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순환경제 시대가 온다

새 날 2018. 10. 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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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구가 6번째 대멸종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하고선 다소 놀랐다. 인간의 과욕이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고, 이는 결국 돌고 돌아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일종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후 공중파나 케이블 가릴 것 없이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 방송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쏟아지고 있다. 물론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JTBC '다큐 플러스'에서는 '순환경제 시대가 온다'편을 통해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고 소비하는 제품들로 인해 지구가 비명을 지르고 있고, 어느덧 한계에 봉착,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이며, 일본의 사례를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제품들은 대개 각기 다양한 양태로 이쁘게 포장되어 있기 마련이다. 정작 사용하는 물건보다 포장의 부피가 훨신 클 만큼 자원이 지나치게 낭비되고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2016년 통계청의 통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렇듯 버려지는 것들 가운데 일부는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쓰레기 형태로 모아져 소각시키거나 매립하는 형태로 폐기 처분된다.



우리나라의 쓰레기 분리수거 및 재활용 시스템은 양적으로 볼 때 세계 으뜸일 정도로 잘 갖춰져 있으나, 질적으로 조금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환경부가 통계 낸 국가별 생활폐기물 매립률 만으로도 이 같은 사실은 여실히 입증된다. 여타의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결국 버려진 쓰레기들이 재활용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어딘가에 이들을 한데 모아 매립하거나 소각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프로그램에서는 이의 사례로 부산의 생곡마을을 들고 있다. 살기 좋은 농촌마을이었던 이곳은 얼마 전 쓰레기 매립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악취와 미세먼지 때문에 빨래를 널어놓을 수도 없고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지도 못하는, 죽음의 마을로 돌변했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한 제품들로부터 쏟아져나온 쓰레기들은 반드시 이곳 생곡마을처럼 별도로 지정된 어디론가 옮겨져 매립하거나 소각시켜야만 한다. 생곡마을은 부산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쓰레기들이 집결하는 장소다.



님비현상이 만연하면서 저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이러한 혐오시설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혹여 우여곡절 끝에 해당 시설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생곡마을과 같은 난처한 과정을 반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물론 쓰레기를 생산하지 않으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 사안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비닐봉투나 1회용 컵 등 플라스틱이 몇 개씩은 사용되고 버려지는 상황에서 과연 가당키나 한 노릇일까?



그래서 대안으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는 인구 1700명가량이 거주하는 조그만 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이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왜일까? 바로 쓰레기 제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마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나서서 자원을 재활용하고, 쓰레기를 일절 생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누구에게든 귀찮은 일이다.



가령 재활용품을 40가지 종류로 세분하여 분리 수거하려면 주민들의 노력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결코 해낼 수가 없다. 이렇듯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어림도 없는 과정을 이곳 마을 주민들은 아무런 불만 없이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이로 인한 성과는 놀랍다. 마을에 쓰레기가 전혀 배출되지 않기에 쓰레기 수거 차량의 출입이 일절 없으며, 깨끗한 환경 덕분에 친환경마을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재활용된 자원들은 별도의 기관에서 가공, 외부에 이를 판매하여 수익도 올리고 있었다.



소비가 있는 한 제품의 포장 등 자원이 활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버리곤 하는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류는 분해되는 데만 500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최근 한반도보다 훨씬 큰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뤄진 섬이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떠다닌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한 바 있다. 이들 플라스틱류들이 떠돌아다니면서 침식되고 풍화되어 미세 플라스틱 형태로 다시 바닷속에 쌓이고 이는 어떻게든 다시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오기 마련이라는 끔찍한 소식도 접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제법 구체적인 해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이용하여 대량생산하고, 이를 소비한 뒤 폐기하는,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선형경제'가 아닌,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의 가치를 추구하는 '순환경제'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재활용된 자원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하면 으레 저렴하고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으나, 근래에는 고부가가치의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인식 변화를 꾀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렇듯 순환경제는 자원을 활용하고 난 뒤 폐기하는 게 아닌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꾀하며, 고부가가치의 제품 개발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구의 환경을 살리고 숨통을 트이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낸다. 앞으로는 어떤 종류가 됐든 기업에서 자원을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할 때엔 소비 후 정확하게 어떤 경로로 재활용이 이뤄져야 하는가를 고려, 자원이 활용된 이후 단순히 폐기되는 수순이 아닌, 끊임없이 순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할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들 역시 그에 걸맞는 시민의식 제고가 절실해 보인다.


지구야, 자꾸만 괴롭혀서 미안해.



* 이미지 출처 : POOQ(푹)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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