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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52

<송포유> 나의 천사여, 내 노래 듣고 있나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란 노래가 있습니다. 김목경의 노래를 김광석이 리메이크하여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해 주었던 노래인데요. 영화 보는 내내 이 노래가 떠오르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작년에 감상한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가 오버랩되어지기도 하는군요. 주된 이야기의 구조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이지만, 그 안엔 가족 간의 갈등 치유와 더불어 따뜻한 가족애가 함께 녹아있어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해 줍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 새하얗게 변색되어지고, 앞머리와 속알머리 숭숭 빠진 꼬장꼬장 고집불통 아서(테렌스 스탬프 분), 암에 걸려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매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 이 두 노부부의 애정은 남달랐습니다. 특히 아서의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더욱 깊어, 잠자리에 그녀가..

<링컨> 보편적 가치와 진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다

지난주 예정되어 있던 시사회가 극장 측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상영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덕분에 한 주 늦은 3월 7일에서야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시사회장으로 가는 길의 대기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중국에서 한창 이슈화되고 있는 맹독성 스모그까지는 아니었지만, 미세먼지 등이 잔뜩 끼어 주변을 온통 부옇게 만들어 놓은 바람에 숨쉬기가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숨쉬기.. 평소엔 잘 의식 않는 우리 몸에서의 자연스런 생리 활동입니다만, 이렇듯 무언가 제약 조건이 주어질 때면 비로소 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니 평등이니 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만... 영화 '링컨'은 노예제도 폐지를 통한 인류의 보편적 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는? <그래서>

저자 : 백가흠 펴낸 곳 : 문학동네 활자 속에서는 살아 있지만, 현실 속에서는 분명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눈은 퀭하고 얼굴은 깡마른 백발의 한 노인을 통해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케 하고, 분명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그의 석연치 않았던 삶 속에서 반추해낼 수 있다. 산 중턱 외딴집, 풀과 나무들은 모두 죽어 황량한 폐허와 다름없는 정원, 생명이라곤 오직 지붕까지 덮을 기세인 담쟁이 덩굴과 도심에서 쫓겨나 가끔 나타나곤 하는 이름모를 새들, 그리고 이곳에 혼자 살고 있는 백발 성성 노인... 까칠하며 꼬장꼬장한 성격만큼이나 외모 또한 건조하기 그지없다. 움푹 패인 양 볼과 푹 꺼진 눈덩이 그리고 도드라진 턱선은 이 노인의 성..

<남쪽으로 튀어> 웃음코드로 버무린 진지함

실은 무겁고 심각하며 진지한 내용이지만, 그러한 진중함을 관객들에게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묘미가 있는 영화다. 가벼운 웃음으로 시작한 영화는 끝까지 그 분위기를 견지해 나간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영화가 끝난 뒤 가볍게 웃으며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웃음으로만 넘겨 버리기엔 영화 속에 담겨진 메시지가 너무 공허해지는 느낌이다. 용산참사로 시작을 알렸던 현 정권은 4대강 살리기라는 거대한 삽질로 마무리지으며, 이제 그 정점에 서 있다. 이 영화의 웃음코드 속에는 5년 내내 국민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비정하면서도 무지막지한 개발에만 온 심혈을 기울여 온 현 정권에 대한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해..

<베를린> 하정우의 1인 액션 활극

보는 내내 영화 '아저씨'가 떠오르는 거다. 사실 전혀 관련이 없을 듯한 내용과 장르인데도 말이다.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고, 해외 올 로케이션이란 스케일 측면을 놓고 보더라도 분명 기대할 만 한 요소가 많았던 영화임엔 틀림 없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그만큼 아쉬움 또한 크게 와 닿는다. 솔직히 뭐라 표현하기 참 거시기하다. 스토리가 탄탄하여 자연스레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의 강한 흡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닌, 결론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장르의 영화가 되어버린 느낌이라 아쉬움이 더 크다. 빈약하기만 한 스토리에 무언가 거창한 것을 억지로 만들어 자꾸 우겨 넣으려 한 느낌을 받다 보니, 화면 구성은 복잡해지고 번잡스럽기조차..

돌아서서 후회하지 않는 유쾌한 대화법

지은이 : 이정숙 / 펴낸 곳 : 나무생각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며 내용이지만, 저자가 언급한 78가지의 상황 설정에 따른 대화 방법과 태도 등 모두 새겨들을 만 하다. 고맙게도 연령층이나 학식 등과 상관 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쓴 저자의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아울러 말이나 대화기법은 세일즈맨이나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 부부, 연인사이 등 계층과 성별 따위와는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말이란 컵에 담긴 물처럼 한 번 쏟아지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존재다. 때문에 우리는 이로 인해 수많은 후회와 번민 또는 고통에 빠져 지내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에서처럼 돌아서서 후회하지 않고 대화를 끝낸 경우가 솔직히 얼마나 될까. 오히려 말 실수로 인해 ..

<더 헌트> 진실 외면한 마녀사냥

루카스(매즈 미켈슨 분), 그의 처절한 눈빛 속에 진실이 있다. 한 사람에게 찍는 '낙인'과 '마녀사냥'이 그와 그 주변인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굳이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얘기일까. 그렇지 않다. 진실을 외면한 낙인은 개인 뿐 아니라 특정 집단이 그 대상이 되기도 한다. 루카스에게 우연히 씌워진 단 한 번의 낙인, 진실 따위는 알려고도, 알고 싶지도, 알 필요도 없다. 오로지 그에게 씌워진 '낙인'만이 진실이 되어, 갑자기 돌변한 주변인들의 그를 향한 집단 이성 마비 증상과 광기어린 행동만이 있을 뿐... 조그만 마을에서 유치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루카스, 주변엔 친구들도 많고, 유치원에서의 생활도 그럭저럭이다. 비록 그는 이혼하여 전처, 아들과는 떨..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사랑을 통해 찾는 희망

이 영화, 부러 관심을 꺼버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사실 제목부터 살갑지 않게 와 닿은 측면이 있다. 때문에 뜻은 고사하고 제목도 기억 못한 채 도착한 시사회장, 영화 마케팅 담당자들이 입구에 서서 관객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 여념이 없었다. 내게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난해한(?) 제목과 짐작 조차 어려웠던 영화 내용 때문에 난색을 표한다. 친절한 담당자께선 우리와 같은 이들을 위해 일일이 제목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주고 계셨다. 실버라이닝... 희망을 뜻한단다. 사회성에 대한 주제의식이 살짝 덧칠해져 있긴 하지만 결국 영화의 주된 흐름은 사랑놀음이다. 다만 그 사랑의 주체가 각각 아픈 과거로부터 기인한 정신적 충격에서 오는, 반 사회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란 설정이 조금 특이하다 ..

박노해 사진전 『노래하는 호수』

80년대의 엄흑한 군사정권 시절, 얼굴 없는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던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이 부암동에 위치한 라카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민주화가 상당 부분 진척된 이후 그의 이름은 사실상 한동안 잊혀진 듯했는데요. 그는 사노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8년을 복역, 김대중 정권에서 특별사면 출소된 후 최근까지 세계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평화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보이는 라카페갤러리의 모습이구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갤러리 입구가 나타납니다. 갤러리 바깥 쪽으로는 몇 개의 테이블이 놓여져 있어 카페의 역할도 하고 있었구요. 갤러리 입구로 들어서니 직원분께서 안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습니다. 입구에 붙어 있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과 그의 약력 한때 노동 혁명 투사로 ..

세번의 다른 삶을 사는 남자 이야기 『빅픽처』

저자 : 더글라스 케네디, 출판사 : 밝은세상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가? 아니 비록 만족스럽더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이 진정 하고 싶고,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또 다른 삶을 살아보고픈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 없는가? '빅픽처'는 우연히 자신의 삶 대신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된, 어떤 한 남자의 기 막힌 운명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매우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인공 벤, 어릴 적 우연히 그의 손에 쥐게 된 카메라 한 대가 그의 삶을 뿌리채 흔들어 놓게 될 줄 그는 꿈에도 몰랐으리라. 카메라에 흥미를 갖게 된 벤은 사진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좋은 교육 받고 훌륭한 직장에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는 부모는 그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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