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스무 살 청년 송유근을 응원합니다

새 날 2018. 10. 2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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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근의 근황이 소개됐다. SBS 스페셜 527회 '천재소년의 자화상 스무 살, 송유근'편을 통해서다. 어릴 적부터 그에게 쏟아진 과도한 관심은 사실상 한 사람의 삶에 있어 약보다는 독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평범하지 않은 재능만큼이나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 어린 학생 혼자서 이를 오롯이 감당하기에는 그 짐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거운 성질의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논문 표절 논란과 박사 학위 취득 실패 이후 그는 약 3년 동안 성장통을 앓아야 했다. 대중들은 그에 대해 품었던 기대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실패에 대한 혹독한 매질과 함께 진짜 천재가 맞느냐며 따가운 의혹의 눈초리를 쏟아냈다. 과정보다 결과를 더욱 중요시여기는 일종의 사회적 관행의 연장선이었다. 대중들은 그를 좀처럼 가만히 놔두지를 않았다. 어릴 적 주변 사람들이 그의 천재성이 진짜인지 괜스레 확인해보고자 하는 호기심과 장난기가 발동, 끝없는 질문 세례 속에서 고역을 치러야 했듯이 대중들의 혹독한 비아냥거림을 송유근은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다.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의심과 학문적 접근법에 따라 얼마든 객관적인 비판이 가능하다지만, 일부 대중들은 그러한 측면이 아닌, 단순히 그가 미디어에 의해 탄생한 가짜 천재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싶었던 듯 아예 재능 자체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반 박자가량 템포를 늦춘, 조금은 느긋한 성장 과정을 곁에서 응원하며 지켜볼 수는 없었을까?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모두 나서서 조바심을 내고 그의 재능을 의심하면서 가짜 천재로 몰아붙였던 일이 과연 온당한 걸까?



이후 그의 안위가 걱정됐는데, 다행히 송유근의 정신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인했으며, 심지 또한 매우 견고한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그를 힐난하는 수많은 이들보다는 강했다. 논문 표절과 박사 학위 실패를 경험한 이래 국내 어느 곳에서도 송유근을 받아주는 데는 없었다. 철저하게 홀로서기에 나선 송유근은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동안 자신을 기꺼이 품어준 대만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했으며, 지금은 일본의 국립천문대가 재능을 인정, 공동연구를 받아들였다. 오카모토 명예교수가 송유근을 공동 연구자로 추천, 함께 새로운 연구에 몰두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남들과는 다른 재능을 보유한 탓에 또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들과 늘 함께 생활해야 했던 그가 어떤 종류의 공동체이든 잘 섞이기보다 주변에서 겉돌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기우였다. 송유근은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디에서도 어울릴 수 있는 사람”으로 스스로 규정지으면서 앞서 언급한 환경을 어려워하거나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이를 회피하지도 않았다.



어느덧 스무 살의 청년으로 훌쩍 성장, 어엿한 성인이 된 송유근, 그의 발언은 매사에 똑 부러질 만큼 분명한 의사가 담겨 있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할 줄 아는 멋진 청년이었다. 대한민국은 천재를 품고 온전히 키워내기에는 예나 지금이나 척박한 횐경임이 틀림없다. 조금이라도 튀는 사람의 꼴을 보지 못하는 풍토 때문이다. 비단 천재뿐만이 아니다. 남들과는 다른 이들을 솎아내는 데는 도가 트였다.


평범한 재능을 월등히 앞서는 아동에게 기존의 절차와 규정을 들이대면서 잘못되었다고 소송을 거는 곳이 다름 아닌 대한민국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송유근이 무심코 던진 텍스트 뭉치들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아득한 느낌이다. "가슴 아프지만 내 나라에서는 내가 어떤 것을 하더라도 안티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해외에서 연구를 계속하기로 했다"



아울러 송유근과 공동연구 중인 일본의 오카모토 교수의 발언을 통해서도 그 일단이 드러난다. "가능성이 충분한 청년을 망가뜨리는 것은 한국에도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정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면 나는 전력을 다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무 살의 청년 송유근은 의연했다. 오는 12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그는 병역 의무에 대해 내 나라를 지키는 일이자 새로운 또래들과 함께 부대끼며 성장할 수 있는 둘도 없는 훌륭한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된 뒤 국내 언론 매체들은 한 네티즌의 지적을 인용, SBS가 송유근을 피해자처럼 묘사했다며 방송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등 또 다시 송유근 흔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SBS 제작팀이 이에 대해 방송 조작이 아니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지만 뒷맛은 영 씁쓸하다.



세상이 온통 그를 힐난하고 손가락질할 때 그가 마음 깊숙이 품은 ‘어디 두고 보자’던 의지 그대로, 아울러 ‘논문으로 시비를 걸었으니 논문으로 증명해보이겠다’던 패기 그대로, 그가 현재 계획 중인 연구들을 모두 차질 없이 완결 짓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보란 듯이 포효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좋아한다는 타이틀, 이를테면 최연소 박사 학위 취득 따위의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들에 휘둘리지 말고 조금은 늦더라도 아주 천천히 그가 좋아하며 바라던 대로, 그리고 즐기면서 블랙홀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천체 물리학자로 거듭나길 바라는 바다.



송유근은 언제나 없던 길을 개척해온 인물이다.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차근차근 발휘, 그가 그토록 좋아하고 꿈꿔온 학문 분야에서도 전인미답의 길을 사뿐히 걷길 바라는 마음 굴뚝같다. 스무 살 청년 송유근을 응원한다.



* 이미지 출처 : POOQ(푹)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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