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닫힌 공간에서의 생존게임.. 영화 <브릭>

새 날 2026. 1. 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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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갇힌 두 사람

일에 치여 살아가는 게임 개발자 팀(마티아스 슈바이크회퍼)과 그와 동거 중인 올리비아(루비 O. 피). 두 사람의 관계는 근래 소원하다. 이런 처지에서 무언가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올리비아. 그녀는 자신의 일을 그만둔 뒤 팀을 향해 무작정 이곳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향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녀의 간절한 손길마저 뿌리치는 팀. 그의 머릿속은 현재 개발 중인 게임과 관련한 일들로 온통 가득 들어차 있다. 다른 게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인내심을 발휘해 온 올리비아. 참을 만큼 참은 듯. 이튿날 아침 팀에게 관계를 청산하자며 폭탄 선언을 한다. 짐을 챙겨 문 밖으로 향하는 그녀. 절망적인 표정으로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는 팀.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외부와 맞닿아 있는 부분, 즉 출입구와 창 등이 하나 같이 무언가 물리적인 힘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게 아닌가. 각기 다른 크기의 벽돌 형태의 물질로 빈틈 없이 채워져 있는 형국. 옴짝달싹 못 하게 된 두 사람. 

 

영화 <브릭>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체에 둘러싸인 아파트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미스터리 스릴러물로 독일 작품.

 

지하를 공략하라

아파트 외부를 켜켜이 둘러싸고 있는 벽돌 형태의 장애물은 견고했다. 물리적인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과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이웃집 마빈(프레더릭 라우)과 아나(살베르 리 윌리엄스) 커플이 거주하는 공간도 이들처럼 단절된 상태. 정체 모를 장애물에 갇힌 채였다. 그러니까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팀과 올리비아의 거주 공간뿐 아니라 아파트 전체가 이 검은 벽의 장애물에 의해 완전히 차단돼 있다는 의미. 

 

영화 <브릭> 포스터 @넷플릭스

 

두 커플은 탈출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한다. 수평 방향으로는 기껏해야 공간과 공간 사이의 벽을 허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수직 방향으로의 탈출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미. 아파트의 지하에는 터널 시설이 갖춰져 있어 2차 세계대전 당시 피난 통로로 활용된 전례가 있으니 그들은 지하를 공략하면 탈출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회로를 돌려 본다. 그렇게 바닥을 뚫고 아래층으로 한 단계씩 이동하는 그들. 

 

한 층씩 내려갈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인물들, 게다가 한정된 공간.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걸 실감케 하는 순간. 상대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한 채 긴장감을 풀지 못 하는 건 이쪽뿐 아니라 저쪽도 매한가지. 첫 대면인데 총까지 겨누며 적대감을 드러내는 끔찍한 순간들. 생존 이외엔 그 어떠한 것도 떠올릴 수조차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누구든 맞닥뜨리게 되는 민낯 아닐는지. 

 

이 상황은 게임인가 아닌가

폐쇄된 공간에 갇힌 사람들과 주택 곳곳에 설치된 CCTV.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본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상황은 게임인가 아닌가.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 혹여 게임이라면 <오징어게임>류에서 간혹 연출돼 온 관음증 환자의 일탈 같은 걸까. 혹시 건물주의 계략? 그도 아니라면 극 중 누군가가 철석 같이 믿고 추종해 오듯 음모론 따위가 현실화되기라도 한 걸까. 영화는 공간이 단절된 원인으로 다양한 갈래의 가능성에 대해 모두 열어 놓고 관객을 실험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영향력은 여전히 상종가다. 극 중 팀과 마빈이 나누는 대화에서도 이 드라마가 언급되는데. 사람들을 극한으로 몰아넣은 뒤 생존 게임을 즐기는 잔혹한 방식의 상황극은 <헝거게임>을 넘어 어느덧 K-드라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팀과 올리비아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건 올리비아가 유산으로 힘들어하던 시기 연인인 팀이 도움은커녕 바쁜 업무 핑계로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탓. 때문에 영화에서 외부와 물리적으로 단절된 공간은 두 사람의 위태로운 관계, 즉 닫힌 감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브릭>은 관계의 균열을 물리적 단절 상황으로 치환, 두 주인공이 장애물을 걷어내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며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 과정을 스릴러 장르를 차용하여 극화한 작품이다. 적당한 길이의 러닝타임, 적당한 긴장감과 몰입감. 팝콘용 영화로써는 손색이 없다.

 

 

감독  필립 코치

 

*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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