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닉된 거액의 범죄 자금
마이애미 경찰 마약단속반 팀장 재키(리나 에스코)가 살해됐다. 살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 한 경찰은 마약 카르텔 조직부터 부패 경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태의 범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팀장의 사망으로 수사 팀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못 해 총체적 난국에 빠져든 상황. 재키의 동료들도 수사선상에 올라 차례차례 신문을 받아야 할 만큼 분위기는 엄중하다. 선수들끼리 상대를 의심한다는 건 서로에게 못 할 짓임이 분명하다.
한편 재키와 같은 팀의 마약단속반원인 데인(맷 데이먼) 경위에게 어느 날 거액의 마약 카르텔 범죄 자금 은닉처가 제보된다. 팀원들로 꾸려진 회수팀이 현장으로 급파되고. 이들이 급습한 은닉처는 제법 큰 주택. 집 주인인 데시(사샤 카예) 혼자 거주하기에는 어쩐지 석연찮은 느낌이다. 탐색견이 현장에 투입되고, 덕분에 자금의 위치는 금방 밝혀진다. 그런데 애초 알려진 액수보다 훨씬 큰 금액. 현장에 투입된 요원들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영화 <더 립>은 거액의 범죄 은닉 자금의 처리를 놓고 마약단속팀원들 간 서로를 향한 불신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신뢰를 저버리려는 자와 신뢰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자 사이의 숨 막히는 심리전을 그린 액션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속절없이 무너지는 신뢰
현장 투입 요원들은 범죄 자금에 대한 처리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한다. 거액의 돈 앞에서는 아무도 믿지 못 하는 형국. 혼란은 극에 달한다. 리더격인 데인 경위가 개입해 보지만, 서로를 향한 불신과 의심은 되레 눈덩이처럼 커져만 간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리하려는 데인, 그에게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걸까. 데인에게로 향하는 의심의 눈길. 게다가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달랐던 은닉 자금 액수는 불신을 자초하는 빌미가 된다. 요원들 간 서로를 믿지 못 하고 의심만 부풀어 오르는 상황, 압수된 범죄 은닉 자금은 무사히 환수될 수 있을까.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돈을 둘러싼 요원들 간 불신과 의심에서 비롯된 경계 심리가 극의 텐션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그 중에서도 요원 각기 총알이 장전된 개인 화기를 휴대한 채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려 놓고 찰나를 노리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관객의 숨을 절로 멎게 만든다. 누군가에 의해 자칫 끊어질지도 모를 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관객은 신뢰를 저버리려는 사람과 반대로 어떻게든 신뢰를 지켜내려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조심스럽게 헤아려 가며 극을 따라가게 된다.
군더더기 없는 만듦새
극의 중반부에 이르고 나서야 은닉 자금에 흑심을 품은 자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돈을 지키려는 자와 이를 빼앗으려는 자의 목숨을 건 한 판 승부가 펼쳐진다. 그 와중에 복잡다단한 미국 경찰 조직 간 알력 다툼을 엿볼 수 있는 건 덤.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액션 장르를 표방한 작품답게 카 체이싱 등 볼거리도 제법 제공된다.
사회적 신뢰를 담보로 하는 돈 앞에서 오히려 신뢰가 무너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영화 <더 립>은 바로 이 돈이라는 매개를 통해 신뢰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돈이라는 장치가 인간 관계의 본질을 파헤치는 잣대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개운치 못 한 뒷맛을 남긴다.
극 중 경관들이 실제로 계수한 은닉 자금의 액수가 단 1달러의 차이도 없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순간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기계적으로 딱 맞아 떨어질 때의 안정감이 주는 느낌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끝도 없이 추락한 신뢰의 이미지에 그나마 기대는 한 가닥 희망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위안 삼고 싶다.
감독 조 카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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