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경쾌한 난장,『스텝업4 레볼루션』

새 날 2012. 8. 14. 11:30
반응형

 

 

휴양지에서 특별한 직업 없이 알바로 연명하는 주인공 션은, 도시 마이애미의 화려함에 가려져 매우 보잘 것 없으며, 존재감조차 느낄 수 없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는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일갈의 수단으로 플래시몹 그룹 '더몹'을 이끌어 간다. 멋진 마이애미의 해상과 고층빌딩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끝날 때까지 화려하고 신나는 퍼포먼스로 흥겨움을 선사한다.

 

'더몹'의 구성원들은 99%에 해당하는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이들이 벌이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1%의 가진 자들을 향한 외침이며, 마치 얼마 전 미국발 세계를 강타했던 '월가를 점령하라'를 떠오르게 한다. 이 영화의 모티브 아니었을까 싶다.

 

 

휴양지 한복판에서 차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춤판, 그리고 스프레이로 그려대는 그래피티... 플래시몹을 벌인 이들은 퍼포먼스 후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들의 처절한 몸짓은 동영상으로 기록되어 유튜브에 올려지고,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된다.

 

 

발소리조차 쉽게 내딛기 어려울 정도로 엄숙한 분위기의 예술관, '더몹'은 순식간에 예술관을 점령하고 이들만의 엽기발랄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엄숙주의자들이 대부분인 예술관 관계자들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반면 '더몹'의 퍼포먼스에 이 곳을 찾은 관객들은 환호성을 내지른다.

 

 

앤더슨 그룹의 지역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지역민들을 위해 '더몹'은 마이애미 시장과 앤더슨 회장이 참석한 지역개발 회의장에 나타나 장엄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댄스 영화에 대한 편견 때문에 사실 큰 기대를 갖지 않고 보게 된 영화이다. 이런 류의 영화는 대부분 화려한 퍼포먼스가 관전 포인트이기에 내용 면에선 빈약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복잡한 세상살이와 관련된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고, 무념무상으로 이들의 퍼포먼스와 강한 비트의 음악, 현란한 댄스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의 1%를 향해 외치는 '더몹'의 외침과 몸짓이 거북하다면, 굳이 사회성을 덧씌울 필요 없이 편하게 퍼포먼스만 보며 즐겨도 될 듯 싶다. 솔직히 영화 보는 내내 너무 흥겨웠고, 쌓였던 스트레스의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 느낌이다.

 

엄숙주의자들에 대해 날리는 한 방과 일탈에 대한 간접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볼만 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 생각된다. 한 마디로 유쾌 통쾌 상쾌한 영화라 평가해주고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