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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사용 도중 웹브라우저 ‘엣지’가 업데이트되었다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무심결에 다운받아 설치하였습니다. 어차피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브라우저였던 까닭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던 상황입니다. 하지만 작업표시줄 위에 떡하니 자리 잡은 엣지의 아이콘이 색다른 형태로 바뀐 게 아닌가요. 영롱했습니다. 비록 색깔은 달랐으나 태극문양을 응용한 형태와 엇비슷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엣지 브라우저를 열기로 마음먹었던 건 순전히 이 독특한 아이콘의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브라우저를 실행했습니다. 레이아웃부터 기타 요소까지 모든 게 확 바뀌었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속도였습니다. 제가 평소 알고 있던 엣지가 과연 맞는 걸까요? 분명 이렇게 빠르지 않았는데, 획기적인 변화였습니다. 그동안 주로 사용해온 브라우저는 ‘파이어폭스’였습니다. 구글 ‘크롬’을 사용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속도마저 더뎌지는 느낌 때문에 ‘오페라’ 등 이것저것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쪽을 골라 안착한 것인데요. 


무엇보다 체감속도가 가장 빨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발아기 시절 브라우저 시장을 평정했던 ‘넷스케이프’를 향한 아련한 감정이 이의 결정에 한 몫 거든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엣지는 체감상 이 파이어폭스의 속도를 압도적으로 능가하고 있었습니다. 정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라우저가 이렇게 가벼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알고 보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들이 개발한 엣지 렌더링 엔진을 버리고 구글이 개발한 크롬 엔진 기반의 ‘크로미움’ 프로젝트의 코드를 가져다 썼다는 소식이 들려오는군요.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그룹 부사장 조 벨피오레는 얼마 전 회사 블로그에 “고객을 위해 웹 호환성을 높이고 모든 웹 개발자를 위해 웹의 단편화를 줄이고자 데스크탑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개발에 크로미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채택하기로 했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러니까 윈도 OS에 웹브라우저를 탑재시킨 이점도 제대로 살리지 못해온 마이크로소프트가 웹브라우저 시장에서의 완전한 패배를 인정하고 항복을 선언한 셈입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습니다만, 인터넷 대중화 초기인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웹브라우저의 표준은 단연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였습니다. 하지만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강제로 끼워 팔기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전략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단번에 넷스케이프를 따라잡으면서 브라우저의 강자로 올라서게 됩니다.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일종의 꼼수였습니다. 이후 넷스케이프는 AOL에 인수된 뒤 파이어폭스라는 흔적만을 남겨둔 채 브라우저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집니다. 인터넷 태동기에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이들은 기능상 월등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횡포에 밀려난 넷스케이프를 향한 아련한 향수 같은 게 남아 있을 겁니다. 바로 제가 그렇거든요.



그나저나 저처럼 크로미움 기반의 엣지를 사용해본 사람들이 당장의 가볍고 빠른 속도에 반해 브라우저를 갈아타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아시다시피 엣지에는 마이크로스포트의 검색엔진 빙(Bing)이 탑재되어 있어 이를 통한 광고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러니까 시장에서의 브라우저 점유율 확대는 검색 수익을 늘리는 구조로 이어지게 되는 셈입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엣지라는 고유 엔진을 버리는 대신 얻는 반대급부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가정이 전혀 근거가 없지 않은 건 지금까지 브라우저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관련 매출은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크롬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지고 느려져 또 다시 시장의 외면을 초래하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엣지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이 일정 수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새로 바뀐 엣지를 사용 안 해보셨다고요? 지금 당장 다운받아 설치해보시겠어요? 장담컨대 당신은 엣지의 그 가볍고 빠른 속도에 결국 반하게 될 겁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20.04.27 13:58 신고

    전파이어폭스도 사용을 못해 봤습니다 ㅡ.ㅡ;;

  2. Favicon of https://stbnjsd.tistory.com BlogIcon 북두협객 2020.04.28 07:51 신고

    새로운 엣지 쓰고있는데 겁나 빨라요 ㄷㄷ
    구글의 크롬 공개 소스를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하더라구요
    마소가 소프트 분야의 대표주자인데 자신들 기술력으로 안되니까
    자존심 버리고 요래했는데 성공적이네요~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20.04.30 13:18 신고

    문화지체현상에 폭 젖은 라떼 세대들은 이래서 꼰대가 되는 모양입니다.
    배울데가 있으면 배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