀는 늘 불만과 짜증 섞인 말투로 리젤을 다그치기 일쑤였다. 리젤은 글자를 미처 익히지 못했던 까닭에 학교 생활마저 힘겨웠다. 또래들이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바보라 놀리며 못살게 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편이 되어준 친구가 있었던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루디(니코 리에르쉬)가 바로 그 친구였다. 루디는 리젤이 ..

엄마와 아빠 중 한 사람을 택해야 한다면.. 영화 '흩어진 밤'

9살 소녀 수민(문승아)이네 가정은 요즘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뒤숭숭하다. 별거 중인 엄마(김채원)와 아빠(임호준)가 아예 이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최근에는 집을 보겠다며 찾아오는 낯선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집을 처분하기 위해 부동산에 내놓은 까닭이다. 별거 중인 아빠는 일주일에 한 차례 가족을 만난다. 물론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요즘 수민이의 최고 관심사는 간식도, 드론도 아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게 될 경우 자신과 오빠(최준우)의 거취 문제가 가장 궁금하다. 부모님의 말씀대로라면 총 3가지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엄마가 자신과 오빠를 모두 양육하는 경우가 하나 있겠고, 엄마와 아빠가 자신과 오빠를 각각 한 명씩 맡아 양육하는 경우가 그 나머지다. 즉, 엄마와 수민, ..

사회적 편견에 맞선 여전사.. 영화 '섀도우 클라우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던 날 밤의 일이다. 임무 수행을 위해 이륙 준비 중이던 연합군 소속 폭격기에 느닷없이 한 여성이 탑승한다. 그녀는 자신을 공군 장교 개리(클레이 모레츠)라 소개하면서 기밀이 담긴 물건을 급히 수송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따르는 중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그녀의 탑승은 애시당초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승무원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난감했다. 하지만 당장 이륙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 지휘부는 폭격기 하단에 위치한 볼 터릿에 일단 그녀를 태우기로 결정한다. 터릿에 홀로 갇힌 개리. 폭격기 내부에서는 그녀를 둘러싸고 승무원들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때였다. 폭격기 동체 밖을 유심히 살피던 개리의 눈에 감지되는 이상한 물체. 영화 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

진정한 소울 푸드란.. 영화 '맛있는 영화'

계약직 직원 송이(정연주)는 재직 중이던 회사와의 재계약 불발로 백수 처지가 된다.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다. 그날도 이런 고민 속에서 냉장고 문을 활짝 열었다. 마침 탄산음료가 똑 떨어졌다. 이를 구입하기 위해 무작정 밖으로 나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옛 친구 훈이(조현철)를 만나게 되는 송이, 간만에 밥 한 끼 같이 먹자며 의기투합한다. 그렇게 하여 나선 한밤중 먹거리 투어. 전설의 쌀국수 집을 찾기 위한 그들의 짧은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학 입시 합격자 발표의 날, 합격을 확인한 예니(손주현)는 뛸 듯이 기뻤다. 어려움을 이겨낸 스스로가 대견했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엔 기쁨을 함께 나눌 친구가 없었다. 함께 입시를 준비한 상혁(신재휘)이 유일했다. 예니와는 달리 상혁..

편향된 믿음의 위험성.. 영화 '언포기버블'

경관 살해 혐의로 형무소에서 20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된 루스(산드라 블록). 그녀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차가웠다. 여성에게는 흔치 않은 목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전과 기록은 번번이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관(롭 모건)이 알선해준 수산물 가공 공장에서 생선 다듬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건 그나마 천운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경관 살해 장소였던 과거 그녀의 집을 다시 찾게 된 루스는 현재 집 주인이자 사회적 약자에게 무료 변론을 해온 존(빈센트 도노프리오) 변호사와 맞닥뜨리게 된다. 알고 보면 이 또한 천운이다. 루스는 존의 질문에 횡설수설 답하고, 존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하는 그녀를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