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문득 자존감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 때 '자존감'

새 날 2018. 3. 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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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무언가를 이뤄야 하는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문득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심리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 말이다. 이를테면 면접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 매번 고배를 마시거나 이성을 소개 받는 자리에만 가면 괜시리 쭈뼛거려 모처럼 맞이하게 된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는 경우 등 그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이럴 때면 내면 깊숙이 잠재돼 있던 열등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며 나의 모든 의지를 한꺼번에 꺾어놓기 일쑤다. 이렇듯 자존감의 빈 틈을 메우는 건 늘 열등감의 몫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보다 심한 경우 눈물을 왈칵 쏟아내면서 아픔을 다독이곤 한다. 자존감이 이미 바닥을 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심리 상태라면 자신의 실수를 훌훌 털어버리고 씩 웃으면서 후일을 도모하자는 긍정적인 생각은 이미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을 테고, 그보다는 아무래도 마음이 너무도 공허하고 아파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평상심을 잃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자신의 애꿎은 가슴을 쥐어짜며 '도대체 왜 그랬을까' 라는 말만 되뇌일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자존감이란 무얼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타인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 의식을 일컫는다. 자신이 사랑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있는 스스로를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으며, 언제나 당당하고 마음이 건강하다. 


자존감의 추락은 누구에게든 커다란 내상을 입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자존감과 열등감은 일종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선 열등감 따위는 과감히 날려 버려야 한다. 자존감이 높아졌다가도 다시 낮아졌다를 반복하듯 누구든 크고 작은 열등감 하나쯤은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열등감의 발생 원인은 무얼까? 


한마디로 자신에 대한 관점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 ‘나는 무능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현실이다. 열등감은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더 낮게 보는 관점의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부정적 관점을 인식하고 바꾸는 것이 숙제다. 이런 자신에 대한 관점은 유년기 경험이 좌우한다. 


열등감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를 못났다고 생각하거나 무능하다고 여기기 일쑤다. 덕분에 자신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초라하게 받아들이며 남모르게 상처를 받은 채 살아간다. 저자에 따르면 열등감에도 종류가 있다. 외모나 가정환경, 지능처럼 타고난 조건에 의한 열등감과 가난, 능력, 트라우마 등 후천적으로 생긴 열등감 따위다. 여기에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엿보인다. 본인의 의지에 의한 산물이 아닌 탓이다. 



전 세계 60억 명 가운데 유일무이한 자신만의 독특하고 귀한 생애를 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얽매인 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며 삶을 허비하기엔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너무나 짧다. 후천적인 열등감 역시 객관적인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가와 같은 주관적인 관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열등감이 심할 경우 각종 공포증 등의 정신 질환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질환은 의외로 흔하다. 우리 주변에는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언젠가 우연히 살펴본 통계 자료에 따르면 대인기피증 혹은 사회공포증을 앓는 사람의 숫자는 최대 전체 인구의 10%가량에 이른다고 하니 말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성과 위주, 경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반면, 타인에 대한 배려는 태부족인 까닭에 이러한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는 일종의 사회병리현상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저자는 정신분석전문의로서 의료 현장에서 경험했던 치료 사례는 물론, 자신의 열등감까지 예로 들어가며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그 존재감 때문에 고민하게 되는 열등감과 관련하여 발생 원인과 그로 인한 심리 상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열등감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릴 때, 특히 유년기 시절,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열등감이 발생하고, 자존감이 무너졌다 해도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득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무너진 자존감에 몸둘 바를 몰라 했던 적은 혹시 없었는가? 이런 경우 자책하거나 눈물을 쏟아내도 왠지 그 때뿐이지 않은가? 물론 이 책이 당장 추락한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고 열등감을 사라지게 해주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무너진 자존감과 더불어 고통스러운 열등감의 긴 터널로부터 잠시 빠져나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여유 정도는 선사해준다. 



저자  이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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