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잘 견뎠어 그리고 잘했어, 토닥토닥~

새 날 2016. 8. 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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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주춤거리기는커녕 그 기세가 여전히 매섭다. 급기야 올 여름 최고기온마저 새롭게 갈아치우고 만 오늘이다. 최저 기온이 26도로 예보되어 있으니 오늘로써 서울의 열대야는 어느덧 30일째로 접어든 셈이다. 이러한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그 흔한 냉방병 앓이 없이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나 스스로가 대견스럽고도 놀랍다. 더구나 목표로 하던 개인적인 일이 이 폭염 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내겐 더더욱 견디기가 힘들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찜통 더위가 지속되면서 날마다 하던 운동마저도 잠시 멈춘 상황이다. 이런 더위 속에서 운동하다가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누군가의 농담이 결코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를 않는다. 지금처럼 기록적인 기후라면 체력 보강이나 유지보다는 생존 자체를 염려해야 하는 게 언뜻 봐도 맞을 듯싶기 때문이다. 올 여름 중 가장 뜨거웠다던 오늘 한낮, 난 그 시각에 자전거를 이용하여 한껏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땀은 비오듯 흘렀고, 마음은 다소 불안했다. 여름내내 나름 준비했던 것들을 실수 없이 풀어놓아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다. 마침내 목표로 했던 지점에 다다른다.


ⓒ한겨레


오후 느즈막한 시각, 다시 자전거를 이용하여 한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했다. 이번엔 종전과는 달리 왠지 날아갈 듯 가벼운 느낌이다. 얼굴 가득 드리워졌던 걱정스러운 기색마저 감쪽 같이 사라지고 본연의 밝은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패스트푸드점에는 아내가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다. 우리는 일단 아이스크림 하나씩, 아니 두 개씩을 주문했다. 너무 더웠기 때문이다. 배탈이 날 것을 걱정하면서도 양 손에 하나씩 이를 든 채 허겁지겁 먹는 꼴을 보니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패스트푸드점 실내는 역시나 시원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익숙치 않았으나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주변 정경이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족 단위의 손님들로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하루종일 북적였다. 폭염 경보가 발령 중인 서울 한 변두리의 패스트푸드점은 그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일종의 피서지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 역시 그러한 상황을 충분히 만끽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내가 팥빙수를 먹고 싶단다. 하나를 주문하여 함께 나눠먹자던, 소박하기 짝이없는 아내다. 하지만 난 모처럼 아주 사치스러운(?) 호기를 부려본다. 두 개를 주문하여 각자 먹기로 한 것이다. 팥빙수는 더위로 지치고 피곤에 찌든 우리의 몸엔 일종의 보약과도 같은 존재였다. 혀를 달달하게 녹여주는 달콤함과 신체 구석구석을 얼얼하게 만들 만큼 시원하게 해주는 냉기는 아내와 내겐 더없는 위안으로 다가왔다. 


오늘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토닥여주기로 작정한다. 지난 여름을 잘 버텨준 우리 부부, 그도 물론 대견스럽지만 그보다는 이 힘겨운 시기 애초 목표로 했던 바를 모두 이뤄낸 결과물이 더없이 뿌듯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보상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거창한 건 아니다. 미안하지만 아내의 재능 기부(?)를 통해 나름의 호사를 누려 보기로 한다. 시원한 묵사발 한 그릇, 묵무침, 소라무침 그리고 얼음 둥둥 떠다니는 막걸리 한 사발이면 우리에겐 남 부러울 것 없는, 더없이 소중한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잘 견뎠어, 그리고 잘했어,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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