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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49

산 정상까지 데크가 깔린 매력적인 등산로

숲길에 데크가 쭉 놓여 있다. 물론 이는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은 풍경이다. 요즘 데크는 어디에서건 흔한디흔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곳의 데크는 우리가 자주 봐왔던 방식과는 그 결이 사뭇 다르다. 청태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 횡성 숲체원'에 설치된 데크는 단순히 어려운 코스를 잇거나 길을 건너게끔 하는 일반적인 용도의 것과는 달랐다.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등산로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곳의 탐방객들은 지그재그 형태로 걸음을 옮겨야 하는 수고로움이 뒤따른다. 물론 결과적으로 볼 때 이는 산행을 훨씬 수월하게 하는 기능을 해주고 있지만 말이다. 목재로 짜여진 데크는 1/21의 완만한 기울기로 탐방객들을 산 정상까지 안내한다. 일반적으로 경험했던 산행처럼 시간에 쫓기듯, 혹은 숨..

황홀한 여수 밤바다 그리고 남해 여행

새벽에 출발했음에도 하루종일 지정체를 반복한 도로 상황 때문에 차는 점심시간대를 훌쩍 넘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차안에서 이것저것 주워 먹느라 특별히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몸이 몹시도 고달팠다. 똑같은 자세로 10시간 가까이 앉아있으려니 좀이 쑤셔 미칠 지경이었다. 어쨌든 우리 일행은 여수에 무사히 도착했다. 일단 식사부터 해야 할 것 같다. 푸짐한 해물이 곁들여진 밥상이었다. 싱싱했으며 맛 또한 일품이었다. 이곳의 특산물인 갓김치를 비롯하여 반찬으로 나온 음식들도 정갈했다. 위안이 된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이 음식으로 풀어버린 느낌이라고 할까. 서울에 비해 위도가 낮아 그런지 기온은 확실히 높았다. 다만 날씨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맑은 것도 아니고 흐린 것..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우리는 뒷풀이를 위해 으레 가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촌 먹자골목이었다. 골목 안쪽엔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들이 즐비하여 무엇을 먹어야 할까 하는 고민을 조금은 덜어주었다. 그냥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철퍼덕 자리에 앉으면 거기가 곧 우리의 아지트였다. 아마도 지난 4월로 기억된다. 대선으로 이어지는 5월 황금연휴 때 봉하마을에 가자는 제안이 한 친구 녀석으로부터 나왔다. 물론 이러한 제안은 우리의 술자리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술자리에서의 의기투합은 대부분 허튼소리로 끝나기 마련이다. 난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녀석이 이번만큼은 확실히해보자며 일찌감치 기차표를 예약해버렸다. 우린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 봉하마을로 향하게 됐다. 이번 방문은 5년만이며, 횟수로..

서촌 나들이, 새해엔 꽃길만 걸어요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을 일컫는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 그러니까 청운동 효자동 및 사직동 일대를 의미한다. 이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무수히 지나다녔던 곳이지만, 그동안 왠지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장소였다. 뚜렷한 목적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섰던 건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경복궁역에서 하차 후 3번 출구로 향했다. 조금 걷다 보면 우측에 서촌마을이 나타나는데, 몇몇 잘 알려진 미술관이나 작은 공방 같은 특이한 곳들이 즐비하다. 드문드문 한옥들도 보인다. 세월의 흔적이 남은 까닭인지 골목길은 어딘가 모르게 정겹다. 저 앞엔 인왕산 자락이 보이고, 거리와 차도가 한산해서 그런지, 아니면 이 계절이 건네는 특유의 스산함 때문인지, 이름 모를 시..

육지와 바다의 생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연휴 동안 두 곳의 생태공원을 둘러보았습니다. 한 곳은 육지 그리고 또 다른 곳은 바다였습니다. 전라남도 함평은 나비로 유명한 고장입니다. 적어도 제 기억에는 그렇습니다. 원래는 명품난이 자생하는 지역이자 한국춘란의 최대 분포지역이기도 한 함평에 일찍이 난공원이 조성되었으나 나비가 이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떠오르게 되면서 이를 비롯한 각종 곤충 등을 연계, 생태 체험이 가능토록 생태공원으로 거듭나게 된 곳이 다름아닌 함평자연생태공원입니다. 입구에 들어서게 되면 대나무로 엮어 만든 조형물이 가장 먼저 입장객을 반기는데요.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이 대나무통이 일제히 흔들리거나 부딪히면서 맑은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대나무만이 낼 수 있을 법한 이 소리는 흡사 개울물이 흐르는 듯한 아주 맑은 느낌으로 ..

청년 윤동주의 흔적이 깃든 부암동을 거닐다

날씨는 온종일 우중충했다. 오후부터 기온이 높아진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러나 바람이 도와주지 않는다. 여전히 차가웠다. 겨울용 외투를 벗을 수 없는 이유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부암동은 도심과 지척이긴 하나 교통편이 썩 좋은 곳은 아니다. 일단 부근에 전철역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낙제점을 줄 만하다. 인왕산과 북악산 산자락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특징 덕분에 제법 가파른 언덕길이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데다, 2차선으로 이뤄진 좁은 차도는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법하다. 그나마 몇 개의 시내버스 노선이 이곳을 거친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우리 역시 버스를 이용했다. 아마도 2012년 즈음이 아니었나 싶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무턱대고 청운동과 부암동 일대를 찾았으나 당시엔 윤동주 ..

호젓한 정동길, 둘이 걸어 더 좋아요

영하 18도까지 수은주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던 주범, 이른바 '북극 한파'가 물러가더니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겨울의 끝자락을 알리기라도 하는 비일까? 그런데 결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 비 그치면 다시 한파가 예고돼 있다. 어젯밤부터 시작된 이 비는 예보상 토요일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양마저 제법 많다. 하긴 다른 지역은 모르겠으나 내가 사는 중부지방의 이 곳은 그동안 너무 가물긴 했다. 눈 다운 눈을 올 겨울 동안 단 한 차례도 구경을 못 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2월의 비 소식은 이번 겨울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신호탄임엔 틀림없다. 유난히 춥고 삭막하기만 했던 올 겨울, 떠나간다고 하여 아쉬움 따위가 남아 있을 리 만무하지만, 긴 설 연휴가 모두 ..

인사동, 어디까지 가봤니?

고미술품 및 고서적을 취급하는 화랑 그리고 상인, 아울러 각종 다양한 작품들로 때맞춰 옷을 갈아입는 아트센터와 그윽한 다향을 연신 내뿜는 전통찻집, 우리 조상들의 소박한 삶을 보여주는 옛스러우면서도 단아한 민속공예품을 파는 가게 등이 밀집한 풍경은 인사동만의 독특한 볼거리이다. 근래엔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자연스레 형성된 길거리 음식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곤 한다. 하지만 이곳이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에 항거한 우리 민족의 기념비적 사건 '3.1 독립운동'의 시작점이란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아울러 조선시대의 대표 유학자인 이율곡 선생의 집터와 매국노 이완용의 집터, 을사조약 체결에 분개하여 자결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민영환의 자결터 그리고 서울의 중심임을 알리는 중심 표지석 등이 이곳 ..

도심속 전통의 멋, 인사동 대표 풍경 4선

인사동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으면서 우리만의 전통을 맛볼 수 있게 하거나 고즈넉함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무척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곳 중 하나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특별한 목적이 없더라도 이곳을 자주 찾는 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인파에 파묻혀 무리에 휩쓸린 채 따라 돌아다니는 잔재미도 때로는 아주 쏠쏠하다. 오래 전, 인사동 하면 으레 전통 찻집이 연상되곤 하여 왠지 이곳에 오면 전통차 한 잔 정도는 반드시 마셔주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따위가 느껴지곤 했으나, 지금은 그저 이곳 주변을 걷는 일만으로도 행복감이 전해져온다. 인사동은 바로 그러한 곳이다. 설 명절 연휴 첫날, 나와 아내는 본격적인 명절 준비에 앞서 바람을 쐴 요량으로 잠시 짬을 내어 또 다시 인사동으로 향했다. 그동안 특별..

삶이 예술이 되고 문화가 되는 곳, 북촌 번외편

오랜 삶의 흔적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되고 문화가 된다. 서울 도심엔 하루가 멀다 하고 화려함 일색의 새 고층건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고, 어느덧 스카이라인 및 거리의 풍경마저 크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속살을 한꺼풀 살포시 들춰보면 그의 이면엔 동시에 우리 같은 평범한 서민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며 명맥을 잇고 있는 서민들의 담백한 삶의 모습과 도심의 화려함 및 세련됨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덕분에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도 볼 만한 것들이 꽤나 즐비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북촌이란 지역은 그러한 이유 때문에 어느 곳보다 소중하다. 그냥 과거를 박제하여 인위적으로 꾸며 놓은 곳이 아닌,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사람들의 생활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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