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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냥 303

시간과 소통이 다듬어놓은 욕망

러시아에 위치한 우수리 해변은 '글래스 해변'이라는 별칭으로 통한다. 신기하게도 본래의 이름보다 이 별칭이 더 유명한 곳이다. 물론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이곳은 과거 미국과 함께 냉전시대의 한 축을 이루던 소비에트연방국가(소련)가 폐유리병을 처리하던 아주 오래된 쓰레기장이었다. 이곳 해변엔 병 형태의 생활 쓰레기들이 마구 버려졌다.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거나 혹은 누군가에겐 삶의 흔적일수도 있는 맥주며 와인, 보드카, 샴페인 등의 술병과 그 종류를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유리병들이 이곳에 즐비하다. 이후 깨진 유리병 조각들이 널부러진 채 나뒹굴면서 우수리 해변은 사람들로부터 점차 외면 받기 시작한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시킨 대가는 참혹했다. 다시는 찾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해변이 된 것이다...

그냥 저냥 2017.02.05

낭만과 시간이 빚어낸 뭉클함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 등의 허구를 통해 바다에 띄워보낸 편지가 해류를 타고 수 년만에 다른 대륙에 도착하여 특정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는 내용을 간혹 접합니다. 물론 이는 통상 서사의 큰 줄기로 작용하거나 아니면 사건의 변곡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경우보다 더욱 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곤 하는데요. 그래서 이를 흉내낸다며 장난삼아 바다나 강물에 자신의 흔적을 띄워보냈던 기억이 제게도 적잖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순전히 장난삼아 바다에 띄워보낸 편지가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 주인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이야기인데요. 1983년 당시 해군이었던 헙스트 씨는 미 해군 항공모함을 타고 대서양을 항해하던 도중 그냥 재미삼아 유리병 편지를 바다에 던지게 됩니다...

그냥 저냥 2017.01.26

창의력은 언제 어떻게 발휘되어야 하나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광고판 사진 속 모델이 갑자기 움직인다면? 더구나 마치 자신이 피우던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기라도 한 양 얼굴을 한껏 찌푸린 채 기침을 해댄다면? 누가 됐든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될 경우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해당 광고는 실재한단다. 스웨덴의 사례다. 길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그 앞에 설치던 광고판 속 남자 모델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동시에 기침을 해댄다. 물론 담배를 피우던 사람은 깜짝 놀라고 만다. 분명히 사진이 부착된 광고에 불과했거늘, 어느 순간 자신의 흡연 행위와 동시에 동영상으로 변모해버리기 때문이다. 이 기발한 광고의 비밀은 다름아닌 광고판 아래에 숨어 있다. 이곳에 설치된 특수 센서가 담배 연기를 감지하는 즉시 기침하는 모습의 영상..

그냥 저냥 2017.01.11

추억의 '종로서적', 당신의 부활을 환영합니다

청년시절,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는 매번 한결 같았습니다. 지금처럼 카페 문화가 창궐하던 시기도 아니었고, 덕분에 딱히 만날 공간이 여의치 않던 때라 저와 같은 사람들에겐 '종로서적'이 만남의 장소로는 그야말로 최적의 공간이었습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오거나 상대방이 늦더라도 우리는 개의치 않았으며, 더 나아가 서로를 원망하는 일 따위도 결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긋난 시간만큼 책 등을 뒤적이며 이를 다른 방식으로 메우거나 승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약속장소로는 더없이 훌륭했던 곳이 다름아닌 이곳 종로서적이었습니다. 아마도 '종각역 종로서적 앞' 하면 당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종로서적의 문화적 영향력과 파급력은 상당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모양이 독특..

그냥 저냥 2017.01.04

제작진의 수고로움이 돋보였던 KBS '다큐멘터리 3일'

매주 토요일이면 광장은 사람들로 붐빈다.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현상이 우리에겐 일상이 돼버렸다. 그러니까 대략 한 달 전쯤부터인 것 같다. 광장을 밝히던 촛불의 숫자가 하나 둘 늘어나더니 어느덧 백만 개 이상의 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역대급의 기록을 낳고 있는 이 놀라운 현상을 KBS '다큐멘터리 3일' 팀이 밀착 취재했다. 27일 늦은 시각 전파를 탄 '촛불, 대한민국을 밝히다 - 광화문 광장 72시간' 편에서는 비선 실세 사태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가가 비상사태에 빠진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차분하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주고 있는 광장에 선 사람들의 갖가지 모습과 속내를 담담히 그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3일'은 하나의 장소, 하나의 사건, 하나의 ..

그냥 저냥 2016.11.30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오전에 가끔씩 흩뿌리던 눈발이 오후에 접어들면서 한층 거친 형태로 변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비가 아니라 다행입니다만, 어쨌든 궂은 날씨 탓에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아주 조금은 우려스러웠던 대목입니다. 때문에 적어도 이날만큼은 반드시 행사에 참여해야겠다는 알 듯 모를 듯한 의무감이 저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제5차 민중총궐기 대회' 현장인 광화문 광장으로 가는 길, 세차게 흩뿌리던 눈발이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주변을 살펴 보니 청와대로의 시민 행진이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행진 대오를 막 갖추기 시작했고,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아직은 활동하는 데 있어 공간적 제약은 없었습니다만, 궂은 날씨와 낮은 기온..

그냥 저냥 2016.11.27

언론의 통렬한 자기 반성,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서울에서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있던 지난 12일 오후 늦은 시각, 종각 부근에서는 언론노조 소속으로 보이는 한 집회 참가자가 마이크를 잡은 채 "19일 방영될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많이 시청해 달라"며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알려진 바 없어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과 관련한 취재 내용이 해당 방송에 담겨질 것이라는 예고였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방송 전부터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박 대통령의 비밀을 밝히고, 비선 실세 국정 농단 파문과 세월호 7시간 사이의 숨겨진 진실을 추적했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해당 방송은 촛불 민심과 함께 세간의 관심을 온통 한 곳으로 모으고 있었습니다. 19일 드디어 그의 뚜껑이 열렸습니다. 이날은 전국 각지에서 '박..

그냥 저냥 2016.11.20

세월의 흔적이 전하는 잔잔한 감동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도시 지역에서 살다 보면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모하여 10년 전후가 확연하게 차이 나는 경우를 흔히 접하게 됩니다. 사물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사람인들 안 그럴까 싶습니다. 10년을 주기로 우리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연령대를 관통하며 속앓이를 하곤 합니다. 나이에 해당하는 숫자의 일의 자리가 0으로 변모할 때마다 아무리 외면하고 그로부터 뿌리치려 해도 몸과 마음은 해당 연령대에 맞춰지며 저절로 최적화되어가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다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10년 세월의 네 곱절인 40년이란 시간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요? 물론 우주적 관점으로 본다면 찰나에도 못미치는 아주 미미한 수치이겠지만, 우리 인간들에겐 길다..

그냥 저냥 2016.11.17

'새날이 올거야' 티스토리 초대장 배포

티스토리 초대장 배포합니다. 13장입니다. 아시다시피 이제 초대장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갖고 있으니 괜시리 짐만 되더군요. 모두 털고 가려 합니다. 혹시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아래 댓글창에 비밀글로 이메일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확인 후 선착순 형태로 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저냥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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