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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가 죽었다> vs <드라이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와 는 닮은꼴이다. 장르가 스릴러라는 점에서 그렇거니와 근래 한창 상종가인 유튜버라는 직업인을 주연으로 내세운 점도 그렇다. 동일한 장르이다 보니 극의 전개 과정이나 전체적인 얼개도 엇비슷하다. 약간은  비대칭의 데칼코마니라고 할까.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는 묘한 취미를 갖고 있다. 집주인 혹은 임차인이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세를 놓기 위해 자신에게 맡겨 놓은 열쇠를 이용하여 타인의 삶을 훔쳐보곤 한다. 구정태의 관음증은 관찰 대상의 폭이 넓다. 직무상 접하는 주택뿐 아니라 특별히 관심이 닿는 사람에게까지 그만의 예민한 촉수를 몰래 뻗곤 한다. 인기 유튜버 한소라(신혜선)도 그의 관심권 안에 들어왔다. 선행 컨셉으로 한창 인기몰이 중인 한소라. 구정태는 문득 그녀의 실체가 ..

한 인터뷰어의 성장기... 도서 <태도의 언어>

는 성장기다. 기자라는 직업인으로 성장해 오면서 저자가 느꼈던 무수한 감정이나 생각의 조각들을 태도라는 꾸러미 안에 차곡차곡 쟁인 뒤 예쁘게 포장하여 진열대 위에 올려놓은 도서 상품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많고 많은 단어 중에 왜 하필 '태도'에 필이 꽂힌 걸까. 태도란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는 그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를 일컫는다. 책 안에는 그녀가 그동안 기자로서, 인터뷰어로서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임해 왔는지 오롯이 담겨 있다. 큰 맥락으로 볼 땐 기자와 동일한 직업 범주에 속하겠지만, 저자는 특별히 인터뷰어로서의 김지은을 좀 더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구든 특정 분야에서 오랜 시간 몸 담다 보면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 번쯤 심각한 고민에 빠져드는 ..

공감해 주는 단 한 사람이 필요한 이유... 도서 <당신이 옳다>

학교에서 친구와 싸운 뒤 교사로부터 혼이 난 아이에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며 충고한 엄마. 그러자 아이는 이렇게 말했단다. "엄마는 그러면 안 되지, 내가 왜 그랬는지 물어 봐야지. 선생님도 혼내서 얼마나 속상했는데, 엄마는 나를 위로해 줘야지. 그 애가 먼저 나에게 시비를 걸었고 내가 얼마나 참다가 때렸는데, 엄마도 나보고 잘못했다고 하면 안 되지." 칠칠맞게도 이 대목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 내 두 눈에서는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왜일까.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의 사연이지만, 아이 둘을 키웠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나도 저렇게 행동했을 텐데, 어쩌나'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었으리라. 아이들이 다 커버렸으니 이젠 이를 만회할 기회조차 없다. 아니면 문득, 비슷한 상황에서 부모님께 혼나거나 충고를 들었..

글은 무엇보다 강하다... 영화 <9명의 번역가>

베스트셀러 시리즈물인 '디덜러스'의 마지막 편이 완성되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아 총괄 지휘에 나선 에릭(랑베르 윌슨)은 해당 도서를 총 9개의 언어로 번역하여 전 세계에 동시 출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영어, 독일어, 중국어 등 각기 다른 언어 번역가 9명이 긴급 공수되어 프랑스 모처로 불러들여진다.  번역가들이 머무르게 될 공간은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일종의 밀실. 러시아 국적 보안 요원들에 의한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내부 직원들의 촘촘한 감시 활동까지 더해진 통제 시스템 속에서 번역가들은 두 달 동안 숙식을 하며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도서 내용의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던 어느 날, 에릭의 휴대폰으로 메시지 한 통이 배달된다. '수 시간..

진실이라는 모호함.. 영화 <유코의 평형추>

유코(타키우치 쿠미)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3년 전 발생한 여고생 괴롭힘 자살 사건 관련 다큐를 제작 중이다. 당시 한 여고생과 교사의 잇따른 죽음이 일으킨 파장은 컸다. 학교의 섣부른 대응과 언론의 그릇된 보도 관행, 여기에 무분별한 SNS 퍼나르기까지 더해지면서 이미 숨진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가해자의 가족 등 또 다른 피해자까지 양산됐다. 이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평소 진실을 추구해 온 유코. 그녀는 사건 이면에 내재된 폭력적 실체를 카메라 앵글에 담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녀는 세상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 죽여 살아가는 가해자의 가족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절절한 사연에 귀 기울이고, 취재 방향성에 대해 사사건건 트집 잡는 방송국과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등 나름의 신념을 지키기..

맨몸으로 불의에 맞선 소녀..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

학교를 그만두고 세상에 마치 저 혼자만 존재하는 양 거친 방식으로 살아온 혜영(김혜윤)에게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 그녀의 아버지 본진(박혁권)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내용이다. 본진은 며칠 전에도 일하던 도중 화상을 입었던 터라 혜영의 가슴은 다시 한 번 철렁 내려 앉는다. 다급히 병원을 찾은 혜영. 그녀가 맞닥뜨린 건 의식을 잃은 채 병원 침대 위에 무심히 누워 있는 본진의 몸뚱어리였다.  사고 피해자들이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해 오는 상황. 평소처럼 악다구니를 써가며 과한 몸짓으로 이 상황을 벗어나려 애써 보지만 혜영 스스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마냥 이럴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혜영과 본진 그리고 동생 혜적(박시우)의 보금자리이자 본진이 운영해오던 중..

풀꽃시인의 행복하게 사는 법.. 도서 <나태주의 행복수업>

고향인 충남 서천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공주에서 문학관을 운영하며 풀꽃을 가꾸고 살아가는 시인. 이른바  '풀꽃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나태주다. 그는 1945년생, 우리 나이로 올해 여든살이다. 조급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향해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말라던, 예쁘지 않은 너에게도 어여쁘다며 진정으로 응원해 주던 노시인을 인터뷰어 김지수가 만났다.  도서 은 작가이자 인터뷰어인 김지수가 2023년 2월부터 5월까지 매주 한 차례 충남 공주의 풀꽃문학관을 찾아 나태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눈 대화를 써내려간 에세이이자 여행기다. 두 사람이 나눈 정겨운 대화는 새초롬하게 내민 봄의 햇살처럼 풋풋하고 따사롭기 그지없다. 긴장으로 굳게 닫혀 있는 독자의 몸과 마음의 빗장을 스르르 열리게 해 줄 것이다. 나태주 시..

MBC <PD수첩> '허경영 왕국-하늘궁의 영업 비밀'편

허경영의 이름 석자를 쓰면 모든 병을 낫게 해 준다는 이른바 기적의 우유 '불로유'. 지난 해 4월 이 우유를 마신 한 80대 남성이 배탈이 나 결국 사망했다. 당뇨 외에 특별한 질환이 없던 그였기에 파장이 크다. 올 2월, 허경영씨는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22명의 전 지지자에게 고소를 당했다. 4월에는 이와 관련하여 압수수색도 받았다. 대중들에겐 기행을 일삼거나 유쾌한 정치인으로 기억되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그는 불과 수년 만에 재산을 6배 이상 불렸고, 정치인, 인기 강연자에서 더 나아가 어느덧 메시아 혹은 신인(神人)으로 추앙받는 인물로 거듭나고 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였으며, 지금처럼 세력을 급속히 확장할 수 있었을까? 허경영의 실체를 지난 4일 MBC에서 방송된 ..

생각의 편린들 2024.06.05

이 가냘픈 소년이 걷는 터널 끝엔 무엇이 있을까.. 영화 <검은 소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훈(안진호)은 작가가 꿈이다. 그에겐 소박한 바람 하나가 있다. 생이별 중인 엄마 소연(윤유선)이 자신의 곁에 머물면서 좀 더 자주 보게 되는 일이다. 훈은 틈만 나면 공중전화부스로 향했다. 소연과 통화하기 위해서다. 아빠 무진(안내상)의 눈을 피해 주로 학교에서 이용하곤 했다. 훈은 그날도 여느 때처럼 공중전화부스로 향했다. 연락이 닿지 않아 평소보다 더욱 자주 들락거린 듯하다.  소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근래 도통 통화가 되지 않아 훈의 마음은 좌불안석이다. 우여곡절 끝에 소연과의 통화에 성공하는 훈. 잘 있단다. 순간 얼굴에 화색이 돈다. 소연을 염려하는 훈의 마음과 훈을 걱정하는 소연의 마음이 동시에 맞닿은 걸까. 따듯하다. 집으로 향하는 훈의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

5월 광주, 항쟁에 나선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영화 <1980>

1980년 5월 17일 전남 광주.평생을 중식 요리에 몸 담아온 철수 할아버지(강신일)가 자신의 중국집을 개업했다. 식당 이름은 '화평반점'. 철수 엄마(김규리)와 아빠(이정우), 삼촌(백성현), 그리고 이모(민서)까지, 모든 가족이 발벗고 나서서 바쁜 개업 일손을 돕는다. 평판이 좋고 요리 솜씨가 뛰어난 덕분에 식당은 연일 문전성시다. 며칠 뒤 한 무리의 군인이 식사를 위해 화평반점에 들어선다. 그 무렵 광주 시내에서는 연일 군중집회가 개최된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계엄령이 선포돼 무장군인까지 투입되는 등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화평반점 사람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작금의 상황이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긴 탓에 느닷없는 군인 무리의 등장은 식당 주변을 금세 술렁거리게 했다. 광주는 하루가 다..

치매 앓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특별한 동행.. 영화 '인연을 긋다'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남편과 함께 귀국한 인숙(김지영)이 시댁을 찾은 건 무려 20년 만의 일이다. 강산이 두 차례 바뀌는 동안 주변 환경 역시 참 많은 게 변했다. 작은 며느리인 인숙에게 그토록 모질게 굴었던 시어머니(정영숙)는 치매에 걸려 인숙마저 알아보지 못 하는 처지가 됐다. 인숙의 손윗동서 혜란(조은숙)은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실 계획이라며 인숙이 동행해 줄 것을 요청해 온다.  인숙은 과거의 상처 때문에 시어머니와 잠시도 함께하고 싶지 않았으나 등 떠밀리듯 동행에 합류하게 된다. 작은 며느리, 큰 며느리 그리고 시어머니 이렇게 세 사람만의 특별하고도 짧은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영화 는 두 며느리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가 요양원으로 향하는 여정에 함께하면서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따로 ..

유익함이냐 파국이냐, 양날의 검 AI.. 영화 '아틀라스'

가까운 미래, 인간의 삶 깊숙이 파고 들어온 AI는 어느덧 생활의 일부가 돼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의 외형을 쏙 빼닯은 AI 로봇 할런(시무 리우)이 반란을 일으킨다. 무고한 시민 수십만 명이 그의 무차별 공격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만다. 대량 학살을 일삼는 AI라니. 그것도 전투형이 아닌 인류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기 위해 개발된 생활형 AI에 의한 반란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상황이다.  ICN(지구연합군)이 반란 로봇 소탕 작전에 나선다.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운 ICN은 공격의 폭을 점차 확대하며 할런을 향해 총구를 정조준한다. 궁지에 몰린 할런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지구 밖으로의 탈출뿐. 그렇게 발길을 외계로 돌리는 할런이다. 영화 는 반란 AI 로봇 제거를 위해 투입된 대원이 또 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아들.. 이후 모든 게 변했다 영화 '마더스'

각기 동갑내기 아들을 둔 셀린(앤 해서웨이)과 앨리스(제시카 차스테인)의 두 가정은 둘도 없는 이웃사촌지간이다. 정서적인 유대뿐 아니라 두 가정의 보금자리 역시 울타리 하나만을 사이에 둘 만큼 물리적으로 가깝다. 무엇보다 이들 가정이 끈끈하게 연결될 수 있었던 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 맥스와 테오 덕분이다. 셀린과 앨리스는 자녀를 돌보는 데 있어서도 서로를 도우며 적극적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을 배회하던 앨리스의 시선에 놀라운 광경 하나가 포착된다. 앨리스의 옆집, 그러니까 셀린의 집 2층 베란다 난간 위에 누군가가 위태로이 서 있었다. 셀린의 아들 맥스였다. 위급 상황임을 감지한 앨리스. 맥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고 동시에 집안에서 청소 중이던 셀린을 다급히 찾는다. ..

연예기획사 연습생 되고자 사교육 받는 아이돌 지망생

걸그룹 뉴진스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이 선정한 ‘2023 차세대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빌보드 ‘핫 100’에 9주 연속 랭크되며, 종전 최장 진입 기록 보유 걸그룹인 블랙핑크를 따돌렸다. 블랙핑크는 월드 투어에 나선 지 단 두 달 만에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22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악 앨범 10개 가운데 8개는 K팝이다. K팝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더불어 아이돌을 꿈꾸는 지망생도 폭증 중이다. 일찌감치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K팝. 지난 24일 방송된 KBS '지망생을 지망합니다' 편에서는 황금기를 맞이한 K팝 산업과 그 주변을 맴돌며 아이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망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K팝 활황.. 댄..

생각의 편린들 2023.05.25

한 특성화고교생의 죽음이 말하는 것 영화 '다음 소희'

전주의 한 특성화고 애완동물과 졸업반에 재학 중인 소희(김시은)는 유난히 춤추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한창 취업을 준비 중인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또래들과 어울려 인기 아이돌의 춤을 따라하곤 했다. 춤 실력도 빼어난 편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근래 반가운 소식 하나가 전해진다. 그 어렵다는 취업문을 뚫은 것이다. 아이가 취업한 곳은 대기업의 하청 업체였다. 담임교사와 부모 등 주변 어른들은 대기업에 취업했다며 반색 일색이다. 소희가 몸담게 될 곳은 국내 굴지의 통신사 콜센터였다. 이곳에서 수 개월 간의 현장실습을 거치고, 이후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을 경우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는 수순을 밟는다. 부푼 꿈을 안고 첫 임무를 부여받은 소희. 하지만 그녀가 할당받은 직무는 일반적인 고객 상담과는 거리가 먼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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