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늙는다는 것과 나이 듦이란 - 「중년수업」

새 날 2012. 4. 2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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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 모두 죽는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며, 세월의 흐름에 따른 노화현상 또한 자연스런 일일게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이란 노래가 가슴 시리게 와 닿기 시작한다면, 당신도 이미 젊음만을 찬양하는 주류세계에서 점차 이탈하고 있다는 신호탄이 아닐까?

 

가와기타 요시노리의 "중년수업-나이에 지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사는 법(위즈덤하우스)"이란 책은 나이 들어감에 따라 현재와 이후의 삶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3-40대부터 그 이후 세대들에게 중년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일깨우는, 저자의 경험에서 체득한 일종의 매뉴얼이다.

 

자간 간격이 넓어 전반적인 활자의 밀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덕분에 읽어내려가기엔 매우 수월했지만...   총 246쪽이며, 2시간 정도면 독파할 수 있는 분량이다. 생각보다 내용이 빈약해 구입이 살짝 후회스러웠다.  실속 없이 질소 기체만 그득한, 커다란 과자봉지가 연상된다고나 할까...

 

내용의 밀도감을 굳이 계측하여 표현해보자면, 정확히 활자의 그 것과 바슷하겠다. 대부분의 처세술이나 비슷한 류의 책들처럼 뻔한 내용들 일색이고.... 그나마 매끄럽게 이뤄진 번역으로 인해 어색하거나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보통 30대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나이를 의식하게 된다. 저자는 늙는다는 것과 나이 드는 것을 구분하라 했다. 늙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노화를, 나이 듦이란 젊은이에게는 없는 것들이 생겨난다는 뜻이란다. 즉 세월이 가르쳐 준 직감이나 욕망을 컨트롤할 수 있는 지혜 등이 바로 나이 먹음에 따른 전리품이라는 것...

 

이 책의 골자는 나이 듦이란 자연스런 현상이며, 젊음을 잃는 대신 다른 것을 얻을 수 있으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고, 현재를 충분히 즐기며 살아야 하고, 정년 이후의 삶의 방식과 죽음에 대한 자세 등을 얘기하고 있다. 다루고자 하는 범위는 상당히 넓은 반면 밀도감은 떨어지니 대부분의 주제가 전반적으로 가볍고 짧게 언급되어 있다.

 

요즘엔 젊은이들이나 이미 수명의 과반이 지난 분들이나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실제 많은 시간과 돈을 할애하고 있다. 아마도 매스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젊음 찬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음이리라. 많은 이들이 꼬박꼬박 건강검진을 받아 가며 무슨 큰 병에라도 걸리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해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건강엔 독으로 작용할 거라며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다.

 

심지어 70세가 넘으면 건강검진을 받지 말라고까지 한다. 노화가 되면 병을 얻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병과 함께 살다 평안하게 생을 마감해야 아름다운 임종이 될텐데, 굳이 건강검진 때문에 발견된 병을 치유하려다 몇 년간 의미 없는 연명치료에 몸과 마음이 망신창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품위 있고 아름다운 죽음을 꿈꾸는 내 입장에서 볼 때 꽤 공감 가는 부분이다.

 

정년퇴직 후 특정한 일 없이 집에서 지내며, 주부의 공간을 침범해 들어오는 남성들을 가리켜 "젖은 낙엽"으로 비유하고, 자칫 이들이 나중에 황혼이혼에 처할 지 모른다는 경고는 새겨들을 만하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젖은 낙엽"이 되지 않는 방법 또한 소개하고 있다.

 

이런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약간의 도움이 될 듯도 싶다.
한 살 더 먹고 나이 듦의 현실에 멘탈이 붕괴되신 분....
중년 이후의 삶을 어찌 준비해야 할 지 혼란스러우신 분....
젖은 낙엽 신세가 될까 두려우신 남성분...
이 땅의 모든 젊은이들....


다만 깊이 있는 읽기보다는 최대한 가벼운 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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