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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블로그 등 대부분의 글쓰기 플랫폼은 전적으로 중앙에서 이용자의 포스팅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입니다. 큐레이션 역할을 하는 편집진 혹은 운영진이 새롭게 올라오는 포스팅을 일일이 확인하여 그 가치를 평가하고 옥석을 가려 매일매일 불특정다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노출시키는 시스템입니다. 운영 취지에서 벗어난 글을 블라인딩 처리하거나 삭제하는 역할도 물론 모두 이들의 몫입니다.


이들에 의해 플랫폼 운영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셈이니 중앙의 권한과 통제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뛰어나고 호소력이 짙은 글인들 선택을 받을 수 없으며, 이러한 결과는 개개인의 블로그 트래픽에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됩니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블로그 이용자들 가운데 이들의 선택을 받게 되는 블로거는 사실상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의 블로거들은 중앙에서 통제하는 운영 방식을 탐탁지 않게 여기게 됩니다. 제아무리 객관적인 잣대로 운영을 한다 해도 모든 사람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중앙 통제 시스템의 한계로 받아들여집니다.



네이버나 다음 등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포털입니다. 덕분에 이들이 운영 중인 글쓰기 플랫폼은 비교적 객관적인 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이보다 규모가 작은 군소 업체들입니다. 이러한 곳은 이용자들의 숫자도 적은 데다 중앙에서 마음만 먹으면 이용자들을 특정 방향으로 얼마든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취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우리 사회도 그렇지만 어떤 영역에서든 중앙으로의 지나친 권한 쏠림은 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곤 합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글쓰기 플랫폼이 대안으로 떠올랐던 건 다름 아닌 앞서의 이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글쓰기 플랫폼 ‘스팀잇’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스팀이라는 가상화폐 시스템 위에 구축된 스팀잇은 가상화폐시장의 지속된 침체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직원의 70%가량이 감원됐습니다. 덕분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존 글쓰기 플랫폼의 대안이 되기라도 할 듯 많은 이용자들로 붐볐던 스팀잇은 근래 크게 한가해진 모습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가상화폐시장의 침체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측면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블록체인 기술의 지향점이라고 볼 수 있는 탈중앙화의 기치를 내건 스팀잇의 태생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글쓰기 플랫폼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습니다. 스팀잇도 여느 글쓰기 플랫폼처럼 인기글이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오랜 시간 노출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포스팅을 중앙에서 누군가가 일일이 확인하여 인기글로 채택하는 방식이 아닌 전적으로 이용자들의 보팅에 의해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이른바 플랫폼 운영진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까닭에 언뜻 보기에 굉장히 민주적인 시스템처럼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만큼 맹점도 많습니다. 스팀잇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용자를 이른바 ‘고래’라 호칭하는데, 전적으로 이들 고래의 눈에 띄어 보팅을 받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정말 좋은 글을 발굴하고 그에 걸맞게 보팅을 하면 깨끗이 해결될 노릇이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소수의 이용자들끼리 친목 활동을 벌이듯 서로 보팅을 주고받으며 자원을 독식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보팅이 되는 수치에 비례해 가상화폐를 받아가는 구조인 까닭에 이는 결국 스팀잇 내부에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낳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되게 합니다.


다수의 이용자들, 특히 새롭게 진입한 이용자들일수록 이러한 행태를 못마땅해 하며 스팀잇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스팀잇에서 유독 보팅을 많이 받는 인기글들은 가상화폐와 관련한 포스팅 등 특정 영역에 국한되어 있으며, 보팅을 독식하는 이들 또한 몇 안 되는 소수의 이용자에 불과합니다. 망해 가는 시스템의 전형입니다. 탈중앙화가 되레 더 큰 실망감만 안겨주는 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이 가까운 미래에 가장 각광을 받는 기술 중 하나로 떠올랐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스팀잇의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탈중앙화였습니다. 그렇다면 글쓰기 플랫폼의 경우 과연 어떤 운영 방식이 우리의 이상을 실현시켜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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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2019.11.13 19:32 신고

    한번은 생각해 봐야하는 사안이네요. 글쓰는 사람으로서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윈윈 할수있는 그런 방법은 없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포털에 노출되는 블로그도 몇 안되는걸로 알아요. 아마도 그 수많은 블로그와 경쟁을 뚫고 선택을 받는 글들 어쩌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는건 무엇 때문일까요.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11.14 06:25 신고

    블로그 글쓰기가 점점 매력을 잃고 있습니다
    올해까지만 쓰고 저도 이제 그만둘까 합니다만...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14 09:12 신고

    스팀잇이 한국에서 인기였다고 들었는데 확장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로군요.
    블록체인 자체가 좀 정체인듯도 이유인것 같기도 합니다,

  4. Favicon of https://aner.tistory.com BlogIcon aner 2019.11.14 12:47 신고

    맞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보팅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새로 진입하는 사용자들은 기존 사용자들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일차적인 문제가 존재하죠. 그마저도 스파가 쎈 사용자가 아니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습니다. 물론, 여전히 그 문제는 존재하고 있죠.

    스파가 낮은 사용자들끼리 격려 차원에서 주고 받는 봇으로는 표도 나지 않는 수익이라 맥 빠지는 일입니다. 설령, 그렇더라도 시세가 받쳐주면 그나마 괜찮긴 하겠지만, 아시다시피 그런 상황이 아닌데다가 나아질 기미는 요원합니다.

    혹시, 모르죠. 다시 암호화폐의 시세 분출이 가능하다면, 떠났던 사용자들이 돌아올지도요. 그전에, 에디터부터 좀 고쳐주면 좋겠군요.

    오늘도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newday21.tistory.com BlogIcon 새 날 2019.11.14 16:42 신고

      지금 같은 운영 형태로는 다시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탈중앙화도 별 거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