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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편린들 1276

젊은이는 행복하면 안 되나요?

'킬힐은 신지 않는다'의 저자 사쿠마 유미코는 미국 어학연수 중 한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보고 자유로운 나라 미국, 그것도 뉴욕에 눌러 앉아 살기로 작정한다. 자신이 무엇을 하든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더구나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한 괴짜나 아웃사이더마저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그녀에게는 너무도 매력적으로 다가온 까닭이다. 덕분에 벌써 20년째 뉴욕에서 살고 있는 그녀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 등을 두루 경험한 뒤 결국 혼자 사는 방식이 가장 자기다운 삶이라 결론 짓고 싱글 라이프를 택한다. 물론 이러한 성향의 그녀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변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녀가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남편과 처음으로 일본에 돌아온 날 동창 가운데..

생각의 편린들 2018.09.10

특성화고 3년생 '너'의 취업 도전기

너는 서울에 소재한 한 상업계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닌다. 녹록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일찌감치 대학 진학을 포기, 취업을 하기로 작정하고 선택한 학교다. 너는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또래보다 속 깊었던 너는 그래서 일단 취업을 한 뒤 가까운 훗날 대학 진학을 도모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더구나. 너는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던 것으로 안다. 훌륭한 성적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단다. 취업과 연계된 관련 자격증도 여러 개 취득했더구나. 정말 기특하다. 컴활, 워드, ITQ, 전산회계, 은행텔러, SMAT 등 가능한 건 모두 땄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취업 특강에도 열심히 참여, 자소서 작성이나 면접 기술 등도 충분히 익혔더구나. 주변에..

생각의 편린들 2018.09.07

미래를 위해 현재를 오롯이 희생해야 할까요?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를 쓴 저자 사이먼 가필드는 어느 날 휴가차 이집트를 방문, 해변에서 한 어부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어부는 고기를 잡는 일에 하루를 오롯이 투자하지 않고 빈둥거리면서 정확히 자신에게 필요한 양만큼만 잡고 있었다.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던 저자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부에게 다가가 고기를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잡으면 돈을 빨리 모을 수 있을 테고, 그렇게 되면 큰 배로 바꿔 한꺼번에 대량의 고기를 잡게 될 테며, 조금 더 바삐 움직이다 보면 아예 선단을 꾸려 기업형으로 운영하면서 큰 돈을 벌어 여생을 편히 즐길 수 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냐며 넌지시 물었다. 저자의 물음에 대한 어부의 답변은 이랬다. 나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노라고... 그러니까 어부는..

생각의 편린들 2018.09.03

어쭙잖은 위로는 상처만 될 뿐이다

자기계발서들이 하나 같이 경쟁력을 키워 타인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노하우만을 전수하던 시절은 한물 간 지 오래다. 작금의 시류는 그와 방향성이 전혀 다르다. 취업절벽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요즘이다. 좌절감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청년들더러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거나 심지어 백수를 즐기라는 기성세대의 조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근래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과 생활의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는, 이른바 '워라벨'의 경향성이 출판계라고 하여 예외일 리 없다. 아니 도리어 이러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쪽은 바로 출판계가 아닐까 싶을 만큼 그럴 듯한 제목의 콘텐츠들을 시장에 마구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근래 자기계발서와 인문서적 류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 특히 청년들을 향한 다독임과 위로 일색..

생각의 편린들 2018.09.03

리우 모로다프로비덴자 케이블카, 서울 삼양동 모노레일

브라질의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의 가장 오래된 빈민가 모로다프로비덴자, 이곳은 일종의 외딴섬에 가깝다. 여기에 드나들기 위해서는 무려 365개나 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이렇듯 입지적으로 접근이 어려워 도시로부터 고립된 덕분에 이곳엔 빈곤과 범죄가 늘 기승을 부린다. 세상으로부터 단절되고 소외된 이곳은 치안이 취약한 탓에 마약을 기반으로 한 갱단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특수부대가 치안을 담당하고 있기는 하나 갱단과 이미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는 등 전형적인 부패 군인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의 치안 담당 군인들이 10대와 20대 청년 수 명을 자신들의 권위에 불복종한다며 끌고 갔다가 갱단에 팔아넘긴 뒤 시신으로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빈민가 주민들은 이들의 죽음을 애..

생각의 편린들 2018.08.19

토다이 뷔페 사태, 허술한 관리능력X언론매체 콜라보

모 뷔페 회사가 식재료를 재사용했다는 한 언론 매체의 보도가 나간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은 끝에 결국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은 손님의 식사를 위해 진열됐던 회나 초밥이 다 소진되지 않을 경우 이를 거둬들여 롤이나 튀김 류로 재사용했노라는 내부 직원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뷔페 회사에서 근무하던 조리사들이 직업인으로서 도저히 양심이 허락되지 않아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7조(식품접객영업자 등의 준수사항 등)에 따르면 손님이 먹고 남은 음식물의 재사용은 철저하게 금지돼 있으며, 만약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해지게 된다. 음식 재사용으로..

생각의 편린들 2018.08.13

인간을 향한 자연의 엄중한 경고

모래폭풍이 휘몰아치는 메마른 대기, 모래만 푸석거리는 땅에서는 그 어떠한 종류의 작물을 심어도 소용이 없다. 지구는 더 이상 생명체가 사는 행성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됐다.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 우주로 눈을 돌리는 인류... 디스토피아로 돌변한 지구 탈출 프로젝트로 시작되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이야기다. 지구의 자전 탓에 우리나라가 위치한 북반구 중위도엔 연중 편서풍이 불어온다. 우리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이러한 자연 환경 속에서 중국이라는 국가가 한반도의 좌측 바로 옆에 붙어 있다는 현실은 일종의 재앙에 가깝다. '세계의 굴뚝'을 자처하는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논란거리가 아닐 만큼 심각하다. 편서풍을 타고 중국으로부터 밀려드는 대기 오염물질의 양과 빈도는 우리가..

생각의 편린들 2018.08.05

불의 무한궤도 초열대야 현상은 예고된 재앙

서울의 한낮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할 만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급기야 지난 1일과 2일 밤에는 최저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초열대 현상까지 나타났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고 무더위에 지쳐 밤잠을 이루지 못 한 채 밤새 뒤척인 건 말할 것도 없다. 열대야 위에 초열대야가 존재하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무언가 한계를 뛰어넘은 느낌이다. 물론 이러한 한계 돌파는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성질의 것이지만 말이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기에 그 여파가 하루종일 이어져 정상적인 생활마저 어렵게 한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금세 땀을 줄줄 흘려야 하는 통에 활동을 최대한 억제할 수밖에 없다. 흡사 좀비가 된 듯한 느낌이다. 한낮의 바깥은 생지옥이 따로 없다. 도시의 아스팔트는 스스로도..

생각의 편린들 2018.08.04

노회찬 의원 그리고 진보적 가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2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진보 정치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큼 인지도가 높고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았던 그의 죽음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며 안타깝다. 노회찬 의원은 최근 드루킹 측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그는 그동안 드루킹과 관련하여 어떠한 금품 거래도 없었노라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였고, 향후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가 남긴 유서에는 자금 수수를 인정하는 내용의 글이 담겨 있었다. 짐작컨대 이러한 사실이 그를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듯싶다.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4천만 원에 해당하는 자금을 받았다고 실토한 것이다. 다만 청탁은 없었으며, 회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

생각의 편린들 2018.07.23

석촌호수 위 거대 컴패니언의 호소 "쉬고 싶다"

서울 잠실 석촌호수 위에 거대한 인형 하나가 누워 있습니다. 범상치 않은 모습입니다.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카우스의 작품입니다. 이 인형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 그리고 일상으로부터 탈출하여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더군요. 하지만 누워 있는 거대 인형 '컴패니언'의 모습은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왜 휴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까요? 호수 위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본다지만, 정작 눈은 X자의 형태로 하늘을 바라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왠지 여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 눈에는 오히려 번아웃증후군에 빠진, 지친 현대인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인형 전체를 휘감고 있는 회색톤의 칙칙한 ..

생각의 편린들 201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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