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아름다움 이면의 치명적인 예리함 '단델라이언'

이제는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져 버려진 폐목장의 사일로 안에서 어느 날 엽기적인 형태로 사망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경찰의 신원 조회 결과 죽은 여성은 16년 전 실종 신고된, 당시 대학 새내기이던 히나타 에미로 밝혀진다. 가부라기를 중심으로 한 수사팀이 급거 꾸려졌으나 해당 사건의 수사가 이들이 아닌 공안팀에 배정되는 등 석연찮은 구석이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가부라기의 동료 히메노 형사가 어릴 적, 그러니까 보다 정확히는 에미가 실종됐던 1998년 그 해, 죽은 에미와 함께 같은 빌라에서 거주하면서 그녀의 제안으로 에미가 숨진 채 발견된 이곳 목장에 왔었던 기이한 경험도 그 가운데 하나다. 히메노는 모친 없이 부친과 단 둘이 살고 있었는데, 에미가 이사오면서 자신을 여러모로 잘 챙겨주거나 함께 ..

코믹과 추리,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았나? '탐정: 리턴즈'

만화방을 운영하던 강대만(권상우)은 가게를 다른 사람(김광규)에게 넘기고, 전직 경찰 출신 노태수(성동일)와 의기투합, 탐정 사무소를 개업한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바바리를 걸치는 등 외양은 기세등등한 멋진 탐정의 그것을 온전히 빼닮았으나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사건 의뢰를 해 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썰렁한 사무실에는 파리만 들끓었다. 이런 처지 속에서 거리 곳곳에 누군가 붙여놓은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습니다' 전단지에 눈길이 쏠리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알량한 자존심은 적어도 이처럼 소소한 건만큼은 결코 허락치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홍보차 들른 경찰서에서 약혼남의 억울한 죽음을 재조사해달라며 하소연하던 한 의뢰인을 우연히 만나게 된 대만, 명함을 그녀..

25년 만에 다시 만나는 쥬라기 공룡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쥬라기 월드가 조성된 이슬라 누블라 섬이 화산 폭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 그에 따라 이 곳에서 서식 중이던 공룡들 역시 같은 위기 상황과 맞닥뜨리게 됐다. 쥬라기 월드를 설립한 록우드 재단의 밀스(라프 스팰)는 이들 공룡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로 결정한다. 이의 적임자로는 현재 '공룡보호연대' NGO를 운영하고 있는 클래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과거 공룡 조련사로 활약했던 오웬(크리스 프랫)이었다. 이들은 일행 지아(다니엘라 피네다), 프랭클린(저스티스 스미스)과 함께 이슬라 누블라 섬으로 황급히 떠난다. 하지만 일행이 도착한 쥬라기 월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공룡의 놀라운 자태를 감상할 만한 시간적 여유조차 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행복과 성공을 향한 각기 다른 두 방식 '파운더'

밀크셰이크 믹서기 판매원인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믹서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던 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당 업주들은 그의 열띤 믹서기 홍보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했다. 덕분에 매번 허탕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점포에서 무려 여섯 대의 믹서기를 주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대도 아닌 여섯 대를 점포 한 곳에서 주문한다는 건 웬만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잘못된 주문일 것이라 지레 짐작한 그는 해당 점포에 확인차 연락을 취해본다. 맥도날드라 불리는 가게였으며, 워낙 바빠서 오히려 믹서기 여섯 대로도 부족한 실정이란다. 어떤 점포인지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던 그는 가뜩이나 넓디 넓은 미국 영토인 데다가 동에서 서로 횡단해야 할 만큼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

나는 위로 받을 자격이 충분해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

수 년 전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라는 광고 카피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 광고 속에서 배우 유해진은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평소 코믹한 배역을 많이 맡아온 터라 제아무리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여도 솔직히 웃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 광고가 당시 인기를 끌었던 건 그만큼 일에 치여 지친 사람들이 많았노라는 방증일 테다. 광고 카피 하나가 응어리진 자신들의 속마음을 속시원히 풀어헤치며 현재의 처지를 대변해주는 듯 무언가 짜릿하고 통쾌한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테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직장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4%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오랜 기간 느끼..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책 '센서티브'

지금으로부터 수 년 전의 일이다. 지역의 한 여성센터에서 심리학 관련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다. 당시 강사로 나선 사람은 모 대학 교수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 날은 심리 유형을 학습하였으며, 그와 동시에 수강자를 대상으로 한 간단한 모의 테스트도 이뤄졌다. 강사는 각자의 테스트 결과를 놓고 내향성으로 나온 사람들 더러 손을 들라고 했다. 영문을 모른 채 몇 사람이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강사는 다음과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저는 외향성입니다. 반드시 그렇기 때문 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전 외향성의 사람이 좋아요. 내향성의 사람들은 피곤하거든요" 놀라운 발언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다른 과목도 아닌, 무려 심리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다. 특정 성향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가치판단을 내리는 건 누구..

일하기 위해 사는 걸까 살기 위해 일하는 걸까 '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

취업절벽의 시대다. 직장생활이 고달프다며 하소연하는 직장인들이 주변에 즐비하지만, 여전히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 한 취준생 신분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이는 마냥 배 부른 소리로 들려올 법도 하다. 공동체 어딘가에 소속되고픈 욕구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작용하는 기제다.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주인공 아오야마에게는 이러한 욕망이 더욱 절실한 것으로 읽힌다. 자신이 발을 디딘 채 경제 활동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취업을 원하던 그였다. 절실하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아오야마는 다행히 모 회사 영업부서로의 취업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 어렵다던 좁은 관문을 통과한 기쁨도 잠시, 그는 지속되는 야근과 강압적인 조직 분위기에 치여 입사한 지 불과 수 개월만에 문득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 일..

이 시대 진정한 어른이란 '리틀 포레스트'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해 오던 혜원(김태리)은 시험에 낙방한다. 혜원과 함께 시험을 치른 남자친구의 합격 소식은 그녀를 더욱 의기소침하게 하는 유인이 되게 한다. 결국 짐을 싸서 고향집으로 내려오고 만 그녀다. 잠시 쉬어갈 요량이었다. 도시 생활에 지친 그녀에겐 당분간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다행히 어릴 적 함께 자란 또래들 몇몇도 이곳에 터를 잡아 살고 있어 그나마 외로움은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가운데서도 지역의 단위농협 점포에서 텔러로 일하고 있는 은숙(진기주)이 혜원을 가장 반겼다. 은숙은 혜원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둘러싼 현실이 고달프고 싫었다. 조그마한 시골 단위농협 점포에서 쳇바퀴 돌듯 생활하는 게 영 갑갑하기 만했기 때문이다. 도피하고 싶었다. 일탈하고 싶었다. 이렇듯 은숙..

죽음으로 형상화한 세기말적 분위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나는 매일 잡지와 신문을 꼼꼼이 읽는다. 그 가운데서도 특정인을 찾는 구인광고나 잘 나가던 회사가 급작스레 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경제 기사 따위에 주목한다. 특히 부고 기사만큼은 절대로 빼놓지 않는다. 이쯤 되면 나의 직업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짐작 가능할 법도 하다. 그렇다. 나는 자살도우미다. 그동안 나는 의뢰인의 이야기들을 꼼꼼이 기록해 왔다. 물론 모든 의뢰인들의 이야기가 내 글의 대상이 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이야기들만 기록해놓기 때문이다. 택시기사인 K 그리고 비디오 예술가인 C는 형제 사이다. 이 두 형제를 동시에 파고든 여인 하나가 있었다. 세연이라 불리는 여성이었다. 늘 추파춥스를 입에 물고 있던 팜므파탈 같은 고혹적인 이미지를 풍기던 그녀는 나로 하..

당신보다 내가 더 소중합니다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관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덕분에 우리는 친구, 친척, 직장, 지역 등 다양한 형태의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들 역시 이 인간관계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 관계 때문에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셈이니 사람 사는 세상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한 곳이 아닐 수 없다.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심리는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종류의 것일 테다. 물론 사람마다 경중의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손해를 입고 상처를 입은 채 뒤에서 몰래 가슴앓이를 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특별히 소중한 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에, 위계에 의한 불평등 관계에서 비롯된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