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함정> 당신이 빠져든 건 어쩌면 또 다른 함정

준식(조한선)과 소연(김민경)은 결혼 5년차에 접어든 부부다. 하지만 아직 애가 없다. 여기에는 나름의 사연이 존재한다. 2년 전 임신한 아기를 유산으로 잃은 뒤 준식은 그로부터 기인한 듯한 트라우마를 겪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그는 갈수록 의기소침해져갔다. 이러한 남편의 고통을 누구보다 안타까워 하는 이는 다름아닌 아내 소연이었으며, 그녀는 아기를 가진 평범한 부부를 볼 때마다 부러움 때문에 몸둘 바를 몰라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소연은 준식에게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배를 타고 한참동안 들어가야 하는 외딴섬이다. 식사를 하기 위해 소연이 유명하다는 맛집으로 안내하는데, 워낙 외진 섬 지역인 탓에 자동차 내비에도 표시되지 않아 길을 찾느라 애를 먹어야만 했..

<미라클 벨리에> 따뜻한 배려와 감동이 돋보인 영화

고등학생인 폴라 벨리에(루안 에머라)는 다소 억척스러워 보인다. 그녀를 둘러싼 환경 탓이다. 폴라 자신을 제외한 가족 모두가 청각 장애인인 탓에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의 사업부터 시작하여 소소한 가정사까지,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폴라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때문에 한참 감수성 예민한 또래 아이들처럼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하고 그저 학교와 집 그리고 농장만을 시계추처럼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 게 그녀가 현재 취할 수 있는 삶의 전부다. 그녀의 유일한 낙이라면 학교와 집을 오갈 때 흔히 이용하곤 하는 자전거를 타며 즐겨 듣던 음악에 심취하는 일이다. 그러던 어느날 새학기가 시작되고, 특별활동반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가브리엘 세바뇽(일리안 버갈라)의 멋진 자태에 눈길이 절로 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고단한 현실 비튼 잔혹 판타지

정수남(이정현)은 중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공장에 취직할 것인지, 아니면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엘리트가 될 것인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후자를 택했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다행히 손재주가 뛰어난 덕분에 주산이면 주산, 타자면 타자 등 자격증이란 자격증은 죄다 취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교를 졸업하고 취업할 즈음엔 컴퓨터가 등장하며 수남이의 자격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돼버렸다. 아울러 정작 사회에서는 이러한 자격증 몇 개보다 외모 등 다른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쨌거나 어느 작은 공장의 경리 사원으로 채용된 그녀, 하는 일이 자신과 맞지 않아 고민도 하곤 했으나 같은 회사에서 재직 중인 한 남자(이해..

<아마조니아> 아마존의 경이로움을 스크린에 풀어놓다

도시에서 사람들에 의해 길들여진 듯한 - 목에 목줄이 감겨 있는 것으로 봐선 동물 서커스단 소속 내지 애완용으로 길들여졌으리라 짐작되는 상황이다 - 원숭이 '샤이'가 어디론가 옮겨지기 위해 비행기에 실린 채 아마존 상공 위를 날던 중 이상 기류를 만나 그만 밀림 속에 불시착하고 만다. 비행기 조종사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비행기 안에 남겨진 생명체라고는 오로지 샤이 하나뿐이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정체 모를 동물이 먹이를 찾기 위해 비행기 안에 들어 왔다가 샤이를 발견하고 그가 가두어진 철창 우리의 시건장치를 풀어 준다. 샤이는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당장 비행기 조종사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일단 무턱대고 비행기 밖으로 나가 보는 샤이다. 난생 처음 접하는 곤충과 동물들.. 샤이에겐 온통 두려움의 대..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톰 크루즈의 매력, 그 이상의 영화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톰 크루즈, 활주로를 달리며 막 이륙 중인 수송기에 뛰어오르던 그의 날렵한 몸동작은 이 영화가 벌써 다섯번째 시리즈에 이르는 데다 그가 이미 50줄에 접어들어 액션 장르를 소화하기엔 무리일 것이란 대중들의 선입견을 한꺼번에 날리기에 충분하다. 이윽고 흘러나오는 OST 'Take A Look Around'는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으면서도 혹시 그 정체성마저 잊어버렸을지 모를 이들에게 이 영화가 바로 '미션 임파서블'임을 재차 각인시키게 한다. 에단 헌트(톰 크루즈)를 비롯 브랜트(제레미 레너), 벤지(사이먼 페그), 루터(빙 라메즈) 등은 누구보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특급 특수요원들인 데다 그동안 불가능한 미션을 주로 수행해 오던 IMF(Impo..

<픽셀> 기발한 상상력의 끝판왕

어릴적 오락실에서 즐기던 아케이드 게임 내용의 다수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으로부터 방어하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류의 초창기 작품이랄 수 있는 '인베이더'나 그로부터 한층 진화한, 한때 스타크래프트에 버금갈 만큼 엄청난 인기와 전성기를 누렸던 '갤러그'가 바로 그러하다. 만약 이러한 게임속 유닛들이 그 형태 그대로 지구를 침공해 온다면 어떨까? 영화 '픽셀'은 바로 이러한 발칙한 상상으로부터 비롯됐다. 오래된 브라운관 TV에서 뛰쳐나온 픽셀들이 모여 아케이드 게임 속 다채로운 유닛의 형상을 이루더니 어느새 도심 하늘 위에 나타나 닥치는 대로 주변 사물들과 충돌하며 그마저도 모두 픽셀로 만들어버린다. 이윽고 게임 유닛들의 대장격쯤 돼보이는 동킹콩이 등장하고 그가 투척해놓은 시한폭탄이 터지면서 지구 전..

<손님> 약속을 어기는 자, 그들이 봐야 할 영화

때는 바야흐로 6.25전쟁이 끝나고 휴전을 선언한 즈음, 시력이 약하고 이빨은 여기저기 썩은 데다 폐에서마저 이상이 감지돼 연신 기침을 해대는 영남(구승현)과 거리를 떠돌며 피리를 불어 생계를 잇고 있는 그의 아버지 악사(류승룡)는 영남의 병 치료를 위해 서울로 가던 길이다. 어느날 우연히 정체 모를 산골마을로 들어서게 되는데, 여기는 외부와 철저하게 고립된 덕분에 지도에도 표시돼있지 않을 만큼 외진 곳이다. 그래서 그럴까? 처음 접하는 마을 사람들의 그들 부자를 향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으며, 경계하는 눈빛이 뚜렷했다. 곧 다가올 미래를 암시하기라도 하는 걸까? 이 마을 전체를 통솔하는 이는 촌장(이성민)이다. 모든 일은 그의 지시와 통제에 의해 이뤄진다. 영남 애비는 이러한 마을 촌장에게 양담배 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독창적이며 인간적인, 따뜻한 영화

가까운 미래,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전략 방어 시스템인 '스카이넷'이 스스로의 지능을 갖춘 채 인류를 핵전쟁의 참화 속으로 몰아 넣으며 30억이 넘는 인류를 몰살시킨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일이지만, 그나마 살아남은 인간들은 기계의 지배를 받으며 쥐새끼처럼 숨죽인 채 살아가야 하는 척박한 환경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난세가 영웅을 만드는 법, 비상한 지휘력과 작전 능력으로 인간을 이끌며 끊임없이 기계들을 물리쳐 온 존 코너(제이슨 클락)는 스카이넷 타도를 위한 지하조직을 구성, 기계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의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스카이넷의 심장부를 향해 회심의 일격을 가하던 2029년의 어느날, 스카이넷은 존 코너의 탄생 자체를 막을 요량으로 타임머신에 터미네이터를 태운 채 그를 1984..

<소수의견> 현실 같아서 섬뜩한, 최종 판단은 관객의 몫

서울 북아현동 재개발 지역 강제 철거 현장, 중무장한 경찰들이 한 건물을 에워싸고 있고, 그 건물 옥상에서는 연신 화염병이 투척되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지휘본부의 진압 지시가 떨어졌다. 경찰 한 무리가 건물에 투입된다. 현장은 이내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안타깝게도 인명 사고마저 발생했다. 건물 옥상에 남아 끝까지 사투를 벌이던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아들과 경찰 한 명이 사망한 것이다. 경찰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박재호는 결국 구속되고 만다. 그에게는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국선 2년차에 접어든 새내기이자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윤진원(윤계상) 변호사가 배정됐다. 그저 그런 사건이라 생각한 탓인지 마냥 심드렁하기만 한 윤진원, 어느날 해당 사건을 취재하던 공옥경(김옥빈) 기자를 만나게 된 ..

<은밀한 유혹> 긴장감 늦출 수 없었던 범죄 멜로

'지푸라기 여자'라는 프랑스 소설이 원작인 영화다. 관람 내내 짜임새있게 와닿았던 연유는 이 때문인 듯싶다.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초반부터 끝마칠 때까지 시종일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굳이 비슷한 류의 영화를 떠올리자면, 지난해 개봉한 '나를 찾아줘'나 아주 예전 영화 '적과의 동침' 따위가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제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 해도 중간 중간 지루하거나 졸릴 만한 요소가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만큼은 그렇지가 않았다. 물론 전혀 기대를 하지 않은 데다, 이 영화와 관련한 사전 정보에 대해, 심지어 장르조차, 전혀 모른 채 관람한 결과일런지도 모른다. 마카오에서 친구와 함께 여행사를 차린 유지연(임수정), 그녀는 동업한 친구에게 배신을 당해 빚마저 잔뜩 떠안은 채 사채업자들에게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