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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52

<까밀 리와인드> 16세로 되감기한 삶, 질곡은 계속된다

성인인 당신, 만일 이팔청춘의 꽃다운 나이로 돌아가게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얼까. 물론 청소년기의 시절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분들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매우 심드렁했던 분들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한 번쯤은 그 시절로 되돌아가 다시 한 번 당시의 행복을 누려보고 싶거나 무언가 부족했던 시기였더라면 못다한 일을 다시금 해보고픈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현재의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마구 엉킨 실타래처럼 뒤틀린 내 현재의 삶을 과연 바로 펼 수 있을까? 영화 는 제목 그대로 40대 여인 까밀의 삶을 마치 카세트 테이프 되감기하듯 16세 풋풋한 소녀의 삶으로 되돌려놓는다. 일종의 "시간여행"인 셈이다. 이러한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무척이나 설레고 흥미진진한 일임엔 틀림 없을 테지..

<언어의 정원> 비와 사랑에 관한 짧지만 맑은 이야기

누군가 "비 좋아하세요?" 라고 물어온다면 기꺼이 "그렇다"라고 답할 것 같다. 그것도 많이.. 물론 가수 비를 언급하는 게 아니다. 대기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구름이 되고 이들 물방울들이 다시 뭉쳐 지상으로 떨어지는, 기상현상 비를 말함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는가 보다. BC카드가 장마철 저녁시간 요식업종의 카드 결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 오는 날 파전 전문점의 매출액이 평균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강우량이 30-80mm 정도 될 때 비가 오지 않은 날에 비해 무려 88%라는 매출액 신장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무래도 평소 비 오는 날이면 괜시리 마음을 울적케 하거나 감성적으로 변하게 하는 특별한 요소가 있으리라 생각해왔는데, 이를 실제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그..

<설국열차> 삶의 물리적 토대 변혁을 위한 거친 몸부림

한국 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던 봉준호 감독 작품 "괴물"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아니면 그로부터 꽤나 많은 시간의 흐름이 있었고, 때문에 더욱 진화한 한국 영화들에 익숙해지며 눈높이가 높아져서 그런 걸까? 그도 아니라면 현재 가장 많은 호평을 받으며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인기 탓에 기대치가 너무 높아 그런 것일까? 어쨌든 이 푹푹 찌는 폭염 속에서 땀 흘리며 애써 영화관을 찾아 관람한 영화치고는 영 별로였다. 특히 이 영화의 감독과 같은 감독의 작품인 "괴물"에 비해 더욱 그러했다. 이상하게도 그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일수록 내겐 오히려 실망으로 다가온 경우가 많았다. 비근한 예로 "베를린"을 들 수 있겠다. 베를린, 여러모로 참 맘에 들지 않은 구석이 많았지만, 특히 ..

<베이트> 쓰나미라는 재난상황과 죠스의 어색한 동거

더워도 너무 덥다. 이렇게 더운 시즌이면 늘 등장하는 종류의 영화들이 있다. 그렇다. 공포 내지 스릴러와 같은 장르의 영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으니 예의상 한 편 정도는 관람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는 훼이크고 실은 시사회를 통해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 "베이트", 일단 식인상어의 대명사 "죠스"류의 영화임엔 틀림 없지만,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21세기에 제작된 영화이기에 죠스보다는 아무래도 한층 진화한 형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래봤자일 듯도 싶다. 어차피 여름 한 철 오싹한 기운을 느끼며 찜통더위를 몰아내기 위해 관람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영화의 범주에 포함되기밖에 더 하겠는가. 다만, 쓰나미라는 재난 상황이 더해지고, 때문에 물에 잠긴 도심에서 생존한 사람들 틈 ..

성공 이면의 추악한 민낯과 권력의 속성

성공 이면의 추악한 민낯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성공의 의미란 무얼까. 아마도 높은 사회적 지위와 많은 돈을 움켜쥐고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대부분 떠올릴 듯싶다. 그들이 부러운가? 그렇다 그들이 부럽다. 그런데 사회에서 꽤나 명망 있는 사람들의 추악한 실체가 매스컴을 통해 연일 까발려질 때면 우린 늘 "너희들이 그럼 그렇지"란 생각을 하며 냉소를 보내게 된다. 그들이 부러우면 부러울수록 냉소의 강도는 더 심해진다. 여기엔 일말의 동정심 따위조차 자리할 리 만무하다. 물론 "그럼 그렇지"란 생각엔 복합적인 의미가 숨어있다. 소위 권력 쥐고 돈 있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깨끗하지 못할 것이란 선입견과 잘난 사람들의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통해 대리 만족감과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

<그랑블루> 장엄한 대자연과 인간이 그려낸 서사시

무려 25년 전의 영화가 다시 돌아왔다. 물론 국내 개봉은 1993년에 이뤄졌기에 그로부터는 20년이란 세월이 흐른 셈이다. 다시 개봉되는 이번 작품엔 "리마스터링 감독판"이란 부제가 붙었다. 그렇다면 1993년 국내 개봉작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진 걸까? 안타깝게도 20년 전 이 영화를 감상하지 못한 난 변화된 부분을 감지할 수 없었다. 다만 배급사의 홍보물에 떠도는 전언에 의지하여 굳이 읊어본다면, 삭제되었던 58분의 분량이 복원되었고, 아날로그 필름으로 찍었던 당시의 화면을 디지털화하여 HD화면으로 리마스터링한 것이란다. 신기하다. 강산이 두 번 이상은 변했을 법한 시간의 흐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왜 촌스럽거나 어색하게 와닿지 않는 것일까? 물론 그 이유로 뤽 베송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을..

<에브리데이> 일상의 조각이 모여 삶이 완성된다

독특한 느낌의 영화다. 감독으로선 흥행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법한데, 철저히 이를 무시한 느낌이다. 적어도 내 느낌은 그랬다. 솔직히 재미없다. 아니 지루할 정도다. 감독은 매우 불친절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마치 흑백의 무성 영화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감정의 기복 없이 꿋꿋하게 연출하더니, 결국 영화가 내포하는 의미마저 퍼즐 맞추듯 관객 스스로가 찾게끔 만든다. 물론 그러한 되새김질 없이 보통의 영화처럼 영상만으로 놓고 본다면, 아마도 기겁을 해야 할 정도로 무미건조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영화 속 일상들을 조각 조각 흩뿌려 놓아 관객들이 조각 맞춤을 스스로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아마도 감독의 노림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네 자녀와 아내 카펜(셜리 헨더슨 분)만이 남은 한..

<스타 트렉 다크니스> 공간 워프? 시대마저 워프한 대작

스타 트렉, 어릴적 다른 TV 방송으로의 채널 돌리는 중간 중간 걸려든 주한미군방송 AFKN을 통해 가끔 불 수 있었던 드라마다. 물론 미군들을 위한 방송이니 당연히 영어로 떠둘어댔을 터, 말귀를 알아들을 수 없어 내용은 철저히 무시한 채 그저 이미지만을 스캔하는 일이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작정하고 본 기억은 없는 듯하다. 대충 커다란 우주선 하나가 늘 등장했고, 그 안엔 귀가 뽀족하게 생긴 - 당시엔 외계인이라 생각함 - 승무원과 다른 여타 승무원들이 탑승하여 우주를 유영하며, 여러 에피소드를 엮어가는 이야기 구조였던 걸로 기억한다. 영화가 끝난 후 팜플렛을 슬쩍 보니 이 영화에 앞서 이 만들어졌었는가 보다. 하지만 이 포스팅은 비기닝에 대한 내용도, 예전부터 방송되어 왔던 드라마에 대한 ..

<몽타주> 잘 짜여진 범죄극, 밋밋함은 극복 못해

영화속 엄정화의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함께 목놓아 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이 잃은 엄마의 애끓는 고통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다소 힘든 일이겠지만, 살아 돌아올 것이라 철석 같이 믿었던 아이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이를 감싸안은 채 절규하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도 짠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영화 는 아동 유괴 사건을 다룬 영화다. 치안이 강화되고 시민들의 안전 의식 고취로 근래엔 많이 수그러들었다지만, 아동 유괴 사건,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종종 발생해 왔던 터다. 정확히 15년전, 서진이란 여아의 유괴 살해 사건이 있었고, 이 사건은 공소시효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인지라 끝내 영구 미제 사건에 처하게 될 운명이다. 물론 서진이의 엄마(엄정화 분)는 사건 이후 단 하루도 아이를 잊지 못한 ..

겨울 끄트머리 드러내던 날, 대구미술관을 찾다

어제 오후부터 기온이 많이 따뜻해졌더군요. 오전엔 제법 쌀쌀했던지라 패딩점퍼를 갖춰 입고 출근했었는데, 퇴근 무렵엔 이 녀석이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여겨질 정도의 포근한 날이었습니다. 따뜻해진 봄날,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작년 이맘때를 기억해 봅니다. 4월 하순까지 쌀쌀한 기온 때문에 감기를 달고 살았던... 때문에 아직 겨울 기운을 완전히 떨쳤다고 섣불리 말할 수가 없네요. 지난 3월 초, 한 달 전입니다만, 지금보다 훨씬 겨울의 흔적이 많았겠지요? 당시 이미지에서도 꽤나 을씨년스런 느낌이 전해져 오는군요. 그렇습니다. 여전히 온도계의 눈금은 0도를 사이에 두고 아래를 기웃거리며 영역싸움을 벌이고 있는 시기, 겨울옷으로 완전 무장한 채 밖으로 나선 것입니다. 대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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