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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진짜의 나와 마주하는 용기 '커피메이트'

도심속 조용한 카페, 손님들의 두런거리는 말소리와 찻잔 놓는 소리만 간신히 들릴 것 같은 분위기다. 인영(윤진서)은 주변에 다른 커피숍도 많은데 늘 이 곳만을 즐겨 찾는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편안하기 때문이다. 오롯이 혼자 앉아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후 시간을 소일하는 이 일이 그녀에겐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 그런데 이 곳에 자주 오다 보니 문득 특별한 패턴이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특히 한 남자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 역시 그녀와 비슷한 시간대에 나타나 혼자서 커피를 즐기다 가곤 했다. 괜시리 이 남자가 끌린다. 인영은 유부녀였다. 하지만 이 남자가 접근해 온다면 왠지 거부하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그를 두고 혼자 오만 가지 상상에 빠져들곤 하는 그..

이 시대 청춘들의 자화상 '누에치던 방'

10년 동안 사법고시를 치렀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던 채미희(이상희)는 어느 날 전철에서 한 여고생을 만나 무작정 그녀의 뒤를 쫓으며 살고 있는 집의 위치를 확인한다. 채미희가 그 집의 벨을 눌렀으나 여고생은 없었고, 대신 조성숙(홍승이)이라는 여성이 그녀를 맞이한다. 채미희는 조성숙 더러 다짜고짜 고교 때 절친이었다며 자신을 알아볼 수 있겠느냐고 채근한다. 조성숙은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채미희의 뜬금없는 이러한 행동에도 결코 당황해하지 않은 듯한 눈치다. 일단 그녀를 집안으로 들인 뒤 따뜻한 차 한 잔을 함께 마시며 기꺼이 말동무가 되어준다. 조성숙은 현재 김익주(임형국)라는 남성과 동거 중이다. 그와의 인연은 고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절친이던 김유영(김새벽)과 함께 그를 만나..

누구나 내면에 괴물 하나쯤은 키운다 '콜로설'

근래 글로리아(앤 해서웨이)에겐 되는 일이 하나 없다. 직장을 잃은 지 벌써 1년이나 지났으며, 매일 술독에 빠져 지내기 일쑤다. 남자 친구인 팀(댄 스티븐스)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그날도 친구들과 함께 질펀하게 술에 취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뉴욕을 떠나게 된 글로리아다. 결국 깡촌인 자신의 고향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물론 고향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인 데다가 아주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우연히 고향 친구 오스카(제이슨 서디키스)를 만나게 되는 글로리아, 넉넉한 인심 덕분에 그가 운영하는 바에서 일하게 되는 행운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거대 괴수가 출현, 무고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만다. 글로리아는 비록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으나 이..

어쩌면 가장 쉽고도 어려운 일 '사랑이 이끄는 대로'

영화음악 제작자인 앙투안(장 뒤자르댕)은 영화 '줄리엣과 로미오'의 제작에 참여하기 위해 어느 날 인도를 방문하게 된다. 프랑스 대사(크리스토퍼 램버트)의 초청으로 대사관 만찬에 함께한 그는 옆자리에 앉은 대사 부인 안나(엘자 질버스테인)와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인도에 흠뻑 빠진 듯 너무도 진지하고 열심인 그녀의 대화 태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차 빠져들게 되고, 그녀 역시 자신이라면 절대로 갖추지 못할 것 같은 자유분방한 사고와 행동을 보여주던 그에게 어딘가 끌리게 된다. 안나는 인도 철학과 문화에 심취한 상태였으며, 이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사랑의 신이자 인도의 영적 지도자인 '아마'를 몸소 만나고자 먼 걸음을 자처한다. 안나의 지적인 묘한 매력은 어느덧 앙투안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며 깊숙이 ..

과거의 삶이 질곡으로 다가올 때 '버텨내는 용기'

나는 무언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흔히 자존감이 곤두박질치는 느낌을 받곤 한다. 혹은 열등감이 느닷없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둘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인 까닭에 두더지게임을 하듯 한 녀석을 지그시 누르면 반대로 다른 녀석이 튀어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마다 속이 씁쓸해지는 데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하지만 현실은 나의 의지대로만 움직일 수가 없으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현실과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려 시도한다. 현재 드러난 능력과 문제점에 대해 그의 원인을 되도록이면 나의 능력 밖으로부터 찾으려 부단히 애를 쓰는 것이다. 왠지 그래야만 상처를 덜 받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는 성격이 원래 내향적이기 때문에..

지고지순한 사랑의 대가 '로즈'

정신병원에 갇힌 채 무려 50년의 삶을 허비해버린 로즈(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그녀가 낳은 아기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물론 로즈 스스로는 결코 아기를 죽인 일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 주변엔 로즈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 어느 날 병원 이전 계획 때문에 그녀의 소지품들이 막무가내로 버려진다. 과거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소중한 것들을 본인의 허락도 없이 버리려 하는 병원 측의 야만적인 행위에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나선 로즈다. 그녀의 행동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진정성과 비슷한 류의 존재 따위를 간파한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에릭 바나)는 간호사(수잔 린치)와 함께 로즈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듣기 시작한다. 로즈는 정신병원 입원 이래 자신의 생각..

당신은 지금 잘 하고 있는 거예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비영리기관에서 일해온 브래드(벤 스틸러)는 어느 날 불현듯 자신의 삶이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다가왔다. 대학 동창들은 하나 같이 각자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부자가 되어 있거나 아니면 사회 저명 인사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반해 자신만은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바라보니 그동안 무엇을 해온 것인지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자신의 신세가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다가온다. 브래드는 대학 진학을 앞둔 아들 트로이(오스틴 에이브람스)를 위해 함께 아이비리그 투어에 나서기로 한다. 열등감과 자괴감에 사로잡혀 몸둘 바를 몰라해 하던 브래드는 아들이 하바드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식에 왠지 모를 힘이 불끈 솟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들이 날짜를 착각하는 바람에 그 ..

지금 당신의 모습을 사랑하나요?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자책하면서 삶을 살아간다. 보다 나아지기 위해 나름 부단히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만 초라해지기 일쑤다. 심지어 불안감에 시달리며 자존감의 밑도 끝도 없는 추락을 맛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이유도 무척 다양하다. 적극적이지 못하다거나 열정이 부족해 보이고, 업무 성과는 왠지 뒤처진다. 외모는 또 어떤가.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잘 생기고 날씬하기까지 한데 나는 왜 이 모양인가 모르겠다. 이렇듯 타인과 끝없이 비교하며 우리는 늘 열등감을 키우고 반대로 자존감은 스스로 깎아내리며 살아간다. 놀랍게도 우리 스스로에게 늘 상처를 안기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내부 총질, 즉 자기 비난을 일삼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지금보..

문득 자존감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 때 '자존감'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무언가를 이뤄야 하는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문득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심리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 말이다. 이를테면 면접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 매번 고배를 마시거나 이성을 소개 받는 자리에만 가면 괜시리 쭈뼛거려 모처럼 맞이하게 된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는 경우 등 그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이럴 때면 내면 깊숙이 잠재돼 있던 열등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며 나의 모든 의지를 한꺼번에 꺾어놓기 일쑤다. 이렇듯 자존감의 빈 틈을 메우는 건 늘 열등감의 몫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보다 심한 경우 눈물을 왈칵 쏟아내면서 아픔을 다독이곤 한다. 자존감이 이미 바닥을 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심리 상태라면 자신의 실수를 훌훌 털어버리고 씩 웃으면서 후일을..

소녀들의 눈물이 바로 미투 운동의 원조 '눈길'

1944년 일제 강점기, 같은 마을에 사는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는 동갑내기 친구다. 하지만 가정 환경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부잣집 막내 딸로 태어나 누릴 것 다 누리며 사는 영애에 비해 종분은 가뜩이나 없는 집안 형편에 그마저도 남동생인 종길에게 모든 걸 양보해야 하는 처지였다. 종분은 학교도 다닐 형편이 못돼 글조차 깨우치지 못했다. 때문에 모직 코트를 멋지게 차려 입은 채 구두를 신고 학교에 다니는 영애가 마냥 부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영애네 집에 일본 순사들이 들이닥치더니 집안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뒤 오빠인 영주(서영주)를 잡아간다. 영애 역시 같은 이유로 학교 등에서 갖은 모욕을 당하지만, 일본으로의 유학 기회를 얻기 위해 이를 악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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