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남쪽으로 튀어> 웃음코드로 버무린 진지함

실은 무겁고 심각하며 진지한 내용이지만, 그러한 진중함을 관객들에게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묘미가 있는 영화다. 가벼운 웃음으로 시작한 영화는 끝까지 그 분위기를 견지해 나간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영화가 끝난 뒤 가볍게 웃으며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웃음으로만 넘겨 버리기엔 영화 속에 담겨진 메시지가 너무 공허해지는 느낌이다. 용산참사로 시작을 알렸던 현 정권은 4대강 살리기라는 거대한 삽질로 마무리지으며, 이제 그 정점에 서 있다. 이 영화의 웃음코드 속에는 5년 내내 국민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비정하면서도 무지막지한 개발에만 온 심혈을 기울여 온 현 정권에 대한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해..

<베를린> 하정우의 1인 액션 활극

보는 내내 영화 '아저씨'가 떠오르는 거다. 사실 전혀 관련이 없을 듯한 내용과 장르인데도 말이다.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고, 해외 올 로케이션이란 스케일 측면을 놓고 보더라도 분명 기대할 만 한 요소가 많았던 영화임엔 틀림 없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그만큼 아쉬움 또한 크게 와 닿는다. 솔직히 뭐라 표현하기 참 거시기하다. 스토리가 탄탄하여 자연스레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의 강한 흡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닌, 결론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장르의 영화가 되어버린 느낌이라 아쉬움이 더 크다. 빈약하기만 한 스토리에 무언가 거창한 것을 억지로 만들어 자꾸 우겨 넣으려 한 느낌을 받다 보니, 화면 구성은 복잡해지고 번잡스럽기조차..

돌아서서 후회하지 않는 유쾌한 대화법

지은이 : 이정숙 / 펴낸 곳 : 나무생각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며 내용이지만, 저자가 언급한 78가지의 상황 설정에 따른 대화 방법과 태도 등 모두 새겨들을 만 하다. 고맙게도 연령층이나 학식 등과 상관 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쓴 저자의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아울러 말이나 대화기법은 세일즈맨이나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 부부, 연인사이 등 계층과 성별 따위와는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말이란 컵에 담긴 물처럼 한 번 쏟아지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존재다. 때문에 우리는 이로 인해 수많은 후회와 번민 또는 고통에 빠져 지내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에서처럼 돌아서서 후회하지 않고 대화를 끝낸 경우가 솔직히 얼마나 될까. 오히려 말 실수로 인해 ..

<더 헌트> 진실 외면한 마녀사냥

루카스(매즈 미켈슨 분), 그의 처절한 눈빛 속에 진실이 있다. 한 사람에게 찍는 '낙인'과 '마녀사냥'이 그와 그 주변인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굳이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얘기일까. 그렇지 않다. 진실을 외면한 낙인은 개인 뿐 아니라 특정 집단이 그 대상이 되기도 한다. 루카스에게 우연히 씌워진 단 한 번의 낙인, 진실 따위는 알려고도, 알고 싶지도, 알 필요도 없다. 오로지 그에게 씌워진 '낙인'만이 진실이 되어, 갑자기 돌변한 주변인들의 그를 향한 집단 이성 마비 증상과 광기어린 행동만이 있을 뿐... 조그만 마을에서 유치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루카스, 주변엔 친구들도 많고, 유치원에서의 생활도 그럭저럭이다. 비록 그는 이혼하여 전처, 아들과는 떨..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사랑을 통해 찾는 희망

이 영화, 부러 관심을 꺼버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사실 제목부터 살갑지 않게 와 닿은 측면이 있다. 때문에 뜻은 고사하고 제목도 기억 못한 채 도착한 시사회장, 영화 마케팅 담당자들이 입구에 서서 관객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 여념이 없었다. 내게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난해한(?) 제목과 짐작 조차 어려웠던 영화 내용 때문에 난색을 표한다. 친절한 담당자께선 우리와 같은 이들을 위해 일일이 제목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주고 계셨다. 실버라이닝... 희망을 뜻한단다. 사회성에 대한 주제의식이 살짝 덧칠해져 있긴 하지만 결국 영화의 주된 흐름은 사랑놀음이다. 다만 그 사랑의 주체가 각각 아픈 과거로부터 기인한 정신적 충격에서 오는, 반 사회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란 설정이 조금 특이하다 ..

박노해 사진전 『노래하는 호수』

80년대의 엄흑한 군사정권 시절, 얼굴 없는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던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이 부암동에 위치한 라카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민주화가 상당 부분 진척된 이후 그의 이름은 사실상 한동안 잊혀진 듯했는데요. 그는 사노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8년을 복역, 김대중 정권에서 특별사면 출소된 후 최근까지 세계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평화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보이는 라카페갤러리의 모습이구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갤러리 입구가 나타납니다. 갤러리 바깥 쪽으로는 몇 개의 테이블이 놓여져 있어 카페의 역할도 하고 있었구요. 갤러리 입구로 들어서니 직원분께서 안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습니다. 입구에 붙어 있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과 그의 약력 한때 노동 혁명 투사로 ..

세번의 다른 삶을 사는 남자 이야기 『빅픽처』

저자 : 더글라스 케네디, 출판사 : 밝은세상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가? 아니 비록 만족스럽더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이 진정 하고 싶고,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또 다른 삶을 살아보고픈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 없는가? '빅픽처'는 우연히 자신의 삶 대신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된, 어떤 한 남자의 기 막힌 운명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매우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인공 벤, 어릴 적 우연히 그의 손에 쥐게 된 카메라 한 대가 그의 삶을 뿌리채 흔들어 놓게 될 줄 그는 꿈에도 몰랐으리라. 카메라에 흥미를 갖게 된 벤은 사진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좋은 교육 받고 훌륭한 직장에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는 부모는 그런 그..

와인집에서 두런두런,『와인집을 가다』

지은이 : 박미향 펴낸곳 : (주)넥서스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아, 집에서 보관 중이던 와인 한 병을 얼마전 개봉했다. 물론 마시기 위함이다. 와인의 '와'자도 모르는 촌스런 녀석이 와인의 이름이나 만들어진 나라 따위에 관심 있을리 만무했지만, 그래도 와인이랍시고 최대한 이쁜 잔을 준비해, 다른 이들처럼 살짝 따라 입에 머금... 이 아니라 일반 술처럼 그냥 벌컥 벌컥 들이켰다. 하지만 이제껏 접해 왔던 와인들에 비해 유독 밍밍하며 텁텁하고... 이리 맛없는 것을 왜 마실까 싶었다. 한 잔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남은 와인은 다시 봉인...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온전히, 이렇듯 특별히 더 맛이 없었던 와인 한 잔 때문이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 이런 류의 책들엔 조금의 관심도 없었던 터다. 읽어야 ..

고정관념 타파,『창의력에 미쳐라』

지은이 : 김광희 펴낸곳 : (주)넥서스 이 나이에 무슨 창의력이냐고? 그냥 세상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기도 벅찬데... 맞는 말이다. 한창 자라나는 세대 내지 이제 막 사회 생활에 발을 내딛는, 그런 세대에게나 어울릴 법한 화두와 내용들이 분명 맞을 듯하다. 그래서 해당 세대들에겐 필히 일독을 권하고 싶기도 하고... 나처럼 낀 세대는 이미 뇌세포가 새로 만들어지기보단 죽어가는 숫자가 더 많을 것이기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거나 자극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연유로 난 이 책을 나와 같이 어정쩡하니 낀 세대에게 권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만의 프레임을 더욱 견고히 쌓아가며, 그 안에 갇혀 콘크리트보다 더욱 강한 고정관념을 만들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단 한..

영화『웨딩 스캔들』, 작은 연극을 접한 느낌

태풍 볼라벤이 남한을 할퀴고 북한 쪽을 향해 맹렬히 올라가고 있을 즈음, 집사람과 난 영화 관람을 위해 집을 나섰다. 조금은 무모한 행동이었을까? 하지만 이미 태풍의 중심은 내 서식지를 지나도 한참을 지났을 터이니... 거리는 예상대로 한산했다. 비가 오는 하늘이라 평소보다 금방 어둑해진다. 아직 태풍의 흔적은 내 몸을 통해 감지되고 있었다. 평소와는 차원이 다른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 이 정도 바람이면 우산 뒤집는 일 정도는 완전 식은 죽 먹기일 듯... 버스를 잡아 탔다. 해가 없는 하늘이라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깜깜하다. 명동에서 내려 메인 골목으로 들어선다. 어라? 도로 가운데 있어야 할 노점상들이 아예 보이질 않네... 평소 같았으면 막혀 앞으로 진행하기도 버거운 길이었는데, 이날은 뻥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