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베이트> 쓰나미라는 재난상황과 죠스의 어색한 동거

새 날 2013. 8. 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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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너무 덥다.  이렇게 더운 시즌이면 늘 등장하는 종류의 영화들이 있다.  그렇다.  공포 내지 스릴러와 같은 장르의 영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으니 예의상 한 편 정도는 관람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는 훼이크고 실은 시사회를 통해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 "베이트", 일단 식인상어의 대명사 "죠스"류의 영화임엔 틀림 없지만,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21세기에 제작된 영화이기에 죠스보다는 아무래도 한층 진화한 형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래봤자일 듯도 싶다.  어차피 여름 한 철 오싹한 기운을 느끼며 찜통더위를 몰아내기 위해 관람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영화의 범주에 포함되기밖에 더 하겠는가.

 

 

다만, 쓰나미라는 재난 상황이 더해지고, 때문에 물에 잠긴 도심에서 생존한 사람들 틈 사이로 식인상어가 돌아다닌다는 설정이 조금 특이할 뿐이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이야기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평화롭던 싱가폴의 이름 모르는 해변에 어느날 식인상어가 느닷없이 출현하여 바다 한 가운데 있던 주인공 동료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동료를 잃은 슬픔 때문에 시름에 잠겨있던 주인공, 시내를 걷던 중 까마귀 떼가 갑자기 출몰하여 사람에게 돌진하는 등 동물들의 이상 행동이 나타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한 마트를 찾는다.

 

 

한편 주인공이 방금 들어간 마트를 털기 위해 한 무리의 무장강도가 잠입하고, 인질을 잡은 채 마트 점주를 협박하던 중 갑자기 거대한 굉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규모의 해일이 마트를 덮쳐 일순간에 주변은 모두 바닷물에 잠긴 채 쑥대밭이 돼버린다. 

 

 

 

 

잠시후 생존한 사람들이 하나 둘 깨어나 물밖으로 나오는데, 이들은 방금 겪은 쓰나미에 버금가는 놀라운 상황을 몸소 접하게 되며 뜨악한 표정을 짓게 된다.  길이 3.5미터는 족히 될 법한 식인상어가 물에 잠긴 마트 주변을 서성거리며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물어 뜯고 공격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식인상어가 출현하기에 스크린 가득 피가 낭자하리란 사실은 누구든 예측 가능하리라.  물론 사람들의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가거나 팔다리가 잘리고 몸통 절반이 사라지는 장면 따위쯤은 기본이다.  식인상어가 나오는데 이런 퍼포먼스가 없다면 사실 무슨 재미로 이런 류의 영화를 보겠는가.  때문에 이런 부분에 혐오를 느끼시는 분들껜 관람을 만류하고 싶은 심정이다.  실은 나도 이런 류의 영화 정말 별로다.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단순명료하다.  아무 생각 없이 스크린을 쳐다보다가 잔인한 장면에선 온몸에 잔뜩 힘을 주며 긴장하면 될 테고, 가끔 깜짝 놀라는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오싹함을 느낄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시간 죽이기엔 꽤나 괜찮은 영화다.  물론 아무리 쓰나미가 덮친 폐허라 할지라도 사람이 사는 세상일 테니 생존한 사람들 사이에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분명 있을 테고, 아울러 권선징악이라는 뻔한 스토리도 있긴 하지만, 특별히 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사실상 별로 기대치 않는 게 좋을 듯싶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피곤해지기 십상이다.  그냥 머리는 비워둔 채 눈으로만 즐기면 되는, 그런 영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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