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밀실 미스터리 『노란 방의 비밀』

새 날 2012. 8. 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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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너무 더운 날의 연속이다. 오싹한 추리소설이라도 한 권 읽다 보면 이 더위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전자책 도서관을 기웃거려본다. 그런데 접속한 모 전자책 도서관에선 도통 그런 류의 책을 찾아볼 수 없다. 처음 골라 대출받은 책의 제목은 '중국괴담', 제목 그대로 괴담 수준의 이야기 모음집이었다. 아, 이게 아닌데... 그래서 바로 반납. 다시 검색하게 되었고, 그 중 눈에 띈 책이 '노란 방의 비밀', 밀실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물이다.

 

때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프랑스의 한 고성(古城) 글랑디에의 노란 방으로 불리는 별채에서 살인 미수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의 희생자는 다름 아닌 스탕제르송 박사의 딸이며, 글랑디에 성은 세계적인 고명한 과학자 스탕제르송 박사가 그의 딸과 함께 기거하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곳이다.

 

글랑디에 성엔 스탕제르송 박사 부녀 외에도 여러 인물들이 살고 있으며, 당연히 이들은 모두 직 간접적으로 이번 참극에 연루되어 있다. 사건 후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밀실의 환경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린 범인이 이 참극의 미스터리 요소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이번 사건은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대표적인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으나 한 신문사에서 파견된 룰루타뷰라는 16세에 불과한 수습기자에 의해 그 전모가 점차 밝혀지게 된다. 이 소설도 흔히 접해오던 추리소설의 사건 전개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즉 사건이 발생하고, 주변 인물들의 행적과 의심스런 정황들을 계속 흘리며, 독자로 하여금 범인을 추측케 하다가 결국 천재 탐정이 나타나 그동안 있었던 사건들과 인물들의 흩어져있던 퍼즐을 짜맞추어 독자의 생각과는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범인을 지목하고 사건을 해결해내는 방식 말이다.

 

이런 류의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나 16세에 불과한 이 소설 주인공의 천재성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모 신문사의 수습기자 룰루타뷰의 천재적인 사건 해결 능력은 여타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유명 탐정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분명 덜하지 않다. 어차피 사전에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모든 인물들의 동작이나 행동들이 결정되어진 것일 테고, 독자들은 책을 읽어가며 그저 범인이나 사건의 해결 방향을 예측해나가면 그만인 일.... 룰루타뷰는 줄곧 자신의 이성의 원 안에 들어가는 하나의 새로운 외연적 사실이라는 자신만의 사건 해결 원칙을 고수하며 아무리 복잡하게 얽힌 일들도 모두 풀어내는 천재성을 보인다. 반면 그와 문제 해결 능력을 놓고 대척점에 서있는 경시청 소속 탐정 라르상의 범인 선 지목, 후 짜맞추기 방식엔 요목 조목 따져가며 반론을 제기한다. 물론 룰루타뷰의 압승으로 승부는 끝나게 된다.

 

의외의 결과로 사건들이 종결되어지고, 주요 인물의 성향과 놀라운 과거 행적들이 들춰짐에도 불구하고 전혀 놀랍거나 새로움을 느낄 수 없었음은 아마도 탄탄한 이야기 구조 때문이리라.

 

나름 짜임새 있는 스토리였지만, 정작 내가 원하던 오싹한 느낌은 얻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전형적인 탐정 추리 소설의 기법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점도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크고 복잡한 사건이 아닌, 조그맣고 단순한 하나의 사건을 소재로 다소 지루하게 이야기를 전개한 것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하는 요소가 되었고,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책을 읽게 만드는 마력 같은 흡인력도 부족하여 완독하는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었다. 1회 대출기간이 3일이니 아마도 총 3회에 걸쳐 재대출 받지 않았는가 싶다. 오싹한 기운을 느끼며 더위를 잊어보려 했지만, 오히려 지루함 때문에 더 더운 느낌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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