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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왠지 평소 하기 어려운 표현,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형사인 명환(지진희)은 아내와 사별하고 유치원에 다니는 딸 채윤(최지원)과 단 둘이 산다. 엄마의 부재는 채윤의 일상 곳곳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놓곤 한다. 명환은 이를 메워보려 노력하지만, 아직은 모든 게 어설프고 서툴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의 일이다. 명환은 채윤과 아쿠아리움에 가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아빠를 기다리던 채윤은 지나가던 뺑소니차에 치이고 만다. 소식을 접하고 급히 병원으로 향한 명환, 안타깝게도 채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까칠하기로 말하자면 거의 정상급에 해당하는 배우 한서정(성유리), 그리고 그녀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허태영(김성균)은 10년 동안 인연을 쌓고 있는 사이이다. 무명인 그녀를 드라마의 주연급으로 성장시킨 태영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그는 그녀..

지독히도 치열한 사랑 '시간이탈자'

1983년을 살아가는 지환(조정석) 그리고 2015년을 살아가는 건우(이진욱), 이 두 청년은 공교롭게도 신년맞이 행사가 벌어지던 같은 시각, 동일한 도심 한복판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몸에 치명상을 입어 사경을 헤맨다. 두 사람은 다행히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얼마뒤 깨어나지만, 이후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즉, 지환에게는 2015년을 살아가는 건우의 삶이 시시각각으로, 건우에게는 1983년을 살아가는 지환의 삶이 동시에 교차 투영되기 시작한다. 강력반 형사인 건우, 어느날 그에게 과거의 미제 사건 기록이 넘어온다. 이를 들춰보던 중 지환과 결혼을 앞둔 윤정(임수정)의 피살 사건이 해당 기록에 남겨진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데, 동시에 지환에게도 이 모습이 여과 없이 고스란히 투영되면서 그는 어찌할 바..

욕망과 갈등의 마천루 '하이-라이즈'

호수 주변에 우뚝 세워진 '하이 라이즈'는 유명 건축가 로열(제레미 아이언스)에 의해 설계된 최첨단 주거공간이다. 주로 상류 계층만이 입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나마도 층수에 따라 또 다시 계층이 나뉜다. 즉,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보다 고소득의 높은 지위에 속하는 계층이 자리를 잡고, 그 가운데에서도 맨 꼭대기인 40층 펜트하우스는 하이 라이즈를 설계한 건축가 로열이 거주하는, 완전히 독립된 데다 자급자족까지 가능한 별천지 세상이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닥터 랭(톰 히들스턴)도 이 건물 25층에 입주하게 된다. 분주한 입주 과정을 마친 랭이 모처럼 한가해진 틈을 이용, 베란다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찰나, 바로 위층에서 술을 마시던 샬롯 멜빌(시에나 밀러)이란 여성이 실수로 술잔을 랭 쪽으로 떨어..

<글로리데이> 순수를 지우는 방식

고등학교를 이제 갓 졸업한 꿈 많은 네 청년, 그들 저마다가 처한 환경은 각기 다르나 우정만큼은 더없이 돈독하다. 그들 가운데 가장 먼저 군 입대 영장을 받은 상우(수호)의 배웅을 위해 네 친구는 모처럼 의기투합, 거처인 서울을 떠나 포항으로 향하게 된다. 들뜬 마음은 그들 앞에 놓인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는 일종의 묘약과도 같다. 포항이라는 공간적 낯설음은 이들의 심신을 무장해제 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의 적당한 알콜 흡수는 우정을 돈독히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하고도 남는다. 청춘의 밤은 이렇듯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그때다. 한 젊은 여성이 남성에게 끌려다니며 일방적으로 폭행 당하는 모습이 우연히 그들 눈에 들어온다. 경찰에 신고하자는 친구들도 있었으..

<런던 해즈 폴른> 이 영화 왜 시간 저격용인가

어느날 영국 총리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긴급속보가 전 세계로 타전된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은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잇따라 장례 행사에 참석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작금의 국제 정세는 장례식조차 마음 놓고 치르기 어려울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던 와중이다. 필리핀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탓이다. 장례식이 치러질 영국 런던은 도시 전체가 긴장감에 휩싸였으며, 그에 걸맞는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 마침내 장례식 당일이다. 각국 정상은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의 경호와 선호하는 이동 스타일로 속속 행사장으로 들어선다. 자동차를 이용하거나 때로는 선박으로, 그리고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정상도 눈에 ..

<조이> 작은 용기와 영감을 주는 영화

두 자녀를 양육하던 싱글맘 조이(제니퍼 로렌스)는 어렵게 살아가는 여건 속에서도 그에 굴하지 않고 어릴적 꿈꿔왔던 발명가적 기질을 한껏 살려 생활 속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를 이용, 생활용품을 발명하고, 이를 우연한 기회에 TV홈쇼핑에 런칭, 대박을 터트리며 일약 미국 최고의 여성 CEO로 성장하게 된다. 영화는 이 여성의 성공담을 담고 있다. 현재 미국 최대 홈쇼핑 채널인 HSNi의 여성 CEO로 활약 중인 실제 주인공 ‘조이 망가노’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어릴적 조이는 무언가를 만들며 상상하는 걸 유난히 좋아했던 영민한 아이이다. 하지만 부모의 불화와 이혼은 그녀가 꿈꿔오던 형태의 삶으로부터 점차 멀어지게 한다. 어릴적 단짝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가수 지망생 토니(에드가 라미네즈)와 결혼에 이르며 ..

<스포트라이트> 결국 저널리즘이다

미국 보스턴과 뉴잉글랜드 지역의 최대 일간지인 '보스턴 글로브'사에 어느날 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 국장이 새로 부임해 온다. 그의 부임 첫 일성은 다름아닌 그동안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다뤄온 '스포트라이트'팀에게, 30년에 걸쳐 수 십 명의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지역 교구 신부에 대해 심층 취재하라는 미션이다. 해당 건은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보스턴 지역 주민의 53% 가량이 가톨릭 신자에 해당하기에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종교계의 조직적인 반발에 부딪힐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 팀장인 로비(마이클 키튼)를 비롯, 팀원인 마이크(마크 러팔로), 사샤(레이첼 맥아담스), 매트(브라이언 다아시 제임스)는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깊숙이..

<대니쉬 걸> 정체성 되찾은 한 사람의 힘겨운 여정

화가인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역시 화가인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부부다. 모두가 짐작하듯 부부가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거나 관대해지며 상대방을 향한 애정 또한 더욱 깊어지곤 한다. 실제로 부부가 함께 예술 활동을 한다는 건 여러모로 이롭다. 창작 활동에서 요구되어지는 영감 따위를 상대방과의 교감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아껴가며 알콩달콩 살아가던 이들 부부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게르다는 작업을 이어가던 작품속 여성 모델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에이나르에게 대역을 부탁하게 된다. 그에게 스타킹을 신기고 여성용 구두에 드레스를 걸치게 하여 원래의 여성 모델의 외모를 완벽하게 재현하도록..

<좋아해줘> 잠자던 연애 감성 깨우는 달달한 로맨스

배우 노진우(유아인)는 당대에 가장 잘 나가는 한류 스타 중 한 사람이다. 원래부터 성격이 당돌한 데다가 인기마저 치솟으니 그의 행동엔 거침이 없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매사에 자신감이 넘쳐난다고 할 수 있겠으나 달리 표현하자면 일종의 안하무인격이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천적은 존재한다. 다름아닌 함께 드라마 작업을 해 나가던 작가 조경아(이미연)다. 그녀가 쓴 작품은 늘 인기 상종가인 까닭에 업계 내에서의 영향력이 상당하며 텃세 또한 심해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까칠한 두 사람의 성격이 왠지 더욱 까칠해지는 느낌은 둘의 관계가 작가와 배우 그 이상 때문은 아닐는지... 신출내기인 드라마PD 장나연(이솜)은 최고 작가 조경아와의 작업이 영 거북스럽고 어렵기만 하다. 워낙 유명한 작가라 그렇기도 하지만 ..

<드레스메이커> 위선과 탐욕 가득한 세상에 빅엿을

어릴적 또래 소년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마을에서 쫓겨난 틸리(케이트 윈슬렛)는 프랑스 파리 등지를 전전하다가 자신이 디자인한 멋진 드레스를 빼입고 한 손엔 패션 디자이너의 상징이랄 수 있는 재봉틀을 든 채 수십년만에 마을에 떡하니 나타난다. 물론 그녀를 환영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심지어 어머니조차 반기지 않는다. 급작스레 뛰쳐나와 틸리를 놀라게 한 쥐 한 마리만이 그녀의 등장에 반응할 뿐이다. 그녀의 어머니 몰리(주디 데이비스)는 틸리가 쫓겨난 충격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 한 데다 다리마저 불편하여 항상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이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미친 사람으로 취급 받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지 수십년이 지났으나 마을 공동체는 당시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약국을 지키던 약사는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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