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그는 망나니일까 진보주의자일까

새 날 2014. 3. 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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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은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병의 원인을 찾고 또 그를 없애기보단 그저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에 의한 치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물론 모든 질병이 전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질병들이 현대의학에 의해 이미 정복되었거나 극복 과정의 거의 끝 지점에 도달해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질병 중 하나인 암과 같은 영역에선 여전히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힘에 부친다. 

 

불치병에 가깝다는 암의 치료엔 현재 세 가지 방식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이는 크게 물리적 요법과 화학적 요법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암 세포조직을 도려내는 외과적 수술 치료가, 후자는 약물에 의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그에 해당되겠다.  

 

생명체는 애초 자신의 신체 상태를 정상으로 복원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타고 났단다.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에 의해 면역시스템이 활발히 활동하며, 우리의 몸은 늘 항상성을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현대의학이 암을 치료하는데 있어 흔히 사용하는 세 가지 방식 모두 이러한 생명체 본연의 면역 능력을 인위적으로 한없이 약화시킨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암세포 조직을 떼어내는 외과적 수술 방식은 조직에 무수한 상처를 입혀 그 자체로 면역력을 크게 저하시키고, 항암치료 역시 암세포를 죽인다는 미명 하에 멀쩡한 세포마저 죽이며 면역체계를 최악의 컨디션으로 떨어뜨린다.  방사선 치료 또한 암세포만을 표적 삼아 국소 부위에 타격을 줄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 다른 치료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우리의 면역시스템을 철저히 무너뜨리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암 세포의 증식과 발현은 주로 면역기능이 약화될 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현대의학은 이의 치료를 위해 외려 면역기능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무척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러한 부작용을 진작부터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병원과 의사들은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양 한결 같이 같은 치료방법만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담보로 치료를 결정을 해야 할 암 환자 앞에 놓여진 선택지는 별로 없다.  

 

최근 이러한 방식에 반기를 들고 등장한 치료방법이 아마도 대체의학쯤 될 듯싶다.  면역능력을 교란시키는 현대의학의 암 치료방식을 거부한 채 반대로 면역기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이용하거나 자연 속에서의 섭생 등을 통해 생명의 자연 치유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방법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가까운 장래에 암의 발병 원인이 적나라하게 밝혀지게 된다면, 현재의 암 치료 방식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는 사실을 의료계 스스로 인정할 날이 곧 오게 되지 않을까?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한 남자가 현대의약학의 치료방식을 몸소 체험하며 이의 허와 실을 깨닫고, 익숙해진 관습과 굴레를 스스로 걷어차며 기존의 체계와 싸워나가다가 결국 불치병의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 마련에 커다란 공헌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기기술자인 우드루프(매튜 매커너히)는 방탕한 생활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돈을 버는 족족 투우장에 가서 로데오를 즐기거나 젊은 여자들과 함께 밤새 술을 마시며 노는 게 일상이다.  그러던 어느날 전기작업 중 그만 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몸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앞으로 30일 정도만 살 수 있단다.  처음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우드루프도 시간이 점차 지나자 자신의 과거 행적을 떠올리며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이대로 그냥 죽기엔 너무도 억울했던 우드루프, 모 제약회사의 에이즈 치료제인 ATZ라는 의약품이 임상실험 중이란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지만, 해당 프로그램에 정식으로 참여하는 것을 거부한 채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당 약품을 구입, 스스로 투약하며 생명 연장을 시도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몸이 쇠약해져가며 부작용이 나타나자 이 약품이 에이즈엔 적합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다시 수소문하여 멕시코의 한 의사를 찾게 된다.  그곳에서 에이즈에 효험이 있지만 미국에선 허가를 받지 못한 의약품을 대량으로 밀수해와 국내의 에이즈 환자들에게 입소문을 내며 팔기 시작하는데..

 

제약회사와 병원 그리고 FDA의 삼각편대는 자본과 각자의 이익 및 이해관계에 의해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작 목숨이 경각에 달해있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 따위엔 별로 관심이 없다.  심지어는 환자들의 면역체계를 파괴하여 장기적으로 복용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르는 의약품도 버젓이 심사기준을 통과시켜 정식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아 판매하곤 한다.  영화 속에서 우드루프가 직접 투약하며 부작용을 경험했던 ATZ란 의약품이 바로 그에 해당한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현대의학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 집단이나 의약품을 개발 판매해오고 있는 제약회사조차 자본에 종속된 채 이익만을 좇는 집단들이기에 어쩌면 우리가 믿고 있는 치료 방식이나 익히 알려져있던 의학적 상식들이 가짜일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살짝 들춰낸다.

 

 

우드루프는 고작 30일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의 치료방법에 순응치 않고 자신만의 대체치료법을 개발해내어 생명연장에 성공하게 되며,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수완마저 발휘한다.  그가 차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병원을 찾던 에이즈 환자들마저 그에게 발길을 돌릴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됐던 80년대만 하더라도 에이즈는 곧 사형선고와 다름 없었던 때다.  하지만 현재 에이즈란 질병은 완치까지는 힘들더라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정도로 유지시키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할 만큼 의학과 약학 기술이 발달해왔다.  망나니에 방탕스럽기까지 한 우드루프, 그 한 사람의 역할이 무척 컸다.   

 

에이즈란 질병을 몸에서 떨쳐내기 위해, 모두가 옳다고 여기는 현대의학기술을 과감히 거부한 채 오롯이 비공인 야매 방식에 의존, 30일의 시한부 삶을 7년 여나 연장시켜가며 보란듯이 에이즈 환자들의 희망이 되었던 그, 비록 망나니처럼 살아온 대가로 에이즈란 천형을 얻었지만, 그로 인해 기존의 체계를 과감히 거부하고 새로운 방식과 시도로 에이즈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해 그에게 과감히 '진보주의자'란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감독  장 마크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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