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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거북함이 노림수? 영화『공모자들』

사실 제목과 임창정 출연작이란 것 외 다른 정보는 모른 채 관람한 영화다. 첫 장면부터 피칠갑으로 시작한 영화는 마지막까지 일관성을 견지한다. 장기 밀매라는 다소 끔찍한 소재를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피를 감출래야 감출 수 없었을 게다. 하지만 너무도 가볍게 살을 째고, 쑤시고, 피가 튀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보니, 몸은 나도 모르게 긴장 상태에서 경직되어지고, 결국 영화 관람을 마친 뒤 피로감이 온 몸을 엄습해왔다. 코믹 연기의 대명사, 임창정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영화 내내 웃는 모습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잔혹한 주인공 역의 이미지 연출 때문이리라. 반면 낮게 깔린 저음의 경상도 사투리와 다소 거친 몸짓, 그리고 강렬하거나 또는 애절한 눈빛, 그의 과거 이미지를 씻어내려 애쓴 흔적이 엿보..

경쾌한 난장,『스텝업4 레볼루션』

휴양지에서 특별한 직업 없이 알바로 연명하는 주인공 션은, 도시 마이애미의 화려함에 가려져 매우 보잘 것 없으며, 존재감조차 느낄 수 없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는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일갈의 수단으로 플래시몹 그룹 '더몹'을 이끌어 간다. 멋진 마이애미의 해상과 고층빌딩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끝날 때까지 화려하고 신나는 퍼포먼스로 흥겨움을 선사한다. '더몹'의 구성원들은 99%에 해당하는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이들이 벌이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1%의 가진 자들을 향한 외침이며, 마치 얼마 전 미국발 세계를 강타했던 '월가를 점령하라'를 떠오르게 한다. 이 영화의 모티브 아니었을까 싶다. 휴양지 한복판에서 차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춤판, 그리고 스프레이로 그려대는..

삶의 강력한 에너지 『재미』

제목 그대로 재미있다.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어쩌면 이리도 간결하고 경쾌하게 풀어냈을까 싶어 한편으론 저자의 글쓰기 능력이 마냥 부럽기까지 할 정도다. 처음엔 그저 제목에서 오는 호기심 때문에 첫 장을 펼쳐보게 되었지만, 읽다보니 단숨에 마지막장까지 와있었다. 흔한 처세술 책이지만, 접근 방식은 흔치 않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평범한 한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아빠는 '척하니즘'과 '엄숙주의'를 신봉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진정한 자신의 삶보다는 사회적 위신이나 허세,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에 더 가치를 두며 살아간다. 엄마는 비교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과 늘 비교하며, 자신보다 잘살거나 뛰어난 사람 앞에선 주눅들어 하고 불행한 자신의..

밀실 미스터리 『노란 방의 비밀』

더워도 너무 더운 날의 연속이다. 오싹한 추리소설이라도 한 권 읽다 보면 이 더위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전자책 도서관을 기웃거려본다. 그런데 접속한 모 전자책 도서관에선 도통 그런 류의 책을 찾아볼 수 없다. 처음 골라 대출받은 책의 제목은 '중국괴담', 제목 그대로 괴담 수준의 이야기 모음집이었다. 아, 이게 아닌데... 그래서 바로 반납. 다시 검색하게 되었고, 그 중 눈에 띈 책이 '노란 방의 비밀', 밀실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물이다. 때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프랑스의 한 고성(古城) 글랑디에의 노란 방으로 불리는 별채에서 살인 미수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의 희생자는 다름 아닌 스탕제르송 박사의 딸이며, 글랑디에 성은 세계적인 고명한 과학자 스탕제르송..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

프레임(frame)이란 단어를 영한사전에서 찾아보게 되면 무려 14가지의 의미가 검색된다. 그 중 첫 번째, 즉 "나무/금속 등으로 된 틀"이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프레임의 의미일 듯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를 마치 액자의 틀을 들고 바라보는 것처럼 표현한 데서 비롯되었으리라. 그렇다면 정작 저자가 정의하는 프레임의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란 뜻이다.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프레임"이란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전 검색 결과에서 보 듯 "프레임"이란 단어엔 여러 의미가 함의되어 있기에, 짧은 한 단어로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적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서일 듯싶다. 저자는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이상향을 향한 치열한 욕망...소설『은교』

뜬금 없지만, 노회한 시인 이적요와 그의 제자 서지우 그리고 여고생 한은교, 이들은 결국 한 인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적요 시인이 자주 언급해 온 추악한 기성 문단은 우리의 현실 사회를 풍자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와 그의 제자 서지우는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닳고 닳은 그런 저런 삶을 사는 소시민, 즉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한은교는? 지극히 평범하며 발랄하고 당돌하기까지 한 여고생 은교는 시인 이적요가 살아 온 삶과는 대비되는, 어쩌면 현재의 삶을 리셋 내지 포맷하여 되돌리고픈, 늘 꿈 꿔온 이상향을 상징하는 인물이 아닐까 한다. 노시인이 여고생을 향해 품은 정염은 결국 현실에서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강한 부정과 그와는 반대 선 상에 놓인 이상향..

2012 서울우표전시회 관람

처음부터 이 전시회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어요. 아이들 학습일정 때문에 주말이나 휴일도 반납했던 우리 부부는 아이들은 놔둔 채 의기투합, 바람 쐬러 무작정 명동으로 나가게 된 것이 계기였지요. 명동을 한바퀴 들러보고 잠시 휴식을 취한 곳이 우연히도 포스트타워 앞마당이었던 거예요. ㅎㅎ 포스트타워 앞의 환풍구(?), 우체국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봉수대를 형상화한 모습이 이채롭네요 포스트타워 전경입니다. 요즘 건물들의 외형은 디자인 개념이 탑재되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건물 좌측 지하로는 우표박물관이 있구요. 내려가는 길도 잘 꾸며져있네요. 포스트타워 10층 전시관 입구입니다. 행사 팜플렛과 기념품도 받았어요. 전시관 안 무대모습입니다. 아마도 개관할 때 축하행사가 이 곳에서 열렸을 듯하네요. 전시관..

블랙홀, 호기심과 상상력의 결정체 -『블랙홀 교향곡』

도심에 살다 보니 가끔 밤하늘을 쳐다봐도 별 하나 제대로 관찰하기 힘들다. 반짝이는 무언가 드문 보이는 경우는 있지만, 이마저도 별빛보다는 오고가는 비행선 내지 인공위성 불빛이 아닐까 하는 의심부터 든다. 고도성장의 부산물, 대기오염의 진행속도는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정도보다 더욱 빠른 듯하다. 어릴 적 밤하늘 모습은 분명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현실적인 삶에 매몰되어 가고 밤하늘의 별빛이 사라진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별이며 우주 등의 얘기는 실상 내 관심 밖의 사항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어릴 적 순수했던 마음과 깨끗했던 하늘이 동시에 사라져버린 것처럼.... 서울대학교 우종학 교수의 저서 "블랙홀 교향곡(동녘사이언스 출간)"은 이렇듯 지극히 현실적인 이들에겐 우주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

늙는다는 것과 나이 듦이란 - 「중년수업」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 모두 죽는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며, 세월의 흐름에 따른 노화현상 또한 자연스런 일일게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이란 노래가 가슴 시리게 와 닿기 시작한다면, 당신도 이미 젊음만을 찬양하는 주류세계에서 점차 이탈하고 있다는 신호탄이 아닐까? 가와기타 요시노리의 "중년수업-나이에 지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사는 법(위즈덤하우스)"이란 책은 나이 들어감에 따라 현재와 이후의 삶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3-40대부터 그 이후 세대들에게 중년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일깨우는, 저자의 경험에서 체득한 일종의 매뉴얼이다. 자간 간격이 넓어 전반적인 활자의 밀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덕분에 읽어내려가기엔 매우 수월했지만... 총 246쪽이며, 2시간 정도면 독파할 수 있는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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