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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아메리칸 스나이퍼> 그가 겨눈 건 과연 무얼까?

'테러와의 전쟁' 당시 실존했던 미국의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어느날 이슬람 급진세력에 의해 아프리카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현지인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인들마저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TV를 통해 전파된다. 투우장에서 특별한 직업 없이 소일하던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에겐 남 일 같지 않게 다가온다. 테러 행위로 무고한 미국인들이 숨지는 꼴을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었던 그는 군 입대를 결정, 미국 특수부대인 네이비 씰에 자원한다. 훈련 과정은 무척이나 고됐으나 그의 굳건한 애국적 신념은 이를 모두 극복케 하고도 남을 정도다. 우연히 들른 한 술집에서 만난 여성과 사랑에 빠진 그, 교제와 동시에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때마침 911 테러로 인해 뉴욕센터 ..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지금부터 써내려가는 글엔 스포일러가 포함됐을 수 있으니 읽는 분의 주의를 요하는 바다.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너무 뻔하다. 일반적인 동양인의 신체 구조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탁월한 목소리를 타고난 배재철이라는 한 성악가가 유럽 오페라계에서 실력을 인정 받아 승승장구, 정상에 오르며 전성기를 맞이하던 찰나 갑작스레 찾아온 갑상선암 때문에 성대의 신경이 끊기고 목소리를 잃은 뒤, 각고의 노력 끝에 다시금 무대에 서게 된다는 이야기 구조다. 물론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무얼까? 이런 뻔한 스토리를 어떠한 방식으로, 또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듯싶다. 그러다 보니 조건반사와도 같이 어떤 한 사람에게 시선이 고정된다. 다름아닌 일본에서 오페라..

대학로 연극 '이솝야화', 빵빵 터지는 기발한 개그 코드가 압권

뭐 하나 만족스러운 게 없거니와 웃을 일조차 없는 요즘이다. 더구나 근래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펼쳐보이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그야말로 한 편의 희극이라 할 만큼 참혹하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극이라면 해맑은 웃음은커녕 하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 내지 쓴 웃음만을 짓게 할 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현재 그러하다. 마음껏 웃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해내기조차 어려울 만큼 아득하다. 하지만 절친과 함께 관람을 위해 '훈 아트홀'이란 작은 소극장에 발을 디딘 이후로는 적어도 세상사에 대한 시름 따위 까맣게 잊을 수 있었다. 이곳의 모양새는 가로로 길쭉했고 세로 폭이 한없이 좁아 무대와 객석 간의 간극은 그야말로 한 뼘밖에 안 될 만큼 가까웠다. 심지어 배우들의 숨소리마저 확인될 정도로 말이다. 물론 T..

대학로 연극 '시크릿', 웃음 뒤 밀려드는 미친 현실의 씁쓸한 여운

12월 6일 토요일,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날은 여전히 차가웠다. 영하 1도라는 기온에 걸맞지 않은 이 추위는 아마도 코끝을 아리게 할 만큼 매섭게 불어오는 칼바람 탓이었으리라. 1주일 내내 지속된 한파로 인해 몸과 마음은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이 모두 얼어붙은 채였다. 특히나 추위를 많이 타는 내겐 극악의 상황이다. 절친과 함께 걷는 이 대학로 길이 많은 인파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썰렁하게만 느껴졌던 결정적인 이유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가 찾은 곳은 '탑 아트홀'이라 불리는 아주 아담한 소극장이었다. 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어린 꼬마아이에서부터 커플의 청춘과 중년의 어른까지, 매우 다양한 관객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극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이광남이라는 청년은 자신의 신분을 대통령이라 생각하는, 일..

<빅매치> 스트레스 한 방에 날리기엔 2% 부족

계절과 환경적 요인이 화학적 결합을 이뤄 만들어낸 뿌연 대기.. 가뜩이나 줄어든 일조량 탓에 요즘 우울감은 절정에 달해간다.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 따위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쩌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원하는, 지극히 자연발생적인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빅매치'는 그래서 선택한 영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트레스를 한 방에 물리치기엔 2%가 부족해 보인다. 분명 좋은 재료인 것만은 분명한데, 어째서 이런 느낌이 들었던 걸까? 아마도 무언가 어색한 연출과 전체적인 부조화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괜찮은 듯하면서도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최익호(이정재)는 격투기 간판스타로서 세계 1인자의 자리를 놓고 안드레아와 한 판 대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형 영호(이성..

<헝거게임 : 모킹제이> 변죽만 울리다 사그라진 혁명의 불꽃

2편 캣칭 파이어를 재밌게 본 탓에 뒷 이야기가 궁금했던 터다. 모킹제이를 봐야하는 건 일종의 의무감이었다. 하지만 감독은 우릴 철저히 농락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편은 쉬어가기 내지 다음편인 모킹제이 파트2의 예고편쯤의 역할을 하는 듯싶다. 앞선 편들을 전혀 보지 않았던 분들이라면 당연히 졸리기만 했을 테고, '판엠의 불꽃'과 '캣칭 파이어' 이 두 작품을 모두 섭렵한 분들이라 해도 분명 실망을 금치 못했으리라 짐작된다. 이번 편의 홍보를 위해 내한하기로 했던 제니퍼 로렌스가 방한 일정을 전격 취소했던 건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라 생각된다. 만에 하나 그녀의 방한이 많은 이들을 상영관으로 이끌었다면, 엄청난 욕을 감수하며 기존 팬들마저 돌아서게 되는 악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헝거게임이 끝난 뒤 ..

<퓨리> 전쟁의 참상과 광기의 근원을 말하다

영화 타이틀 'FURY'란, 다름아닌 다섯 명의 연합군 전사가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탱크 포열에 쓰인 글귀다. 즉 탱크 이름이다. 이 탱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전에 투입됐던 M4 '셔먼'이라 불리는 기종인데,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퓨리'는 실제 현역으로 활약했던 녀석이란 이유로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관람에 앞서 나의 최대 관심은 역시나 너무도 정형화되거나 뻔한 전쟁 영화들 틈바구니 속에서 이 영화만이 갖는 특징과 감독이 얘기하려 했던 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었다. 주제는 여타의 전쟁 장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전쟁의 참상과 그에 따른 인간성 상실의 아픔을 얘기하고자 했을 테다. 때는 바야흐로 2차 세계대전이 한창 막바지에 이른 지점, 다섯 명의 전사를 태운 전차 퓨리는 연합군..

<인터스텔라> 항성간 시공간마저 뛰어넘는 인간애

항성과 항성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사실 우리의 시공간 개념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엄청난 수치일 테다. '광년'이란 빛의 속도를 이용한 거리 단위가 사용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인터스텔라'가 비교적 과학적 이론을 충실히 따른 작품이라 해도 시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건 여전히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가 아마도 '웜홀'이란 개념 아니었을까 싶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에서의 시공간 사이에 놓인 구멍이 바로 '웜홀'이다. 즉 일종의 축지법처럼 시공간을 압축하여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의미하는데, 순전히 수학적 원리로서만 가능한 이론이란 사실은 엄연한 한계다. 어쨌든 '웜홀'의 등장은 이 영화의 주제 의식에 있어 절대 빠져선 안 될 성간 여행의 전제 조..

<나의 독재자> 김일성으로 완벽 빙의한 설경구

* 이 포스팅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예측이 어려웠다. 김일성이란 단어가 언뜻 포스터상에서 보였고, 이는 관람 전 내가 이 영화의 사전 지식으로 알고 있던 전부다. 물론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이라는 기발한 소재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놓았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으며, 배우 설경구의 김일성으로 빙의한 듯한 혼신의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제대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뿐이랴. 과거의 아팠던 시대상과 작금의 상황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느낌이라 많은 부분을 생각케 하기도 한다. 때는 바야흐로 날던 새도 떨어뜨린다는 서슬퍼렇던 유신정권시절이다. 성근(설경구..

영화 '나를 찾아줘' 관객몰이 이유는?

영화 '나를 찾아줘'의 인기몰이가 상당하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땐 요상한 제목 탓에 관심이 별로였던 터라 그저 그런 류의 작품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국내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현재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물론 또 다른 영화의 개봉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 변수는 많지만, 어쨌든 꾸준한 입소문을 통해 관객을 계속해서 불러들이고 있는 양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나 여성들의 관심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내가 관람했을 당시에도 중년 이상의 여성층 관객 수가 상당했다. 분명 의외의 현상이다. 젊은 감각의 스릴러물에 웬 중년 이상의 여성 관객이 봇물을 이루는 걸까. 하지만, 관람을 마치고 난 뒤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결혼을 소재로 한 데다 안으로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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