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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불러온 비극, 바이러스의 습격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습으로 인해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중국 내 사망자가 2천 명을 넘어섰고, 확진자는 어느덧 8만 명에 육박한다.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는 등 이미 지역사회 감염 단계에 들이선 우리나라 역시 비상이 걸렸다. 바이러스의 기세가 워낙 드센 까닭에 감염병의 확산세가 언제쯤 주춤하며 변곡점에 이르게 될지, 아울러 언제쯤 상황이 모두 종식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이다. 코로나19는 2002년 사스,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이다. 22일 방송된 SBS ‘바이러스의 예고된 습격’ 편에서는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감염병의 원인과 그에 따르는 대책을 살펴봤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

생각의 편린들 2020.02.22

취약계층의 삶을 짓밟는 좀비 채권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가구당 부채는 평균 8천만 원에 육박했다. 전체 가계부채와 자영업 대출을 합산할 경우 2천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서는 이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가족이 극단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 뒤에는 생활고와 채무 부담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복지제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고, 개인회생이나 파산 제도도 운영되고 있는데 왜 이러한 비극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걸까? 지난 1일 방송된 SBS ‘평생 족쇄 좀비 채권을 아십니까?’ 편에서는 빚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현실과 그로 인한 문제점 그리고 해결책에 대해 짚어봤다. 환갑이 넘은 유모 씨는..

생각의 편린들 2020.02.03

전두환과 추종자들, 그리고 추적자

지난해 12월12일은 12.12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40년이 되던 날이다. 군대 내 하급상과 내란죄를 저질렀던 전두환과 정호영, 최세창 등 신군부 세력들이 이날 강남의 한 식당에 모여 오찬을 즐겼다. 한 사람당 20만 원의 고급 오찬을 즐긴 그 자리에서 전두환씨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함께한 이들로부터 여전히 각하라 불렸다. 12.12군사반란으로 군을 장악한 신군부. 이들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민간인을 학살하였으며, 정권을 찬탈한 뒤엔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 그동안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증거가 제시돼 왔으나,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여전히 진상규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20년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

생각의 편린들 2020.01.04

산책은 늘 즐겁다

해가 또 바뀌었다. 눈 깜짝할 새다. 시간의 속도가 나이에 정확히 비례한다더니 정말 그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광석화와 같다. 오랜 풍화작용에 의해 돌의 거친 표면이 점차 부식되고 무뎌지는 것처럼 나이가 들면서 말랑말랑하던 나의 감정도 딱딱하게 경화된 탓인지 이젠 해 바뀜 현상마저도 별 감흥이 없다. 언젠가부터 새해맞이 이벤트 따위는 먼 나라 이야기가 돼버렸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해가 갈수록 왠지 더욱 애착 가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산책이다. 하루 24시간 중 오롯이 혼자서 걷고, 혼자서 생각하는 바로 그 시간이 내겐 점점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하루를 갈무리하는 데 있어 산책만큼 효율적인 건 없는 것 같다. 산책은 그 자체로 유산소운동 효과가 있는 ..

그냥 저냥 2020.01.02

진정한 믿음이란 '필그리미지'

십자군 전쟁이 한창이던 13세기 초. 아일랜드의 한 외딴 수도원에는 그리스도교의 성물이 보관되어 왔다. 성물은 1세기경 그리스도교 선교에 나섰다가 이교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순교자와 관련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십자군 전쟁의 승리를 바라던 교황은 수도사 제랄도(스탠리 웨버)를 이곳 수도원으로 파견 보낸다. 로마까지 성물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에 수도원은 벙어리(존 번탈)와 디아뮈드(톰 홀랜드) 등 몇 명의 수도사들을 선발, 순례길에 동행시킨다. 드디어 장도에 오른 수도사들. 하지만 순례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영화 는 아일랜드의 한 수도원에 보관돼 있는 성물을 교황의 지시에 따라 수도사들이 로마로 옮기는 여정 중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어떠한 경우보다 진실한 믿음이 ..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해줄 영화 '해피 어게인'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 웨스(조쉬 위긴스)와 단 둘이 사는 빌(J.K. 시몬스). 정든 집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다. 웨스는 새롭게 바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새로운 여자 친구도 생겼다. 웨스는 레이시(오데야 러쉬)의 불어 숙제를 도우며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아내를 잊지 못해 고통을 겪던 빌도 불어 교사 카린(줄리 델피)과의 교제로 다행히 상처가 조금씩 아무는 느낌이다. 영화 은 아내를 잃은 한 남성의 상실감 극복기다. 죽은 아내를 잊기 위해 스스로를 새로운 환경에 내던진 남성, 하지만 우울증 증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어느덧 생명마저 위협해오는 상황, 이렇듯 부지불식간 닥쳐온 위기를 아들과 함께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세상을 떠난 아내 지니는 빌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새..

관객이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영화 '한나'

조용한 일상을 살아가던 한나(샬롯 램플링), 어디론가 갈 채비를 마친 남편(안드레 윌름스)과 함께 집을 나선다. 먼 길이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형무소였으며,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는 달리 오직 한나 한 사람뿐이었다. 남편이 수감된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한나의 일상,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과 직장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손주의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손수 만들어 아들의 집을 방문하게 된 한나. 하지만 아들이 그녀에게 내뱉은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다시는 안 봤으면 좋겠다는 독설이 그의 입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문전박대를 당한 그녀는 결국 남몰래 울분을 토하고 만다. 영화 는 노년에 접어든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남편이 수감된 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누리려 노..

아이들 눈높이로 바라보는 세상 '우리집'

초등학교 5학년인 하나(김나연). 아이의 집은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다투는 부모 때문이다. 하나는 틀어진 부모의 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 반찬거리를 사오고 요리를 익혀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등 부단히 애를 쓴다. 하지만 깊숙이 팬 갈등의 골은 좀처럼 메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에 사는 유미(김시아), 유진(주예림) 자매와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하나. 부모가 멀리 일을 나가는 바람에 늘 자매만 남게 된 집에서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관계 또한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 ‘우리집’은 각기 처지가 다른 두 가정의 아이들이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그렸다. 데뷔작 ‘우..

'아이를 위한 나라는 없나'

지난 12월 10일,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던 날이다. ‘민식이법’ 등 아이들의 이름이 붙은 십여 개의 법안 가운데 두 개가 이날 통과됐다. 이에 앞서 숨진 아이의 영정 사진을 부여안은 부모들은 국회의원 앞에 무릎을 꿇고 ‘다른 아이들은 이런 일로 다치거나 죽어선 안 된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렇다면 숨진 아이들의 부모는 왜 국회의원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으며 그 심정은 어땠을까? 28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아이를 위한 나라는 없나’ 편에서는 민식이법 등 아이들의 이름이 붙은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기까지의 과정과 아이를 잃은 고통 속에서도 법안 통과를 위해 애썼던 유가족들의 심정을 취재했다. 인천 송도. 사고 이후 이소현씨는 아들 태호의 방을 차마 치우지 못한다. 태호가 사고 ..

생각의 편린들 2019.12.28

"펭하!"로 요약되는 2019년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열망은 일과 삶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이를 통해 일상에서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소박한 형태로 투영돼 왔다. 이러한 삶의 변화 의지는 ‘워라밸’과 ‘소확행’이라는 신조어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는 그동안 지나치게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성공 지향의 삶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결과물이기도 하거니와,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이상이라는 높은 벽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수긍해야 하는 자조적인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저물어가는 2019년 올 한 해 동안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열망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형태로 반영되었을까? 한 가지를 콕 집어 얘기하자면, 2019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EBS 캐릭터 ‘펭수’..

생각의 편린들 2019.12.27

철학하는 여성의 삶의 극복 과정 '다가오는 것들'

고등학교 철학 교사로 근무하는 나탈리(이자벨 위페르). 그녀에겐 지식인으로서의 동료이자 남편 하인츠(앙드레 마르콩)와 두 자녀, 그리고 어머니(에디뜨 스꼽)가 있었다. 어머니는 가족과 따로 살고 있었으나 연로한 데다 공황 장애까지 앓고 있어 늘 나탈리의 손길이 아쉬운 형편이었다. 집과 일터를 오가며 어머니의 돌봄까지 도맡고 있는 그녀. 비록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이었으나 그럼에도 일상의 삶은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귀고 있다”고 실토한다. 뜬금없는 소식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나탈리. 행복하던 그녀의 일상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건 이때부터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의 몸 상태마저 갈수록 악화되어 갔다. 감당하는데 한계를 느낀 나탈리는 결국 어머니를 요양원..

귀엽고 앙증맞은 소동 '패트와 매트: 우당탕탕 크리스마스'

이웃에 사는 패트와 매트는 손재주가 워낙 뛰어나 무엇이든 뚝딱하고 만들거나 고친다. 흙손이나 똥손으로 태어난 이들에겐 둘의 재능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닐 듯싶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말없이 엮어내는 에피소드의 대부분은 어이없거나 황당함 일색이다. 웃지 않고선 못 배긴다. 모르긴 몰라도 자본주의의 논리를 잣대 삼아 이들의 행위를 저울질할 경우 비생산적인 결과물이라는 이유로 불량품 취급을 당할 게 틀림없다. ‘패트와 매트’가 다시 돌아왔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대명사격인 체코의 TV 시리즈 ‘패트와 매트’는 1976년부터 만들어져 체코인들의 국민 캐릭터로 자리 잡아 왔으며,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어 무려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작품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촬영 대상의 움직임을 연..

사랑은 모든 곳에 있다 '러브 액츄얼리'

샘(토마스 생스터)의 새 아빠 다니엘(리암 니슨)은 최근 아내와 사별했다. 이후 샘은 방에만 틀어박힌 채 꼼짝도 않는다. 엄마를 잃은 상실감 때문이라고 생각한 아빠의 근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근 샘이 벌인 행동은 아빠의 생각과는 달랐다. 기우였다. 샘은 학교에서 가장 인기 좋은 친구를 이성으로 좋아했는데, 정작 그녀는 샘의 존재조차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했던 것이다. 아빠는 샘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샘의 수준에 맞는 연애 컨설팅에 나선다. 영국 수상의 집무실 직원 나탈리(마틴 맥커친). 그녀는 새로 부임한 수상(휴 그랜트)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던 도중 연거푸 실수를 저지른다. 그럼에도 그녀로부터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하는 수상, 어쩐지 그의 시선엔 애정이 듬뿍 담겨 ..

아메리카노와 한약

한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다는 한 브랜드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물론 개인적으로 간 건 아니다. 모임의 뒤풀이 장소라 어쩔 수 없이 가게 됐다. 입구에 들어서니 높다란 천장과 넓게 트인 매장의 전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개방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좁아터진 공간의 여느 커피숍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좌석 곳곳에 노트북을 펼쳐놓은 채 무언가 작업에 몰두하는 손님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 가운데서도 넓은 공간에 비해 터무니없이 좁아 보이는 긴 협탁에 상대방의 노트북이 닿을 듯 말 듯 마주 앉은 젊은이들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일행이 아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가까이 마주 앉는다면 난 답답해서 못 견딜 것 같은데, 정작 그곳에 앉아있는 이들은 전혀..

그냥 저냥 2019.12.23

관계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호스피스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기도를 해주던 한 신부님이 있었다. 이 신부님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에게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어떠했느냐 물었고, 이들 가운데 80%가량은 ‘인생이 아주 짧은 1박 2일 같았다’고 답했단다. 고 천상병 시인 역시 그의 시 ‘귀천’을 통해 삶을 일찌감치 소풍으로 비유한 바 있다. 그의 뛰어난 통찰력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 하지만 적어도 눈을 감는 순간 이를 되감아볼 경우, 우리가 지나온 자취는 길어봐야 1박 2일, 그도 아니면 소풍처럼 아주 잠깐 머물렀던 기억으로 남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죽는 순간 가장 후회하는 건 무얼까? 죽는 이들의 십중팔구는 ‘관계’를 가장 아쉬워하고 있었다(이근후의 저서 ‘백 ..

그냥 저냥 2019.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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