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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5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전혀 어메이징하지 않은 거미인간

거미인간이 이젠 식상하다? 거미줄을 이용해 뉴욕 도심 사이를 가로지르며 활강하는 스파이더맨, 이전 버전들보다 한결 섬세해졌으며 새로운 관점과 시각에서의 연출에 공을 들인 듯 꽤나 날렵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코믹한 행동과 애드립 능력까지 겸비했다. 그러나 정확히 거기까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끈하고도 가슴 뻥 뚫릴 만한 액션 장면을 기대하며 영화관을 찾았건만 식상한 액션과 생각지도 못한 지루한 로맨스만을 감상하고 나온 느낌이다. 어차피 CG로 떡칠한 장면 하나 하나에선 새로움이나 번뜩이는 무언가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스파이더맨과 대척점에 서 있던 악당 '일렉트로'의 등장이다. 감독이 애초 '일렉트로'와 같이 너무도 뻔한 캐릭터보다 참신한 악당을 창조해내지 ..

<온리 갓 포기브스> 진정한 절대자란 일상 속에 존재한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게 만드는 영화다. 황당함과 역겨움 속에서도 무언가에 끌리는 느낌이라 하면 이해가 될까. 어쨌든 이 영화 속엔 차마 말로 형언하기 힘든 묘한 분위기가 혼합되어 있다. 아니 단순히 물리적으로 섞인 것만이 아닌,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전혀 새로운 물질로 화한 느낌이다. 오로지 신만이 용서가 가능하다는 타이틀이 강한 자성으로 나를 이끌더니, 태국을 배경으로 한 퇴폐적인 분위기의 시뻘건 홍등가와 뒷골목 이미지들은 이러한 묘한 분위기에 뚜렷한 상승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태국에서 권투 클럽을 운영하는 줄리엔(라이언 고슬링)의 형이 어느날 사창가에서 미성년자인 상대 여성을 죽이고 자신도 죽임을 당한다. 죽은 여성의 아버지가 그의 형을 죽인 것이다. 하지만 외양상 그녀의 아버지가 죽인 사실이..

<한공주> 아무도 공주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나라 전체가 어수선하다. 갈수록 늘어가는 사망자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런데 이 혼란함을 틈타 한동안 잠잠해있던 정치병 환자들이 수면 아래에 있던 머리를 빼꼼히 쳐들기 시작했다. 이번 참사를 기화로 또 다시 한반도를 좌우 프레임으로 나누어 서로 물어뜯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국가적 재난상황과 좌우 이념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저러는 걸까?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은 잠복돼 있다가도 이렇듯 결정적인 순간이면 언제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회 전체를 큰 혼돈 속으로 빠뜨린다. 심각한 사회적 병리 현상이 아닐 수 없으며,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 커다란 혼란이 야기될 때마다 비슷한 홍역을 치르게 될 게 너무도 뻔하다. 자중지란이란 표현이 딱일듯..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분노의 방패가 춤추다

디지털 세상, 모든 데이터들이 디지털 형태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이들이 모여 빅 데이터가 되니, 이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여 대응해 나간다는 말도 결코 허튼 소리만은 아닐 듯싶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누구의 손에 들려지며, 또 무슨 목적에 의해, 어떤 방향으로 활용되어지냐다. 영화 속에서처럼 전 세계를 교묘한 방식으로 움켜쥔 채 자신들의 통치 방식에 모두가 순응할 것을 요구하는 세력에게 이들이 맡겨지기라도 하는 날엔 무척이나 끔찍한,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 처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디지털의 효율성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실 속 사회에선 마치 음모론과도 같은 그러한 지배 세력이 실재하지 않기만을 바랄 밖에.. 액션 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작품을..

<론 서바이버> 테러 울렁증 미국 특수부대의 영웅담

예상 대로다. 지극히 미국적인 영상과 스토리다. 탈레반 소탕 계획인 작전명 '레드윙'에 투입됐다가 유일하게 살아돌아온 한 군인의 영웅담을 통해 미군의 용맹성과 미합중국의 위대함을 그리려 하고 있다. 테러 울렁증이 있는 미국의 대 중동 정책에 대해 평소 삐딱한 시선이나 선입견을 지닌 분이라면, 이 영화가 아마도 비위에 맞지 않아 역겨울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영화를 그냥 영화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분들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물론 정치색을 완전히 배제한 채 그냥 순수 영화로만 보더라도 실은 별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단다. 때문에 영화 도입과 마지막 부분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레드윙 작전에 참여했던 실제 인물과 당시의 사진들이 슬라이드 형태로 올라온다. 이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정신을 쏙 빼놓는 ..

<우아한 거짓말> 심리적 부검 통해 드러난 우아하지 못한 거짓말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던 아이의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부모의 심경은 과연 어떨까? 게다가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면? 영화 속 천지 엄마(김희애)의 대사 한 도막이 이를 잘 표현해준다. "가슴에 묻어? 못 묻어. 콘크리트를 콸콸 쏟아붓고, 그 위에 철물을 부어 굳혀도 안 묻혀. 묻어도, 묻어도, 바락바락 기어 나오는게 자식이야. 미안해서 못 묻고, 불쌍해서 못 붓고, 원통해서 못 묻어" 우리가 살아가며 현재 떠안고 있거나 혹은 미래에 다가올 문제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부모가 된 이후로는 애지중지 키워온 자녀에게 닥친 불행과 고통이 자신들의 그것보다 더욱 괴롭고 힘들기만 할 테다. 때문에 흔히들 자식 가진 부모를 죄인이라 표현하지 않던가? 자식과 맺어진 천륜, 부..

<논스톱> 문자메시지 자막 표현의 혁신

리암 니슨이란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홍보물 덕분에 그의 영화속 비중이 대충 짐작 가능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큰 그의 역할 비중 탓에 마치 리암 니슨의 원맨쇼 한 편을 보고 온 느낌이다. 항공기 테러는 액션 장르의 단골 소재로서 그간 다양한 형태로 선을 보여왔다. 때문에 이런 류의 영화, 보지 않더라도 대충 어떤 식의 내용으로 전개될런지 쉽게 예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반면, 과거의 영화들과는 어떻게 다르며, 보다 진화한 영역은 또 어떤 부분인지를 꼼꼼히 비교해가며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는 긍정적인 요소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뭐가 다른 걸까? 항공기 내에서의 통신망 해킹이란 독특한 소재와 우리에겐 낯선 영역이랄 수 있는 항공보안요원에 대한 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그는 망나니일까 진보주의자일까

현대의학은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병의 원인을 찾고 또 그를 없애기보단 그저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에 의한 치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물론 모든 질병이 전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질병들이 현대의학에 의해 이미 정복되었거나 극복 과정의 거의 끝 지점에 도달해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질병 중 하나인 암과 같은 영역에선 여전히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힘에 부친다. 불치병에 가깝다는 암의 치료엔 현재 세 가지 방식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이는 크게 물리적 요법과 화학적 요법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암 세포조직을 도려내는 외과적 수술 치료가, 후자는 약물에 의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그에 해당되겠다. 생명체는 애초 자신의 신체 상태를 정상으로..

<로봇 테리 이야기> 로봇에 생명 불어넣으려는 부단한 노력

대학 입시에서 가장 인기있는 학과를 꼽으라면 의예과가 수위를 차지한다. 물론 이과쪽에서 말이다. 이는 의사라는 직업군이 갖는 프리미엄이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일 테다. 하지만 다음 순위부터는 부침을 거듭한다. 직업의 인기에 따라, 아울러 사회나 기술의 발전 정도에 따라 학문의 인기 또한 수시로 바뀌기 마련이다. 우리 때만 해도 수학과는 비인기 학과였다. 졸업 후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고작 교사나 학원 강사 정도 외에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오해 마시라. 교사나 강사란 직업을 폄하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얼마전 들은 바에 의하면 의예과 다음으로 인기있는 학과가 바로 수학과란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컴퓨팅 능력의 극대화가 수학과의 인기마저 덩달아 높여놓은 것이다. 수학이 쓰이지 않는 분..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난 이 영화가 뭘 말하려는지를 모르겠다

결론부터 얘기해야겠다. 그날 우리가 본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는 솔직히 최악의 영화였다. 도무지 공감되지 않는 내용과 어설픈 감정이입 그리고 별 감흥 없는 이미지까지, 안 좋은 요소란 요소는 두루 갖췄다. 얼마전 감상했던 '언어의 정원'을 떠올리며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영상과 투명한 감수성의 자극을 기대했건만, 결과는 완전 꽝이었다. 좀 더 솔직해져볼까? 이따구 영화를 포스팅으로 남기는 일조차 시간 낭비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 난 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이렇게라도 감상기록을 남겨놓지 않으면 약간의 시간 흐름만으로도 나의 기억저장소에 전혀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이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자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심지어는 줄거리조차 별로 쓸 내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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