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

새 날 2012. 7. 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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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frame)이란 단어를 영한사전에서 찾아보게 되면 무려 14가지의 의미가 검색된다. 그 중 첫 번째, 즉 "나무/금속 등으로 된 틀"이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프레임의 의미일 듯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를 마치 액자의 틀을 들고 바라보는 것처럼 표현한 데서 비롯되었으리라.

 

그렇다면 정작 저자가 정의하는 프레임의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란 뜻이다.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프레임"이란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전 검색 결과에서 보 듯 "프레임"이란 단어엔 여러 의미가 함의되어 있기에, 짧은 한 단어로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적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서일 듯싶다.

 

저자는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실수와 오해 등이 세상살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것은, 우리 각자 마음의 프레임에 의한 현상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예를 들어가며 독자들을 설득시키고 있다. 아울러 진정한 지혜란 이러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함으로써 기존의 잘못된 프레임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끊임없이 리프레임하려 하는 생활 습관에서 나온다 보고 있다. 그런데 실상 본인 마음의 한계를 인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나의 짧은 생각에 이를 인정한다 함은, 이미 보통 이상의 지혜를 갖춘 자이리라. 우리는 모든 일들을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려 하는, 즉 자신과 관련지어 해석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자기 중심성이 만들어내는 한계 앞에서 한없이 겸허해질 것을 요구하며, 이것이야말로 바로 지혜를 갖추는 일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저자가 책 속에서 여러 종류의 프레임들을 설명해갈 때면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에 해당되는 잘못된 프레임이 왜 이리도 많은 건지... 특히 무언가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 할 때면,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성격에 먼저 실패부터 떠올려, 정작 실행엔 옮기지도 못하게 되는, 회피 프레임이 가장 뼈저리게 다가왔다. 저자는 그의 반대 개념인 접근 프레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정 종교에 심취한 A와 아무 종교도 믿지 않는 B가 있다. 두 사람은 서로 절친 사이라 치자. B가 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고 있다면, A는 아마도 자신이 기도를 많이 해서 그런 것이라 할 테고, 반대로 B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A는 B가 해당 종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벌을 받는 것이라 얘기하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우린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A는 종교라는 프레임에 갇힌 경우이다. B의 일이 잘 풀리는 건 그의 노력과 주변의 적절한 상황이 조화를 이뤄 잘 될 수 있는 것이었고, 반대로 잘 풀리지 않는 경우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거나 B가 하고 있는 일 자체의 한계상황 또는 B의 노력 부족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즉 실제로 일이 잘 되고 안 되고는 '신의 한 수'가 아닌, 본인과 여러 주변 상황들에 의한 결과물이다. A는 종교란 프레임에 갇혀 있기에 잘 되거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모두 종교와 연관지으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 프레임도 일종의 편견에 의한 것으로, 잘못된 프레임이 세상을 얼마나 왜곡되게 보여지게 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저자는 지혜로운 사람을 만들어주는 10가지의 바람직한 프레임을 제시한다. 첫째, 의미 프레임이다. 즉 사소한 일을 하더라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같은 일을 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접근 프레임이다. 이의 반대 개념은 앞에서 언급했었던 회피 프레임이다. 새롭게 주어지는 모든 일들을 잘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접근하라는 얘기다. 셋째, 지금 여기 프레임이다. 현재는 단순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간이 아니다. 미래만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단 지금, 현재를 충분히 즐기며 살아가라는 의미다. 넷째, 비교 프레임을 버려라. 남들과 비교하는 버릇을 버리고, 오직 자기 자신,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발전해 갈 것인지를 비교해보라는 의미다. 다섯째, 긍정의 언어 프레임이다. 한 사람의 언어는 그 사람의 프레임을 결정하게 된다. 즉 항상 긍정적인 말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여섯째,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라. 닮고 싶은 사람을 정하고, 그 사람과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노력하란 의미다. 일곱째, 주변의 물건을 바꿔라.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주변에 배치하라. 그러면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여덟째, 체험 프레임으로 소비하라.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려는 프레임보다는 체험에 가치를 두어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아홉째,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져라. 어디에서의 프레임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일생에 있어 훨씬 중요한 프레임이다. 마지막, 반복 프레임을 연마하라. 즉 잘못된 프레임은 좋은 프레임으로 리프레임하고 몸에 체득될 수 있도록 반복 훈련하라는 의미다.

 

결국 한 사람의 프레임은, 그 사람의 행복과 불행, 합리와 불합리, 성공과 실패, 사람들 사이의 상생과 갈등을 결정짓게 되는 핵심 작용을 하게 된다는 이론이 이 책의 골자인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프레임조차도 어쩌면 또 다른 프레임에 의해, 받아들여지게 될 지 그렇지 않을 지 결정지어질 지도 모르겠다. 즉 아무리 좋은 내용도 자신이 가둬 놓은 프레임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면 아무 소용 없다는 의미다.

 

복잡하고 고된 세상을 살아가며 그나마 다행인 건, 역설적이게도 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혀 산다는 사실 아닐까? 그렇지 않고 프레임이 없는, 날 것 그대로의 관점으로 세상을 살아가야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피곤하고 힘든 삶이 될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아주 좁디 좁은 나만의 프레임에 갇혀 단순하게 살아가는 난, 어쩌면 한없이 행복한 사람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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