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영화 '나를 찾아줘' 관객몰이 이유는?

새 날 2014. 10. 2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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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찾아줘'의 인기몰이가 상당하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땐 요상한 제목 탓에 관심이 별로였던 터라 그저 그런 류의 작품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국내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현재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물론 또 다른 영화의 개봉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 변수는 많지만, 어쨌든 꾸준한 입소문을 통해 관객을 계속해서 불러들이고 있는 양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나 여성들의 관심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내가 관람했을 당시에도 중년 이상의 여성층 관객 수가 상당했다.  분명 의외의 현상이다.  젊은 감각의 스릴러물에 웬 중년 이상의 여성 관객이 봇물을 이루는 걸까.  하지만, 관람을 마치고 난 뒤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결혼을 소재로 한 데다 안으로 조금 더 파고들다 보면 막장 요소까지 더해져, 일단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엘리트 여성 에이미는 좋게 말해 똑똑하고 유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실은 정신병자에 가까운 인물이다.  닉던과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은 이유 역시 그녀의 정신병적 집착 때문일 테다.  영화에선 닉던이 바람기 많은 허우대만 멀쩡한 무능한 남편으로 묘사되어 있다.  물론 그의 능력이 에이미에 비해 그리 탁월하다 할 순 없지만, 그가 자꾸 밖으로만 돌려 하고 무능해질 수밖에 없게 된 근저엔 에이미의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테다.

 

지성과 미모 그리고 재력을 두루 겸비한 그녀는 수많은 남성들의 로망이다.  덕분에 그녀를 쫓아다니다 스토커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남성들이 제법 됐다.  허나 에이미가 실종된 이후 그녀의 살해 용의자로 몰리던 닉던이 에이미의 스토커라 불리는 이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캐낸 실체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그들은 스토커가 아니라 오히려 에이미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피해자들이었다. 



황홀한 밤, 무수한 설탕가루가 날리던 뉴욕의 어느 뒷골목에서 달콤한 설탕가루처럼 서로의 사랑을 속삭이며 결혼에 골인했던 그들 커플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넌더리가 날 만큼 증오의 대상이 되어간다.  겉으로 볼 땐 에이미가 결혼 생활 유지를 위해 헌신을 다한 듯보이고, 반대로 닉던의 방탕기와 낭비벽 그리고 무능력이 둘 사이를 파탄나게 만든 듯싶지만, 실은 에이미의 닉던을 조종하여 자신의 뜻에 따르게 하려는 정신병적 집착이 그들 관계를 파탄나게 한 핵심 요인이다.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간혹 염증 따위를 느껴야 할 때가 있다.  특히나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막장 요소가 더해지며 다소 섬뜩하게 다가오는 스토리가 어쩌면 새로운 자극적인 유인이 된 채 조용한 반향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거니와, 에이미의 정신병적 집착으로 인한 닉던과의 깨진 관계를 떠나 그녀가 남편에게 벌인 상상 초월의 복수극을 통해 묘한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감 따위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여성관객이 몰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결혼관계란 에이미의 대사 한 꼭지처럼 서로 증오하고 조종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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