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카카오 카풀과 택시 업계의 갈등, 어떻게 봐야 하나

새 날 2018. 10. 1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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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은 미래 예측과 관련하여 상당히 의미심장한 해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세계 최고 기업의 타이틀이 4년 6개월 만에 애플에서 구글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아이폰의 신화에 힘입어 시가총액 세계 1위의 기업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애플이 그 지위를 플랫폼 기업인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에 넘겨준 것이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카카오가 카풀 기사를 모집하겠다고 하자 관련 업계, 그러니까 택시 업계가 집단 반발에 나섰다. 18일 새벽 4시부터 택시들이 운행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카카오가 선보이게 될 카풀은 승용차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이때 운전자는 소정의 운송료를 지급받게 된다. 택시 업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노컷뉴스


해당 서비스가 시행될 경우 택시 이용 고객의 일부가 카풀 쪽으로 옮겨가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들의 소득 일부가 줄어드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앉아서 밥그릇을 고스란히 빼앗기는 형국이니 이들의 반발이 일견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택시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사실 손해볼 게 전혀 없다. 가뜩이나 바쁘고 정신없는 출퇴근 시간대에 이용 가능한 선택지 하나가 늘어나는 효과를 마다할 리 만무한 까닭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지칭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경제의 중심축이 플랫폼 기업으로 옮겨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플랫폼을 중심으로 경제가 급속하게 재편될 것이라는 의미다. 카카오의 노림수 역시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렇다면 플랫폼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공급자와 수요자 등 복수 그룹이 참여하여 각 그룹이 얻고자 하는 가치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된 환경을 일컫는다. 즉, 플랫폼 참여자들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며,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말한다. (플랫폼이란무엇인가, 2014. 4. 15., 커뮤니케이션북스)



이 플랫폼은 하드웨어와 달리 한 번 정착되면 이용자가 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특성을 지닌다. 때문에 시장에서 이를 선점, 주도권을 장악한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데, 카카오는 바로 이를 간파한 것으로 읽힌다. 가장 비근한 사례로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들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타의 비슷한 서비스들이 맥을 못추는 건 앞서 언급한 바로 선점 효과 탓이다. 카카오는 바로 이 카카오톡을 토대로, 국내 최고, 아니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우뚝서고 싶은 속내를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노컷뉴스


그렇다면 플랫폼은 왜 대세일 수밖에 없는지 외국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구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SNS의 대명사격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회사는 정작 자신들은 콘텐츠를 전혀 생산하지도 않으면서 전 세계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돈을 번다. 이들이 하는 일이란 그저 사람들이 떠들고 놀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제공해줄 뿐이다. '에어비엔비'는 또 어떤가. 아이러니하게도 호텔 등의 숙박시설 하나 없이 세계 1위의 숙박업체로 자리잡았다. 우리가 근래 자주 들어온 택시회사 '우버' 역시 자동차 한 대 없이 세계 최고의 운송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모든 게 바로 플랫폼 덕분이다.


자, 그렇다면 지금 카카오는 어떤 그림을 그려놓고 있는 것일까? 결국 한국형 우버를 꿈꾸는 게 아닐까? 더 나아가 자율주행차량 기술이 본격 궤도에 오를 경우 사람이 차량을 운전하는 일은 사라지게 될 테고, 아울러 차량을 소유하는 일도 덩달아 없어지게 될 공산이 크니 해당 사업은 더욱 날개를 달게 되지 않을까? 지금의 우버나 카카오 카풀 등도 어차피 과도기적인 서비스일 뿐, 종국엔 사람이 직접 운전해야 하는 직업 대부분이 수 년 내에 사라지는 게 기정사실 아닐까?



그렇다면 미래의 모습이 이렇듯 성큼 다가온 상황에서 정작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택시 업계부터 살펴보자. 이들은 대대적인 변화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단순히 카풀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작금의 갈등은 과도기적 시련일 뿐, 운송 서비스의 기본 패러다임이 대대적으로 변모하게 되는 변곡점에 점차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 업계가 이러한 변화에 발빠르게 그리고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집단 행동에 나서는 등 그저 실력행사에만 매달릴 경우, 변화에 따르는 거대한 충격을 완충 작용 없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늘 각종 문제에 노출되는 등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한다. 이에 대해 규정하는 법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미비한 까닭이다. 카풀 서비스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처리해야 하는 보험 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으며, 기존 법으로는 현재의 서비스를 완전히 커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더욱 치명적이다. 정부와 국회가 시급히 관련법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법을 정비할 필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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