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아무튼, 새해엔 행복해지자 <해피 뉴 이어>

새 날 2022. 1. 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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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직원(원진아)부터 호텔리어(한지민), 도어맨(정진영), 그리고 사장(이동욱)까지 호텔이 일자리인 사람들, 연말 콘서트를 기획하고(서강준, 이광수) 또 이를 관람하는 사람들, 결혼식 준비에 분주한 사람들(김영광, 고성희), 매주 토요일마다 맞선을 보기 위해 라운지에 등장하는 사람(이진욱), 공무원시험에 연거푸 낙방하고 모든 걸 포기한 사람(강하늘). 2021년말, 호텔 엠로스에는 저마다 나름의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오랜 기간 짝사랑해 왔으나 정작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해 결국 사랑을 놓쳐버린 40살 노처녀에게도 희망이란 게 과연 찾아올까. 일개 말단 직원 덕분에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호텔 사장, 아슬아슬 펼쳐지는 이들의 로맨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오랜 무명 생활을 동고동락해 오면서 최정상의 싱어로 성장시킨 매니저, 버림 받을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어떤 운명과 마주하게 될는지.

 

 

아내와 사별하고 우연히 첫사랑과 만나게 된 초로의 남성이 찾는 행복은 과연 어떤 색상일까. 눈처럼 깨끗한 색일까 아니면 흐르는 강물처럼 맑은 색일까.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나 순정만큼은 한결 같았던 앳된 고딩의 사랑 고백은 성공할 수 있을까. 수년 간 공무원시험에 매달려 왔으나 또 다시 실패한 청년, 연인마저 자신의 곁을 떠나면서 자포자기에 빠져든 뒤 반지하 셋방을 벗어나는 이 청년 앞에는 과연 어떤 미래가 놓일까.

 

 

영화 <해피 뉴 이어>는 호텔 엠로스를 공간적 배경으로, 다양한 사연을 지닌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일종의 판타지 내지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14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주연 배우를 등장시켜 화제가 됐다. 이들의 울고 웃기는 다양한 사연을 통해 관객들은 희망을 꿈꾸고, 또 행복감을 만끽하게 된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14인 14색의 캐스팅과 연기는 이채롭다. 다양한 이야기를 선사해준다. 다만, 다소 산만한 느낌은 피할 수 없다. 그나마 한지민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이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에 극은 시종일관 매끄럽게 흘러간다. 곳곳에 배치된 웃음 코드의 상당 분량은 배우 강하늘이 담당한다.

 

간만에 스크린을 통해 만나게 된 배우 이혜영. 그녀는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쳤으며, 연륜과 함께 늘어난 얼굴의 주름마저도 어쩐지 멋지게 다가온다. 학교 운동장에서 배우 정진영과 함께 펼쳐보인 신은 그녀만의 특별한 매력이 도드라진다. 이 많은 유명 배우들이 한 작품에 캐스팅되어 등장하고, 이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사실 무척 흥미롭고 유쾌한 일이다. 

 

 

2021년은 우리 모두에게 유독 힘든 한 해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게 다가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팬데믹 상황이 백신의 본격적인 보급과 함께 조금씩 수그러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위드코로나가 가동될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랐다.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팬데믹 상황은 되레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보일 듯 하면서도 좀처럼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긴 터널. 우리는 이 터널의 중간 부분에서 지금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이다. 

 

 

 

이런 우리에게 가끔은 판타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연말연시 특수를 노린 뻔한 내용의 장르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실타래처럼 뒤엉켰던 일들이 마법처럼 스르르 풀리는, 어른을 위한 동화 내지는 판타지를 통해 관객은 위안을 얻게 된다. 일종의 심리적 백신이랄까. 적어도 영화를 관람하는 러닝타임(138분으로 꽤 길다)만큼은 걱정과 시름 따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울러 영화 <해피 뉴 이어>가 관객에게 전달하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새해에는 조금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을는지.

 

아무튼, 2022년 새해에는 모두가 행복해지자.

해피 뉴 이어~

 

 

감독  곽재용 

 

* 이미지 출처 : CJ ENM , 티빙(T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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