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지금 당신의 모습을 사랑하나요?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새 날 2018. 3. 1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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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자책하면서 삶을 살아간다. 보다 나아지기 위해 나름 부단히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만 초라해지기 일쑤다. 심지어 불안감에 시달리며 자존감의 밑도 끝도 없는 추락을 맛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이유도 무척 다양하다. 적극적이지 못하다거나 열정이 부족해 보이고, 업무 성과는 왠지 뒤처진다. 외모는 또 어떤가.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잘 생기고 날씬하기까지 한데 나는 왜 이 모양인가 모르겠다. 


이렇듯 타인과 끝없이 비교하며 우리는 늘 열등감을 키우고 반대로 자존감은 스스로 깎아내리며 살아간다. 놀랍게도 우리 스스로에게 늘 상처를 안기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내부 총질, 즉 자기 비난을 일삼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지금보다 더 나아진 나의 모습을 그리다가 결국 자책에 자기 비난까지, 되레 엉망이 된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자칫 자기혐오 단계에까지 이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로부터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고통은 대부분 우리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들로 이뤄진 경향이 크다. 아니 고통 없는 인생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비난에 쉬이 빠져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통제가 불가능한 영역이라 판단하고 있다. 애시당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거늘 이에 집착하다 보니 정작 가능한 일이 무엇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들기 십상이란다. 그러면서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상담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마음 훈련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총 두 개의 파트로 분류되어 있으며, 첫 장에서는 우리 스스로를 다그치고 미워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히게 하는 원인에 대해, 그리고 두번째 장에서는 지금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친절하게 대하기 위한 마음을 훈련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야기 단락마다 쉼표(,)를 넣어 책을 읽어내려가다가 한 템포씩 쉬어가게끔 하고, 마음을 가다듬도록 여백을 만들어놓은 시도는 참신하게 다가오는 데다가 매우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 책에서는 행동을 바로잡는 조언 따위는 만날 수 없다는 점을 나름의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즉, 여타의 자기계발서들이 제한된 조언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현혹되어 이행 도중 실패하는 경우 자칫 그로 인한 책임으로 인해 또 다시 자기 비난에 빠져들게 되기에 여타의 자기계발서에 쓰인 충고는 절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첫 장에서 왜 우리는 늘 열등감에 휘둘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어려우며, 심지어 자기 비난을 일삼게 되는가에 대해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자꾸만 천착하기 때문이라는 원인을 밝히고 있으나 그 해법으로 제시한 마음 훈련법은 다소 미흡한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지금 이대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자신을 사랑하고 친절하게 대하라 말하고 있으나, 정작 설득력은 태부족인 셈이다. 


“지금 당신의 모습을 사랑하나요?”라는 호기심 가득한 질문으로 시작한 이 책은 자신에게 친절해지라며 그에 따른 훈련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며 열등감이 불끈 솟아오르고 끊임없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이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저자가 그토록 차별화하고 싶던 여타의 자기계발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한 점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저자 안드레아스 크누프

역자 박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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