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아마조니아> 아마존의 경이로움을 스크린에 풀어놓다

새 날 2015. 8. 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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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사람들에 의해 길들여진 듯한 - 목에 목줄이 감겨 있는 것으로 봐선 동물 서커스단 소속 내지 애완용으로 길들여졌으리라 짐작되는 상황이다 - 원숭이 '샤이'가 어디론가 옮겨지기 위해 비행기에 실린 채 아마존 상공 위를 날던 중 이상 기류를 만나 그만 밀림 속에 불시착하고 만다.  비행기 조종사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비행기 안에 남겨진 생명체라고는 오로지 샤이 하나뿐이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정체 모를 동물이 먹이를 찾기 위해 비행기 안에 들어 왔다가 샤이를 발견하고 그가 가두어진 철창 우리의 시건장치를 풀어 준다.  샤이는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당장 비행기 조종사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일단 무턱대고 비행기 밖으로 나가 보는 샤이다.  난생 처음 접하는 곤충과 동물들.. 샤이에겐 온통 두려움의 대상이다.  공포에 떨며 어쩔 수 없이 다시 비행기 안으로 돌아온 샤이..


하루가 지난 다음날 날이 밝자 도저히 배가 고픈 상황을 이겨낼 수 없던 샤이는 과감히 비행기 밖 아마존 밀림 세계로 뛰어든다.  하지만 도심에서 자란 원숭이 샤이에게 있어 아마존 밀림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처음엔 조종사를 찾겠다는 일념뿐이었지만, 어느샌가 생존 자체를 위협 받으며 이를 염려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갖은 고난을 겪어 가며 아마존 속으로 깊숙이 발을 내딛는 샤이, 그의 목숨을 건 모험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으니...

 

 

지구에 필요한 산소의 20% 이상을 공급해 주고 있고, 전 세계 모든 동식물 종의 10% 가량이 서식하고 있는 곳, 이른바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열대 우림 지역이다.  이곳은 '아마조니아(Amazonia)'란 또 다른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마존에선 매일 수 차례 시도 때도 없이 비가 퍼붓곤 한다.  그 양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기도 하거니와 때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동식물의 생존이 위협 받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단 하루라도 이러한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이곳의 생명체들은 삶을 영위할 수가 없으며, 또한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연속성과 평형을 절대로 보장해 주지 못 한다.  일종의 생명줄이자 필요악인 셈이다. 


 

'아마존의 5천마리의 동물, 4만가지의 식물, 250만종의 곤충까지 신비하고 경이로운 모습을 담아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 '아마조니아'의 선전 문구다.  하지만 이 문구만을 온전히 믿은 채 영화 관람에 나섰다간 실망하기 꼭 알맞다.  세계에서 가장 넓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열대 우림 지역이란 화려한 수식어에 비해 샤이가 직접 맞닥뜨리게 된, 우리 눈에 포착된 생명체는 기대만큼 그리 많지가 않은 탓이다.  솔직히 듣도 보도 못한 특이한 동식물의 대거 등장을 기대하였건만, 결과적으로는 왠지 미흡했던 느낌이다.  언뜻 기억에 남는 동물을 추려 본다면, 샤이를 끝까지 몰아붙이며 간담을 써늘케 했던 재규어,  아마존의 명물 분홍 돌고래, 갑옷으로 온몸이 둘러싸인 왕아르마딜, 몸길이 12미터의 아나콘다 등등이다. 

 

 

물론 아마존 밀림 한복판에서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이곤 하는 동물들을 촬영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건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 정도의 분량을 촬영하는 일만 해도 무려 6년간의 제작기간과 제작진들이 18개월 내내 아마존에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의 연속이었던 걸로 전해진다.  특히 카메라와 렌즈 연구에만 6개월 이상을 투자하여 나뭇가지의 미세한 떨림까지 담아내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니 이들의 정성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덕분에 기대치에 못 미쳐 다소 미흡한 측면은 있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실제로 아마존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생생함을 맛볼 수 있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제작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야 할 노릇이다.

 

만약 내게 이 영화만의 무언가 특징을 꼽으라고 한다면, 다큐멘터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서사 아닌 서사가 가미된 점을 언급하고 싶다.  원숭이 샤이를 통해 픽션적 요소가 더해진 탓이다.  처음엔 이 대목 때문에 다큐멘터리만이 지니고 있는 특징적인 요소들을 다소 흐릿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샤이의 연기(?)가 자못 진지해 나름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자칫 아마존에서 서식 중인 동식물 몇몇 종을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에 그칠 수도 있는 뻔한 설정을 이러한 픽션 부분이 다소 완화시키거나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 

 

 

고도로 훈련된 샤이는 연출된 장면을 마치 진짜인 양 실감나게 연기한 덕분에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물의 이면엔 자연스러운 행동을 유도한 동물랭글러(영화나 드라마 텔레비젼 프로그램, 광고 등에 출연하는 동물을 섭외하고 훈련시키는 직업인)의 노력이 배어 있다.  이들이 원숭이 샤이와 교감을 나누며 실제와 같은 생생한 연출을 유도한 덕분에 우린 보다 실감난 관람이 가능했던 셈이다. 

 

아마존 밀림 지역은 각종 개발 등으로 인해 연간 17만 km²씩 파괴되어 가고 있단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이러한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무분별한 열대 우림 파괴 행위를 직접적으로 보여 주거나 언급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아마존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스크린 한 가득 비추며 관객들로 하여금 왜 이 곳을 보존해야만 하는지 역설적인 방식으로 깨닫게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CG에 길들여진 우리의 안구를 완전 무공해 천연 화면으로 정화시켜 보는 건 어떨까?  이 영화, 사실 이 같은 이유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다.

 

 

감독  뤽 마르스코트, 미에리 라고베르트  

 

*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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