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에 나선 미국
60년 만에 달 탐사에 나선 미국. 워싱턴(크리스토퍼 커비)과 샌더슨 두 대원이 탑승한 탐사선 동체가 달 표면에 무사히 착륙한다. 60년 전 인류 최초의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토롱이 그랬듯 달 표면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워싱턴, 그 사이 샌더슨은 헬륨3의 탐색에 나서는데. 탐사선으로부터 멀어질수록 헬륨3 탐색기의 신호 감도도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다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샌더슨.
바로 그때다. 샌더슨의 코 앞에 무언가가 있는 듯싶다. 거대한 것.. 무엇일까.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도 믿기지 않는 샌더슨. 엄청난 규모의 헬륨3 광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사건은 그야말로 찰나였다. 누군가가 쏜 총에 샌더슨이 즉사한 것. 이들이 타고 온 탐사선도 함께 폭파된다. 폭발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마는 워싱턴. 그는 정체 모를 일당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간다.

영화 <아이언 스카이>는 달의 뒷면에 몰래 숨어 들어 요새를 구축한 뒤 지구 침략만을 호시탐탐 노려 온 나치 잔당과 미국을 위시한 유엔연합국가들의 전쟁을 그린 SF 액션 블랙코미디물. 외계 문명, 비밀기지, 인공 구조물 등 달의 뒷면에 미확인 시설이 숨겨져 있다는 이른바 달 뒷면 음모론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다. 핀란드,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3국의 공동 제작. 제33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에서 국제판타지-특수효과상을, 제30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페가수스 관객상을 수상했다.
나치당의 지구 침공
워싱턴이 납치돼 끌려온 헬륨3 광산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나치 잔당이 당시 지구를 탈출, 달의 뒷면으로 이주한 뒤 만들어 놓은 일종의 비밀 요새. 이들은 이곳에서 지구 침략을 차근차근 준비해 오며 다시 돌아갈 날만을 손 꼽아 기다려 왔다. 워싱턴이 소유한 휴대폰은 압수되어 나치의 최종 비밀 병기 가동 실험에 동원되고, 흑인이었던 워싱턴은 특수 약물에 의해 감쪽 같이 백인으로 둔갑된다. 나치 잔당의 기술 책임자 리히터(티로 프뤼크너) 박사에 의한 결과물.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최종 비밀 병기 가동 실험 도중 워싱턴의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된 것. 나치 잔당의 2인자 아들러(괴츠 오토) 제독은 볼프강(우도 키어) 총통에게 이의 해결을 위해 워싱턴과 함께 자신이 지구에 다녀오겠다고 설득한다. 그렇게 우주선에 탑승한 두 사람. 하지만 예상치 못 한 일이 발생한다. 나치 잔당 후손들에게 프로파간다를 설파해 온 지구학 전공자 레나타(줄리아 디에체)가 우주선에 몰래 탑승한 것이다. 이미 달을 떠난 상황. 어쩔 수 없이 함께 지구로 향하는 세 사람. 이윽고 우주선은 뉴욕 인근에 착륙한다.
재선을 노리는 미합중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킴 잭슨), 그리고 그녀의 곁에서 선거 기획을 총괄 지휘하는 비비안(페타 서전트). 그들에겐 선거 승리를 담보할 결정적 모멘텀이 절실한 상황. 그때 혜성 같이 등장한 나치 잔당의 아들러 그리고 레나타. 신뢰를 주는 듬직한 외모의 아들러, 부드러운 메시지 전달로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레나타.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절묘히 맞아떨어진다. 선거운동에 동원되는 두 사람. 하지만 지구인들이 무슨 짓을 꾸민들 아들러의 계획은 되돌릴 수 없었다. 그의 손에 태블릿이 쥐어졌으니, 이제 지구 침략을 위해 요새로 돌아갈 일만 남은 것. 지구와 달, 이 두 공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나치당의 지구 침략 명분은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오직 아리아인만이 우등 혈통임을 내세워 온 그들. 나치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열등 민족에게 지구를 빼앗기는 바람에 달 뒷면으로 쫓겨났으니 이를 되찾겠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미합중국의 심장 뉴욕을 필두로 나치당의 지구 침공이 본격화되고. 도심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모한다. 이제 남은 건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연합군과 나치당의 일전.

미국 패권주의를 향한 신랄한 풍자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담론은 미국의 패권주의. 관세 전쟁과 베네수엘라 공습, 그리고 지금 이 시각에도 호시탐탐 노리는 그린란드까지, 트럼프가 재선된 이래 그의 망나니 짓에 전 세계가 시름을 앓고 있는 상황. 그래서 그럴까. 제작된 지 10년도 더 된 이 영화가 어쩐지 새롭다.
트럼프는 국제법이 필요하지 않다며 자신의 도덕성만이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몸소 실천으로 옮긴 인물. 미국은 얼마 전 66개의 UN 산하기구 탈퇴를 선언했다. 기후변화는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이라고 말하는 그가 과연 뒤에서는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된다. 극 중 미국이 국제 조약을 어기고 화성 탐사선 개발을 명분으로 무려 핵탄두까지 장착한 전략무기 '조지부시호'를 등장시키는 장면은 그래서 더 어질어질하다.

한국의 윤석열이 계엄령의 명분을 위해 북한에 무인기를 띄워 국지전 등 인위적인 긴장 조성을 꾀했다는 사실은 수사를 통해 곧 밝혀질 사안이지만, 영화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장면이 등장한다. 미국 대선 승리를 위해 여건 조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원래는 호주를 침략할 계획이었으나 마침 나치당의 지구 침공으로 명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며 호들갑 떠는 두 미국인을 보니 소름이 절로 돋는다.
60년 만의 달 탐사와 최초의 흑인 우주 비행사 도입 역시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기 위한 일종의 이슈 몰이였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수많은 위정자들이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을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 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트럼프 이전이라고 하여 패권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교묘하게 이뤄질지언정 지금처럼 겉으로 드러내놓고 깡패 짓을 벌여 오지는 않았다. 트럼프식 정서가 해로운 건 바로 인간의 여러 속성 가운데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들을 지나치게 극대화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영화의 엔딩은 섬찟함 그 자체다. 패권주의와 각자도생을 꿈꿔 온 세력의 정면 충돌이라니. 느슨하게나마 탄성을 유지해 온 덕분에 표면적 결속을 다져 온 연합체는 끊어진 고무줄마냥 탄성을 놓자마자 모든 걸 잃고 만다. 지구는 이대로 자멸할 것인가. 영화 <아이언 스카이>는 상영 내내 위트가 넘친다. 풍자도 날카롭다. 독립영화 치고는 CG의 품질도 썩 괜찮다. 미국의 패권주의가 도를 넘는 요즘 시기, 그래도 이 영화를 보니 속이 조금은 뻥 뚫리는 느낌.
감독 티모 부오렌솔라
* 이미지 출처 : ㈜팝 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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