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삶의 강력한 에너지 『재미』

새 날 2012. 8.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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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재미있다.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어쩌면 이리도 간결하고 경쾌하게 풀어냈을까 싶어 한편으론 저자의 글쓰기 능력이 마냥 부럽기까지 할 정도다. 처음엔 그저 제목에서 오는 호기심 때문에 첫 장을 펼쳐보게 되었지만, 읽다보니 단숨에 마지막장까지 와있었다.

 

흔한 처세술 책이지만, 접근 방식은 흔치 않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평범한 한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아빠는 '척하니즘'과 '엄숙주의'를 신봉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진정한 자신의 삶보다는 사회적 위신이나 허세,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에 더 가치를 두며 살아간다. 엄마는 비교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과 늘 비교하며, 자신보다 잘살거나 뛰어난 사람 앞에선 주눅들어 하고 불행한 자신의 삶을 자학하며, 아이의 성적은 곧 자신의 능력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평범한 전업주부다.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가 원하는 성적을 올리지 못해 우울해하며, 학교에선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매우 평범하기만 한 소시민 가족, 이들은 나름 열심히 살아가지만 늘 불행하기만 하다. 엄마는 어느날 카운슬러로부터 취미생활을 가져볼 것과 남들과의 비교는 금물이란 권고를 듣게 된다. 아빠 또한 우연한 기회에 자전거라는 취미생활을 가지면서부터 무언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어렸을 적, 자신이 즐겨하고 있던 모든 일들울 죄악시하고, 때리거나 윽박지르던 자신의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며,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욕심을 그대로 투영시켰던 것은 아니었나 반성하게 된다. 엄마는 엄마대로 그동안 자신의 열등감을 아이에게 표출한 것에 대해 후회하게 되고...

 

취미생활과 '다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재미있는 삶으로의 변화를 이끌고, 자신들에게 진짜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동인이 된다. 이후로 세 가족의 변화해가는 모습을 통해 '재미'는 삶의 강력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말 그대로 재미지게 투척한다. 이들 가족에게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일 수 있다. 또한 가족 개개인에 대한 심리 묘사는 바로 나 자신과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할 정도로 섬세하고 리얼하다.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남들과 다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책의 내용 중 이러한 내용이 있다.

'다르다'라는 것은 서로가 같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고, '틀리다'는 잘못되었다라는 뜻인데, 우리는 흔히 '다르다'와 '틀리다'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비극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믿기 때문에 발생한다.


다름의 인정은 포용을 낳고, 이는 개방성을 확대하는 것이기에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위대한 창조가 발생할 수 있다. 사람들마다 사는 방식과 환경이 다 다른 것을, 서로 비교해봐야 자신만 불행해진다. 한 마디로 비교 프레임에서 벗어나라는 의미....

 

둘째는 재미를 추구하라.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엄숙주의자이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삶의 재미 추구를 위한 기본은 취미 생활로부터 비롯된다. 취미는 일상에서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가장 훌륭한 도구다. 내면에 잠자고 있는 좋은 감정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펌프이기 때문이다. 취미를 통해 좋은 감정을 이끌어내면 감정이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좋은 음악을 듣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볼 때, 또는 좋은 책을 읽었을 때 우린 무한 감동을 느낀다. 이렇 듯 감동을 느끼게 될 때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있다. 바로 다이도르핀이란 호르몬이다. 이의 효과는 엔돌핀의 4000배에 달하며, 심지어는 암세포도 이 호르몬 앞에선 기를 못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다. 취미 생활을 통해 얻는 재미는 잠겨있는 무한 가능성을 여는 비밀 열쇠로서,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원, 창조의 출발점이 된다. 아래에 그러한 원리가 설명되어 있다.

순간적인 영감, 즉 생활 속에서 얻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살아온 나날들의 총합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열린 마음, 그동안 해온 공부, 관찰해왔던 것, 주워들은 것, 고민해왔던 기억, 놀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것,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것 등등 순간적인 영감은 이렇듯 수많은 경험의 총합에 의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삶의 총체라 말할 수 있으며, 운이 좋아 순간 만들어진 그런 것이 아닌,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삶의 한 표출 방식인 것이다.


미래의 삶을 위해 현재를 온전히 희생한다는 건 바보같은 짓, 그냥 현재를 재미지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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