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 유튜브 CEO의 역설

새 날 2019. 12. 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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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전 세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심지어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전통 산업과의 갈등마저 야기할 만큼 큰 파장을 낳고 있는 데엔 뜻밖의 이유가 숨어 있다.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은 애초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마치 게임을 즐기듯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 차량 공유사업을 고안하였다고 한다. 


그의 의도는 정확하게 적중,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호응해 오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터치하고, 이것이 현실 세계인 오프라인과 연결되어 실제로 차량이 자신 앞에 도착하게 되는 방식인데, 이는 어딘가로 이동을 할 때에도 게임을 즐기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평소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이에 거부감이 없는 세대들은 일상생활조차 게임을 즐기듯 빠져들게 만드는 이러한 서비스에 환호성을 내지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가능케 한 건 스마트폰이라는 도구 덕분이다.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손에 쥔 세대들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이를 마치 몸의 일부인 양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이 기계는 이들의 삶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세대를 일컬어 ‘포노 사피엔스’라 한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를 뜻하는 용어다.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를 변용한 단어다.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절대로 역변이 불가능한 흐름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포노 사피엔스 이전 세대, 즉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들로 하여금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지 말 것이며, 지금 당장 작금의 분위기에 올라탈 것을 종용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설파하는 포노 사피엔스 세대는 정확하게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그 이후의 세대를 총칭한다. 이들이야말로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자연스럽게 젖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요즘 젊은 세대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스마트폰에 과몰입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저자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엔 이러한 현상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오히려 이 분위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몰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기성세대들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고 강조하는 현상을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pixabay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세상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고, 더욱 더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기술의 발달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와중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진작부터 예견돼왔다. 결코 새로운 게 아니다. 컴퓨팅의 발달과 인터넷으로 통칭되는 통신 기술의 진보가 벌써부터 작금의 미래상을 그려왔다. 


PC로 대변되는 퍼스널 컴퓨팅 기술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더니 어느덧 우리의 손 안에 쏙 들어오는 형태로까지 진화했다. 여기에 이른바 초연결시대로 대변되는 통신기술이 더해지면서 아날로그 기반의 세계는 급속도로 디지털화되었고, 더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빠르게 융합됐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도구이다. 커다란 덩치의 컴퓨터를 손바닥 크기로 대폭 줄이고 이들 기기들을 서로 무선 통신망으로 촘촘히 묶어놓은 형태가 바로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상의 본질이다. 


컴퓨터로 가능한 일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다 보니 간혹 의도치 않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특정 작업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삼천포로 빠져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줄로 안다. 사람은 본디 자극에 약한 동물이다. 덕분에 모든 게 다 있다는 인터넷망 속에서 우리는 흔히 길을 잃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도구를 손바닥 만한 크기로 대폭 줄여 휴대가 가능토록 했으니 오죽할까 싶다. 길을 걸으면서, 카페에 마주 않은 채로, 심지어 식사를 하면서까지 컴퓨팅에 몰두하는 현대인들이 주변에 즐비하다. 이른바 스마트폰 홀릭족들이다.



메신저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늘 연결된 채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심각한 논의까지 다양한 주제들로 실시간 채팅이 이뤄지고, 언제든 관심 있는 영상 시청과 새로운 정보를 그 자리에서 바로 얻을 수 있는 데다, 지루한 시간을 달래주는 게임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이 손바닥 안에서 이뤄지는 컴퓨팅을 어느 누가 마다하겠는가. 


저자는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 등 상대적으로 컴퓨팅에 둔한 세대에게 지금 당장 포노 사피엔스 신문명에 올라타야 한다고 열심히 설파하고 있으나, 지금 중장년 이상의 연령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굳이 이런 주장이 아니더라도 손바닥 컴퓨팅이 제공해주는 놀라운 자극에 자발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추세다. 아울러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뭐든 빨라야만 하는 우리네 정서가 이러한 경쟁을 더욱 부추긴다. 가짜뉴스를 열심히 퍼나르기해온 세대, 알고 보면 이들 시니어가 주축이다. 


나는 자극에 중독되어가는 현대인들이 솔직히 걱정스럽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용어를 기계에 의존적이며 중독된 인류와 등치시키게 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제아무리 첨단 기술이라고 해도 이는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법이다. 사람보다 우위에 놓인 기술은 그저 괴물에 불과하다. 


현대인들은 손바닥 위 기기가 펼쳐 보이는 자극 앞에서 점차 무장해제되어간다. 육체뿐 아니라 정신마저도 기계와 기술의 노예가 되어가는 형국이다. 아무런 통제 장치 없는 컴퓨팅이 우리의 손 안에 들어온 이상 여기에 과몰입하며 수시로 길을 잃게 되는 현상을 과연 누가, 무슨 수로 막겠는가. 포노 사피엔스로 대변되는 편리한 세상은 그의 반대급부로 이렇듯 인간을 기계와 자극에 의존적이고 중독되도록 방치해왔다. 


나는 이러한 방식이라면 포노 사피엔스 시대가 펼쳐 보일 근미래의 모습이 심히 우려스럽다. 자신의 자녀에게만큼은 유튜브 영상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가장 어울릴 법한 도구인 유튜브의 최고경영자(CEO) 수전 워치츠키의 철저한 자녀 교육 방침이 역설적으로 다가오는 건 다름 아닌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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