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투를 끝으로 블랙베리는 휴대폰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블랙베리 하면 쿼티폰, 쿼티폰 하면 블랙베리를 떠올릴 만큼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블랙베리는 유니크한 폼팩터를 자랑한다. 하지만 정확히 거기까지. 대중성을 상실한 쿼티폰은 시장에서 더 이상의 설 자리가 없다. 존재 가치를 완전히 잃은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져 간 블랙베리. 그리고 쿼티폰.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변방의 몇몇 조그만 회사들이 뛰어들어 쿼티폰을 만들며 그 명맥만을 간신히 유지해 오더니, 2026년 새해 벽두에는 보다 다양한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쿼티폰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한 게 아닌가. 쿼티폰 성애자, 그러니까 쿼티폰 덕후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지금부터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돼 시중에 풀린 쿼티폰과 올해 출시 예정인 폰을 차례로 알아보도록 하자.
진와 Q25
지난 해 중국의 진와라는 곳에서 진행한 블랙베리 부활 프로젝트. 블랙베리 클래식(Q20) 제품의 하우징만 빼고 속 내용물을 몽땅 바꾼 뒤 안드로이드를 이식해 출시한 휴대폰이다. 그러니까 겉모양만 블랙베리 클래식일 뿐 사양은 전혀 다른 제품이다. 지난 해 가을 펀딩 형태로 구매자들을 끌어 모았고, 현재 신청 순서에 따라 배송이 진행 중이다. 개중엔 이미 제품을 받은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진와 측의 일 처리가 워낙 느린 데다 미덥지 못 한 대응으로 인해 국내의 펀딩 참여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를 취소하는 사달이 벌어졌다. 이들 중 일부는 중국을 통해 해당 제품을 직거래하는 등 진와의 신뢰가 상당 부분 훼손된 듯한 느낌이다. 진와는 이후 블랙베리 제품에 이식한 형태가 아닌, 자체 제작 제품인 Q27을, 그리고 블랙베리 패스포트를 클래식처럼 하우징만 남기고 내부 부품을 몽땅 바꾼 Q26을 각기 출시한다고 밝혔다. 과연 국내 유저들은 어떻게 대응할는지.
유니허츠 타이탄2
유니허츠는 최근 쿼티폰계의 강자로 떠오르는 기업이다. 러기드 등 주로 매니악하고 마이너한 휴대폰을 제조해 온 업체인데, 그동안 쿼티폰도 꾸준히 출시해 왔다. 이른바 타이탄 시리즈로, 타이탄, 타이탄 포켓, 타이탄 슬림 이렇게 3종의 쿼티폰을 출시한 이력이 있다. 특히 지난 해 하반기 출시한 타이탄2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쿼티폰계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중이다. 타이탄2는 여타 제품과 달리 상대적으로 큰 액정(블랙베리 패스포트와 동일 액정)을 채택하여 사용성을 크게 끌어 올린 제품이다.

다만, 300그램에 가까운 묵직한 무게감과 한 손으로의 파지를 어렵게 만드는 거대 사이즈는 전작인 타이탄에 비해 많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휴대성을 떨어뜨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킥 스타터 펀딩 당시 이에 참여한 국내 유저 숫자가 100여 명에 불과했다는 건 쿼티폰의 시장이 얼마나 협소한지 입증하는 지표가 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쿼티폰을 출시해 오고 있는 유니허츠의 그 두둑한 배짱을 응원해 주고 싶다.
ikko Mind One
유니허츠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 해 하반기 킥 스타터 펀딩을 통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제품이다. 앙증맞은 사이즈가 매력 포인트. 워낙 미니멀을 추구하다 보니 카메라가 내장되지 않고 바깥으로 돌출된 형태인데, 물론 사용하지 않을 땐 반대쪽으로 접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제품은 쿼티폰이 아닌데 쿼티폰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별도 구매 가능한 액세서리인 쿼티 자판이 달린 케이스와 휴대폰을 체결해야 비로소 쿼티폰이 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펀딩에 참여한 대다수의 국내 유저들은 현재 제품의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중.

물론 선착순 배송이라 이미 제품을 받은 유저들도 일부 있다. 이런 폰들은 사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일반 바 형태처럼 편안한 사용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급히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별도로 돌출된 카메라를 찍을 수 있도록 위치시키는 일도 엄청나게 수고로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유저들은 이런 폰을 사용하는 걸까. 아마도 답은 하나로 모아질 듯하다. 그냥 이쁘니까. 블랙베리를 이쁜 쓰레기라 하지 않았던가. 바로 그런 류의 감성 같은 것이다.
클릭스 커뮤니케이터
일반 바형 휴대폰을 쿼티폰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쿼티 자판 케이스 전문 제조 회사 클릭스가 직접 출시한다고 발표한 쿼티폰이다. 아직 정확한 사양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추측건대 보급기기에 탑재되는 칩셋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예측이 가능할까. 폰 명칭에 해당 제품의 지향하는 바가 녹아들어 있다. 클릭스는 끝없는 SNS 알림이나 숏폼 영상 따위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설계했으며, 소통에 목적을 둔 제품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디지털 디톡스를 표방하는 제품이다. 제품의 사이즈나 만듦새 등을 놓고 볼 때 블랙베리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쿼티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적당한 사이즈는 휴대성을 높이고, 타사 제품처럼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갈릴 일도 별로 없어 보일 만큼 무척 깔끔한 인상이다. 현재 예약을 받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
타이탄2 엘리트
앞서도 살펴 보았듯 유니허츠는 지난 해 하반기 타이탄2를 출시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개월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른 제품의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사이즈로 보나 무게로 보나 전작인 타이탄2에 비하면 휴대성을 크게 높인 제품이다. 디자인도 유니허츠의 기존 제품들과 결이 다르다. 앙증 맞고 이쁘다. 타이탄2를 구매한 유저들로부터 탄식이 나오는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 아마도 엘리트의 출시가 타이탄2와 비슷한 시기였다면 대부분의 유저들이 엘리트로 기울지 않았을까.

타이탄2 엘리트는 현재 그 정도로 반향이 뜨겁다. 올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MWC에 참가, 완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이후 펀딩을 시작한다고 하니 올 하반기쯤엔 제품을 손에 쥐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액정의 크기나 모양새로 볼 때 클릭스 커뮤니케이터와 동일한 부품을 사용할 듯. 유니허츠는 타이탄2의 액정을 블랙베리 패스포트와 동일한 부품을 사용하여 한 차례 이슈가 된 바 있으니, 엘리트 역시 그와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쿼티폰 전성시대.. 여러분의 선택은?
2026년은 쿼티폰이 대거 출시되는 해다. AI시대에 웬 쿼티폰인가 싶어 의아하기도 하지만, 이의 출시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 블랙베리는 이미 시장에서 철수했고, 누군가 쿼티폰의 명맥을 제대로 이어주길 바랐으나 그동안 군소 업체 외에 아무도 나서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작은 업체들이지만 동시 출격이라니, 감흥이 새롭다.

이미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쿼티폰은 성능으로 사용하는 제품군이 아니다. 오로지 감성과 디자인으로 쓰는 폰이다. 특히 블랙베리 골수 유저들은 디자인에 무척 민감한 편. 여기에 휴대성이 따라와 주어야 할 테니, 짐작건대 무겁고 큰 타이탄2는 일단 논외가 되기 싶겠고, ikko Mind One은 쿼티 자판이 달린 케이스를 씌워야 하는, 즉 폼팩터가 기존 쿼티폰과는 차별화된 제품이니 이 또한 논외가 될 듯하다. 결국 세 개의 제품으로 압축된다. 클릭스 커뮤니케이터, 타이탄2 엘리트, Q25. 이 가운데 그래도 성능으로 치자면 타이탄2 엘리트가 가장 뛰어날 것 같으니 난 엘리트에 한 표 던진다. 여러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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