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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가족애.. 영화 '기적'

자동차 도로가 전무하고, 기차역마저 없어 사람이 오갈 데라고는 오직 기찻길밖에 없었던 외진 산골 마을. 단순히 집에서 학교까지 이동하려고 해도 반드시 터널을 여러 개 거쳐야 하고, 강물 위의 교량을 아슬아슬하게 건너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열차가 통과하는 시간에 때 맞추어 이동하지 못할 경우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실제로 마을 사람들의 다수는 이러한 연유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이 마을에 사는 준경(박정민)은 통학을 위해 왕복 5시간이나 소요되는 이 길을 매일 걸어다녔다. 그는 자신과 마을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이러한 현실이 무척 답답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작정한다. 청와대에 관련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그것도 무려 50여 차례나. 하지만 화답은 전무 했다...

근절돼야 할 가정폭력..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리암(레아 드루케)과 앙투안(드니 메노셰) 부부는 이혼한 관계다. 앙투안의 폭력 행위 때문이다. 하지만 이혼 이후에도 앙투안의 괴롭힘과 폭력은 한동안 지속됐다. 이를 견디기 어려웠던 미리암은 결국 법률 조정을 신청하게 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 심리가 진행되던 날, 미리암 측은 아들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이 앙투안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고, 앙투안은 폭력 행위 같은 건 없었으며 단지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애비로서의 진심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게 된다.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들은 판사는 이들을 일단 돌려보낸다. 추후 내려진 판결은 앙투안의 친자 접견권을 인정하고, 그가 2주에 한 차례씩 줄리앙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영화 는 가정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평범함이 곧 비범함..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3살 유부녀 스즈메(우에노 주리)의 일상은 평범하기 짝이 없다. 애완용 거북이에 사료를 주는 등 하루의 일과를 특별한 의미 없이 소일하는 중이다. 그래서 그럴까. 최근에는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어디를 가든 존재감 없는 사람으로 취급 받기 일쑤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오가던 길을 걷던 도중 스파이를 모집한다는 기상천외한 광고를 발견하게 되는 스즈메. 가뜩이나 의기소침해 있던 그녀에게 이번 광고는 어쩐지 구미가 당겨 온다. 광고에 적힌 연락처로 무작정 통화부터 시도해보는 스즈메. 상대는 의외로 쿨한 반응이다. 그렇게 하여 면접이 성사됐다. 그녀가 방문한 면접 장소는 기대와는 크게 달랐다. 스파이가 활동하는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협소하고 평범했다. 시즈오(이와마츠 료)와 에츠코(후세 에리) 부..

잔혹 동화.. 영화 '호랑이는 겁이 없지'

2006년 이래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멕시코 정부. 이로 인해 멕시코에서는 수만 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일부 지역은 폐허로 돌변했다. 샤이네(후안 라몬 로페즈)는 이 난리통 속에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소년이다. 샤이네는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고아가 되거나 미아가 된 또 다른 아이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자처하며 폐허로 돌변한 도심에서 떠돌이 생활 중이다. 한편 총격 사건으로 휴교령이 내려져 꼼짝없이 집에 발이 묶인 에스트렐라(파올로 라라). 총격 사건이 있었던 그날 그녀의 엄마도 실종됐다. 더 이상 집에 머물 수 없게 된 에스트렐라는 샤이네가 이끄는 무리에 합류한다. 샤이네는 그녀에게 엄마를 납치해 갔을 것으로 추측되는 마약 카르텔 조직의 행동원 까꾸(이아니스 게래로)의 제거를..

나이 듦에 대해, 영화 '더 파더'

안소니(안소니 홉킨스)는 은퇴 후 집에서 홀로 소일하고 있는 80대 노인이다. 최근 그가 주변에서 겪고 있는 일들은 온통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언젠가부터 큰 딸 앤(올리비아 콜맨)은 안소니의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아한 건 이 집은 안소니가 젊은 시절 고생하여 마련한 공간인데, 딸이 자꾸만 자기 집이라며 억지를 부린다는 사실이다. 그는 앤이 멀쩡한 자기 집을 놔두고 왜 이러는 건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한 중년의 낯선 남성도 안소니의 집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안소니는 미심쩍었던 차에 그에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앤의 남편이라고 한다. 앤의 남편, 그러니까 그는 사위 폴(루퍼스 스웰)이었다.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이 남성이 왜 스스로를 폴이라고 호칭하는 것이며, 왜 안소니의 집에 와 ..

나쁜 의사에 관한 이야기, 영화 '굿닥터'

종합병원 레지던트 1년차인 마틴(올랜도 블룸)은 좋은 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이에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서기 위해 그는 매일 자신의 역량을 아낌 없이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도 마침내 의사로서의 재능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 온다. 신장에 이상이 생겨 마틴의 병원에 입원하게 된 다이앤(라일리 코프)이 그의 첫 환자로 배정된 것이다. 누구보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싶었던 그였고, 게다가 다이앤이 자신이 담당하는 첫 환자였던 까닭에 그는 열과 성을 다해 그녀의 병 치료에 나선다. 다행히 정성스러운 그의 손길 덕분에 다이앤의 병환은 눈에 띄게 호전되어 갔다. 얼마 뒤 퇴원하게 된 그녀. 그런데 누구보다 기뻐해야 할 마틴은 어쩐지 그녀의 완치가 아쉬운 눈치이다. 영화 는 나쁜 의사에 관..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영화 '13년의 공백'

마사토(릴리 프랭키)가 세상을 떠났다. 두 아들 요시유키(사이토 타쿠미)와 코지(마츠다 잇세이)가 망자의 장례식장을 지켰다. 하지만 마사토의 아내 요코(킨노 미스즈)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사토의 장례식장을 찾는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조문하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이웃한 또 다른 망자의 그곳과는 대조적이었다. 남은 가족에게 마사토의 생전 이미지는 도박 중독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집 밖에 있는 날이면 마사토는 허구헌날 마작에 빠져 지내기 일쑤였고,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날이면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온 가족이 온종일 시달려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사토는 담배를 구입하겠다며 집 밖으로 나간 뒤 그 길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부재는 13년 동안이나 길게 이어진다. 영화 ..

빠름에 지친 당신을 위로해줄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대학 입시 학원에 다니는 영호(강하늘)는 벌써 세 번째 대입에 도전 중이다. 하지만 공부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학원과 집을 오가는 일상은 무료하고 단조롭기 짝이 없었다. 매사가 심드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호는 초등학교 재학 시절 당시의 한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달리기 시합 도중 넘어진 자신에게 손수건을 건넨, 같은 학년의 한 소녀. 영호는 그녀의 체육복 위에 또렷이 새겨진 이름 석자 '공소연'을 기억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당시의 사건은 그에겐 잊지 못 할 추억이 됐다. 수소문 끝에 그녀의 주소를 알아낸 영호는 무작정 편지를 써 보낸다. 영호가 보낸 편지는 며칠 후 부산에서 어머니(이항나)와 함께 중고책방을 운영하는 소희(천우희)의 손에 닿는다. 소희는 영호가 기억하는 소연의 동생이며, 소..

아무튼, 새해엔 행복해지자 <해피 뉴 이어>

비정규직 직원(원진아)부터 호텔리어(한지민), 도어맨(정진영), 그리고 사장(이동욱)까지 호텔이 일자리인 사람들, 연말 콘서트를 기획하고(서강준, 이광수) 또 이를 관람하는 사람들, 결혼식 준비에 분주한 사람들(김영광, 고성희), 매주 토요일마다 맞선을 보기 위해 라운지에 등장하는 사람(이진욱), 공무원시험에 연거푸 낙방하고 모든 걸 포기한 사람(강하늘). 2021년말, 호텔 엠로스에는 저마다 나름의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오랜 기간 짝사랑해 왔으나 정작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해 결국 사랑을 놓쳐버린 40살 노처녀에게도 희망이란 게 과연 찾아올까. 일개 말단 직원 덕분에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호텔 사장, 아슬아슬 펼쳐지는 이들의 로맨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다 <나는 보리>

강원도 강릉의 한 작은 마을. 초등학생인 보리(김아송)는 푸른 바다가 손에 잡힐 듯한 이곳에서 아빠(곽진석), 엄마(허지나), 그리고 동생 정우(이린하)와 함께 살아간다. 보리를 제외한 나머지 식구들은 모두가 청각장애인이다. 때문에 음식을 주문하는 일처럼 듣고 말하기가 요구되는 사안은 죄다 보리의 몫이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가족과의 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보리는 이렇듯 일상 속에서 수어를 터득하고 있었다. 보리네 가족은 아이가 딸린 여느 가정처럼 복닥거리는 일상이지만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남 부러울 게 없다. 그런데 보리는 언젠가부터 가족 사이에서 묘한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왠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만 함께하지 못 하고 주변부를 맴도는 느낌이다. 장애인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비장애인인..

위정자와 말의 품격

말에도 품격이 있다. 말은 곧 한 사람의 성품이자 인격을 드러낸다. 무심코 던지는 말과 함께 배어나오는 인물 됨됨이는 그가 아무리 뛰어난 언변을 구사하며 이를 의식적으로 감추려고 해도 결코 감출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더구나 말이란 한 번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순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손 안에 가둘 수 없는, 말이 지닌 고유한 특성 때문이다. 한 사람의 입 밖에서 빠져나온 말은 별다른 저항 없이 백 사람, 천 사람의 귀로 옮겨다닌다. 이는 다시 만 사람, 백만 사람의 입을 타고 전파된다. 이렇듯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귀와 입을 거친 말은 결국 처음 말을 꺼낸 이를 향해 되돌아오는 수순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날카롭고 뾰족한 말에 의해 상처를..

생각의 편린들 2021.12.30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 영화 <어느 가족>

근래 들어서는 예전에 비해 그 의미가 다소 포괄적인 개념에 가까워졌지만, 가족은 통상 '혼인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집단, 또는 그 구성원과의 관계'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조금은 특이한 형태의 가족도 존재한다. 겉으로 볼 땐 조부모와 부모 그리고 손주까지 3대가 함께 복닥거리면서 사는 영락없는 대가족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피가 전혀 섞여 있지 않다. 그 흔한 혼인관계조차 없다. 쉽게 떠올릴 법한 전통적인 관계의 가족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도 않다. 가족 구성원들은 일용직이나 유흥업소에 몸 담으며, 아이에게는 도둑질을 종용하는 등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집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은 전통 의미의 가족과는 달리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조..

언론의 '허경영 띄우기'가 소름 돋는 이유

지난 26일 일부 언론이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와 관련한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24일 전격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하여 허경영 대표가 지난 1월 유튜브 방송인 '이봉규TV'에 출연, 관련 발언을 했던 게 적중했다는 내용이다. 허 대표의 1월 발언을 예언이라 지칭하는 등 기사 제목은 누가 보아도 자극적이다. '한국경제'는 '허경영 예언 소름 "박근혜·이석기 석방하고 한명숙 복권"', 그리고 '서울경제'는 '허경영, 예언 적중···"박근혜·이석기 석방·하고, 한명숙 복권"'이라는 거의 유사한 제목으로 기사를 뽑았으며, 이는 해당 언론사들이 주요기사로 채택하면서 한동안 포털 메인 자리를 차지, 수많은 이들에게 노출됐다. 허 대표는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서울특별시..

생각의 편린들 2021.12.28

작은 위안으로 이끄는 영화 <카모메 식당>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카페 겸 음식점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가 나홀로 운영 중이다. 가게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손님이 많지 않다. 그녀는 손님이 곧 하나둘 늘어날 것이라 믿고 매일 아침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며, 분주한 손길로 식기들을 닦는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첫 손님을 맞게 되는 카모메 식당. 토미(자코 니에미)라 불리는 핀란드 국적의 청년이다. 그는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사치에와 금방 가까워진다. 그렇게 카모메 식당과 인연을 맺은 그에겐 사치에가 정성껏 내린 커피를 마시는 일이 매일 치러야 하는 일과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무작정 핀란드 여행에 뛰어든 일본인 여성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를 사치에가 우연히..

덜덜 떨면서 먹어야 제맛.. 얼어 죽어도 '동치미국수'

26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곤두박질쳤다. 한겨울로 깊숙이 진입한 모양새다. 습관처럼 켜놓은 TV 화면에는 목도리 등으로 칭칭 감싼 차림새로 얼굴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기상 캐스터가 등장,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며 외부의 느낌을 생생히 전하고 있었다. 덕분에 조금은 밋밋하여 잊고 지내온 한겨울의 느낌이 온전히 되살아난다. 이런 날에는 움직임 자체가 무척 곤혹스럽다. 일요일인 게 천만다행이다. 오늘처럼 온몸이 오들오들 떨릴 정도로 몹시 추운 날이면 으레 따스한 국물이 곁들여진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난 그 반대다. 추우면 추울수록 되레 덜덜 떨면서 먹어야 제 맛으로 다가오는 음식 하나를 떠올린다. 흔히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생각하기 십상이겠으나 이는 아니다..

그냥 저냥 202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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