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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냥 303

책과 맥주의 조합 '책맥' 붐을 환영하는 이유

주변 사람들이 태블릿을 왜 구입하느냐고 묻는다. 특히 아내의 눈초리가 제일 매섭다. 이럴 경우 가장 둘러대기 좋은 건 바로 전자책으로써의 활용도다. 물론 이는 태블릿의 구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된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딱히 용도가 뚜렷하지 않은 녀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둘러대기라도 해야 명분이 생기니 말이다. 일종의 구실이었다. 심지어 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불어 넣기까지 한다. "그래, 난 전자책이 필요한 거야." 사실 내겐 진짜 전자책이 하나 있다. 물론 수년 전에 구입한 녀석이라 이젠 고물로 전락했다. 그래도 무려 컬러였으며, 안드로이드를 OS로 채택한, 당시엔 상당히 획기적인 녀석이었다. 세월의 흐름은 이 녀석인들 비껴갈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성능상 최신 어플을 제대로 받아들..

그냥 저냥 2016.10.19

그래, 난 아재다

"요즘 텔레비젼을 보면 말이지..." 이 한 마디에 주변은 온통 술렁이기 시작한다. 혹시 내가 말을 잘못 꺼내기라도 한 걸까? 소심했던 난 당황한 나머지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며 유심히 귀를 기울인다. "얘들아, 텔레비젼이래, 텔레비젼.. 큭큭~" 그러니까 요는 이랬다. TV를 텔레비젼이라 표현했던 게 아이들에게는 영 어색하고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멀쩡한 말들도 줄여 사용하거나 초성으로 표현하기 일쑤인 요즘 아이들이거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혀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었다. 뭐든 빨라야만 하는 아이들에게 있어 텔레비젼이라는 용어는 너무 장황한 표현 그 자체였을 테니 말이다. 이후 아이들은 내게 본격적인 '아재' 감별을 시도해 왔다. 물론 재미삼아 툭툭 내던지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익히 모르는 바 아니었고, ..

그냥 저냥 2016.09.23

추석 명절 풍경, 눈에 띄게 달라졌다

긴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나간다. '명절 후유증 극복 꿀팁' '남은 명절 음식 처리하기' '명절 연휴 직후 이혼 급증' 등과 같이 매 명절이면 반복되는 이야기들이 여지없이 올라온다. 통과의례다. 그런데 해마다 조금씩 변모해오던 추석 명절의 풍경이 올해엔 흡사 롤러코스터 마냥 심하게 출렁이는 느낌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연유일까? 물론 세대가 변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사고도 조금씩 달라지는 탓일 수 있겠으나, 이처럼 급격한 변화 뒤에는 보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 듯싶다. 원래 추석이라 하면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된 데 대해 조상에게 감사의 예를 올리고,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함께 음식을 장만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한 해 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시대..

그냥 저냥 2016.09.17

그냥 색칠을 하고 싶을 뿐이다

오늘 막내 녀석 참고서를 사기 위해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서점에 들렀다. 아침 시간대라 그런지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 여유로운 편이었으며, 덕분에 쾌적한 환경에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원하던 책을 골라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려던 찰나다. 곁에는 가장 인기 있다고 하는 책들을 별도로 전시해 놓은 코너가 있었는데, 우연히 한 권의 책에 눈길이 닿았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책이었다. 대부분은 비닐 커버로 씌워져 있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견본 책이 있었다. 거들떠 보니 색칠 책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색칠 책이 어른들에게 유행이란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아마도 계기는 지난해 종영됐던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등장, 일약 베스트셀러로 떠오르..

그냥 저냥 2016.09.11

백색 가운

흰색 하면 순결, 순수, 숭고, 정직, 계몽, 깨끗함, 단순함, 보호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뿐만 아니다. 인간의 인식 및 사고 유형을 6색상의 모자로 설명한 드 보노라는 학자에 따르면 흰색을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로부터는 아무 것도 칠해져 있지 않은 매우 깨끗한 원초적 상태의 흰색 종이 한 장을 떠올림직하다. 흰색이 지닌 고유한 상징성은 직업 세계에서도 유효하다. 위생과 깨끗함의 대명사격인 의사의 가운이나 반도체 생산공정에 몸 담고 있는 종사자 그리고 조리사의 복장은 한결 같이 흰색 일색이기 때문이다. 물론 약사나 수의사 등도 흰색 가운을 걸친다. 생각보다 많은 직업이 그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철저한 위생이 뒷받침되어야 하거나, 고도의 기술 집약이 ..

그냥 저냥 2016.09.04

산책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다

지난 2월부터 헬스장 대신 운동 장소로 택한 천변의 산책로는 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협소하고 제한된 장소가 아닌, 탁 트인 공간인 데다가 만인들에게 개방된 곳이다 보니, 그야말로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접하게 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갓난아기부터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그 스펙트럼이 무척 광활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걷는 일이 조금은 불편하거나 서툴러 보이는 사람, 어딘가 다친듯 병원 환자복을 입은 채 재활훈련을 나온 사람 등 겉으로 드러날 수 있는 웬만한 외양의 사람들은 모두 한꺼번에 이곳으로 쏟아져 나온 느낌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곳을 찾을까? 물론 나처럼 오로지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분..

그냥 저냥 2016.09.01

잘 견뎠어 그리고 잘했어, 토닥토닥~

더위가 주춤거리기는커녕 그 기세가 여전히 매섭다. 급기야 올 여름 최고기온마저 새롭게 갈아치우고 만 오늘이다. 최저 기온이 26도로 예보되어 있으니 오늘로써 서울의 열대야는 어느덧 30일째로 접어든 셈이다. 이러한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그 흔한 냉방병 앓이 없이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나 스스로가 대견스럽고도 놀랍다. 더구나 목표로 하던 개인적인 일이 이 폭염 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내겐 더더욱 견디기가 힘들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찜통 더위가 지속되면서 날마다 하던 운동마저도 잠시 멈춘 상황이다. 이런 더위 속에서 운동하다가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누군가의 농담이 결코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를 않는다. 지금처럼 기록적인 기후라면 체력 보강이나 유지보다는 생존 자체를 염려해야 하는 게 언뜻 봐도 ..

그냥 저냥 2016.08.21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여정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죽음을 두려워 한다. 막연한 공포감 때문이다. 이는 다른 경우처럼 살아 생전에 경험을 통해 체득하기가 절대로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교가 만들어져 왔고 많은 이들이 이에 빠져들며 심취하고 있는 이면에는 일종의 죽음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간절한 생존 욕구가 담겨 있기 때문일 테다. 그런데 이러한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낸 한 여성의 생전 마지막 사진과 사연이 알려져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이며,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아마도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그냥 저냥 2016.08.15

최고의 발명품은 에어컨이 아니지 말입니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을 꼽으라고 하면 아주 다양한 답변이 나올 법한데, 모 매체의 오늘자 기사를 보니 '에어컨'을 꼽고 있었다. 날씨나 기후에 상관없이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일견 그럴 듯해 보이는 논리이다. 일찍이 싱가포르의 고 리콴유 총리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은 에어컨이다' 라고 언급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물론 그분의 말씀처럼 에어컨이 대단한 발명품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에어컨을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마냥 떠받들 수는 없을 것 같다. 낡아빠지고 비합리적인 전기요금체계로 인해 전국 가정에 설치한 에어컨의 다수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 하기 때문이다. 우리집이라고 하여 별반 다르지 않다. 덕분에 찜통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도 전기요금 폭탄..

그냥 저냥 201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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