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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따뜻한 감성, 잔잔한 여운 '새 구두를 사야해'

스즈메(키리타니 미레이)는 연인 칸고(아야노 고)와의 실타래처럼 얽힌 연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날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 그녀에게 있어 일종의 부적 같은 존재인 친오빠 야가미 센(무카이 오사무)은 덩달아 스즈메의 여행길에 동행하게 된다. 하지만 스즈메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오빠를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곳 한복판에 무작정 떨궈 버린 채 홀로 자신의 연인을 만나러 간다. 센은 졸지에 파리 도심에 남겨진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때마침 그가 머물던 현장을 지나던 일본 여성 아오이(나카야마 미호)가 센이 실수로 바닥에 떨군 여권을 밟으며 미끄러져 넘어지고 마는데..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불행히도 이 충격으로 인해 그녀가 신고 있던 하이힐의 한쪽 뒷굽은 완전히 망가지고, 그녀에게 밟힌 센의 ..

새로운 형태의 히어로 탄생 '닥터 스트레인지'

동료들로부터 질투를 살 만큼 탁월한 실력을 갖춘 신경외과 의사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그의 현재와 미래는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그의 손끝에서 이뤄지는 현란하면서도 정확한 시술은 의료계는 물론 세상 전체를 놀라게 할 정도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성격이 다소 까칠하면서도 거만했던 건 그만큼 실력과 자신감 그리고 주변으로부터의 신뢰가 한 몫 단단히 했던 탓이다. 심지어 뇌사에 빠져 사경을 헤매는 환자조차도 그의 손길이 닿기만 하면 기적처럼 다시 살아나곤 했으니 세상은 그를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의 일이다. 승용차에 올라탄 닥터 스트레인지는 여느 때처럼 속도감을 한껏 만끽하고 있었다. 도로 아래로는 아찔한 낭떠러지가 펼쳐진 구불구불한 코너길이었으나 뛰어난 차량의 성능 덕..

신비롭고 매혹적인 이야기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플로리다에서 살고 있는 제이크(아사 버터 필드)는 어릴적 할아버지로부터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다. 할아버지(테렌스 스템프)가 은밀하게 꺼내어 펼쳐 보이던 오래된 상자 안에는 이야기 속 독특한 인물들과 관련한 오래된 흑백 사진이 담겨 있었으며, 지도 등 온갖 진귀한 것들로 가득했다. 할아버지는 종종 이해하기 힘든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했는데, 어른들은 이를 치매라 하며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듯싶었다. 그러던 어느날의 일이다. 제이크는 할아버지 집을 방문하기로 약속한다. 집에 도착하기 직전 전화 통화에서 할아버지는 다급한 목소리로 무언가 위협스러운 상황임을 알리고 있었으나 제이크 역시 다른 어른들의 말씀처럼 이를 치매 때문일 것이라 짐작하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물론 그렇다고 ..

좀비는 그저 거들 뿐, 본격 성장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

유명 만화 작가의 문하생으로 일하며, 틈틈이 개인 작품을 만들어 각종 대회에 이를 출품, 언젠간 만화계의 스티브 잡스가 되리라 꿈꿔 오던 히데오(오오이즈미 요)는 자꾸만 벌어지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점점 의기소침해져간다. 허구헌날 꿈만 쫓다가 놓쳐버린 세월 앞에서 급좌절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 테다. 급기야 그와 동거 중이던 여자친구 텟코는 어느날 히데오에게 갖은 원망을 쏟아부으며 그를 집에서 쫓아낸다. 텟코의 행동이 다소 섭섭하긴 하나 그렇다고 하여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한편, 당시 일본 전역에서는 정체불명의 감염병이 전파되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었다. 히데오를 집에서 쫓아낸 텟코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의 말을 건네고, 히데오는 기쁜 마..

꿈은 꾸고 있을 때만 달콤한 법 '카페 소사이어티'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필(스티브 카렐), 비단 그의 화려한 이력과 지위가 아니더라도 자신감 충만한 그의 목소리나 행동을 보고 있자면 누구나 짐작하듯 그는 실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누나의 막내아들인 조카 바비(제시 아이젠버그)가 찾아온다. 할리우드에서 한 자리를 꿰차고 앉은 필의 후광을 통해 그 역시 이곳에서의 성공을 꿈꿔보기 위해서다. 매우 가까운 친인척 사이임에도 의외로 어렵사리 마련된 두 사람의 첫 대면, 조카의 방문에 그다지 탐탁지않아 하던 눈치임이 분명했던 필이었으나, 바비의 적극적이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며 이내 마음을 바꿔 그를 돕기로 한다. 필의 비서인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라 불리는 여성을 소개해 주며, 조카의 할리우드 생활이..

기발한 상상 환상적인 비주얼 '거울나라의 앨리스'

아버지가 물려주신 선박 '원더호'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던 앨리스(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수년 만에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현실은 온전히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그녀의 엄마는 앨리스가 부재 중인 사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지분을 모두 잃고 집마저 저당잡힌 상황, 이를 돌려받기 위해선 한때 앨리스와 결혼까지 약속했었으나 영 밥맛 없는 에디슨에게 원더호를 떠넘겨야 할 판국이다. 엄마는 꿈만으로는 살 수 없다며 앨리스를 설득해 보지만, 앨리스는 엄마와 같은 삶은 살기 싫다며 완강히 버틴다. 그 때다. 파란색 나비 형상을 한 '압솔렘'이 앨리스 앞에 등장하고, 앨리스는 자신의 의지라기보다 무언가에 홀린 듯 자연스레 압솔렘을 따라 거울속 세계로 뛰어드는데.. 그녀가 뛰어든 세상은 수년 전에 ..

광기와 혼돈, 산산조각난 믿음 '71: 벨파스트의 눈물'

1971년, 영국인 후크(잭 오코넬)는 어린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다. 모진 훈련을 끝내고 마침내 실전에 배치되던 날, 부대 내의 분위기는 어딘가 모르게 긴박하다. 그가 배치된 곳은 북아일랜드의 수도인 벨파스트였다. 이곳에서는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요구하는 구교도와 영국의 잔류를 주장하는 신교도 사이에 갈등이 폭발, 유혈사태가 빚어지고 있었다. 이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영국군이 주둔하게 됐고, 후크 이등병은 공식적으로 이 부대에 합류하게 된다. 현장에 배치된 첫날 후크는 IRA(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주장하는 반(半)군사조직) 색출 작전에 투입된다. 이곳의 풍경은 더없이 살벌했다. 가택을 수색하는 영국의 경찰과 군인에 반감을 드러내던 북아일랜드인들이 거리로 대거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분..

열정과 신념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 '플로렌스'

어린 시절의 플로렌스(메릴 스트립)는 대통령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만큼 아주 당차고 똘똘한 음악 신동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을 향하던 꿈은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며 좌초하게 된다. 더구나 결혼과 동시에 남편으로부터 전염된 매독은 왼손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등 그토록 원하던 음악으로부터 그녀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 유인이 되고 만다. 하지만 잃었던 기회가 다시 찾아온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상속 받은 유산 덕분에 그녀는 음악에 대한 꿈을 다시금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플로렌스는 베르디 클럽을 설립, 유수의 음악가로부터 성악 레슨을 받는 등 본격적인 음악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노래에 반주를 넣어 줄 피아니스트가 급히 필요, 공..

당신의 일상은 안전한가 '터널'

딸 아이의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준비한 채 얼마 후 가족과 진행할 행복한 생일잔치를 떠올리며 무척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귀가 중이던 모 자동차회사 딜러 이정수(하정우), 전화 통화를 하던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살짝 들떠 있는 느낌이었으며, 빠르게 달리던 그의 차량은 어느덧 하도터널에 진입하고 있었다. 그 때다. 꺼림직한 굉음은 터널 안쪽 어딘가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터널 천장을 향해 눈길을 돌린다. 하지만 딱히 특이한 현상은 없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무언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주변 분위기였다. 반대편 차선뿐 아니라 자신이 달리고 있던 차선에서도 이정수의 차량 외에는 개미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주변은 한산했기 때문이다. 평소 지체 정체를 밥먹듯 해야 하는 우리의..

따뜻한 위안을 주는 영화 '덕혜옹주'

고종황제가 환갑에 맞이한 덕혜는 늦둥이의 특권이랄 수 있는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 황실 주변으로는 서슬 퍼런 일제의 망령이 어른거리며 시간이 갈수록 옥죄어오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덕혜옹주만큼은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황실 이곳 저곳을 헤집으며 해맑은 표정으로 쏘다니곤 했던 덕혜옹주다. 한편 이완용과 한택수(윤제문) 등 매국노들이 온통 득시글거리는 조선 황실에는 까닭 모를 비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고종이 승하한 건 이 즈음이다. 덕혜옹주는 어릴적부터 기개가 남달랐다. 간신들의 일본 앞잡이 노릇에도 굴함 없이 꼿꼿하게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던 그녀다. 그러던 어느날의 일이다. 일제는 눈엣가시였던 고종이 승하하자 내선일체를 내세우며 조선 지우기에 본격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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