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온통 편견 덩어리로 똘똘 뭉쳐있다. 오랜 관습과 고정관념에 의해 굳어질 대로 굳어져 너무도 견고해진 그 틀을 뽀개기란 사실상 계란으로 바위 부수는 일 만큼 쉽지 않은 일일 테다. 가끔은 이러한 편견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해 보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차디 찰 뿐이다.
너와 나, 혹은 당신들과 우리들, 서로를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라고 늘 입버릇처럼 얘기해오곤 한다. 하지만 그도 그저 말 뿐이다. 상대방의 생각은 들으려거나 인정치 않으며, 오로지 자신만이 옳단다. 특히 다수의 생각 속에 소수의 이질적인 생각이 섞여있을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진다. 소수의 생각은 다수의 생각에 묻혀, 그들에 의해 당신들은 틀린 것이라며 손가락질 당하거나 매도당하기 일쑤다.
셀레스틴은 동료들과 무언가 생각이 조금은 다른 쥐다. 쥐와 곰은 절대 친해질 수 없어 앙숙관계라는 교육을 받으며 살아온 그들 세계에서 곰과 친해지는 꿈을 꾸거나 그를 그림으로 옮기곤 하는 셀레스틴,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셀레스틴은 불순한 사상을 지닌, 생각이 잘못 틀어박힌 조그마한 생쥐에 불과할 뿐이다. 기성세대들에게 있어 그런 셀레스틴이 절대 달가울 리 없다.
그림 그리기를 너무도 좋아하는 셀레스틴이지만, 세상은 그에게 치과의사가 될 것을 종용한다. 치과의사 수련 중 곰 이빨 수집이란 미션이 주어지게 되고, 그를 위해 곰이 살고 있는 지상 세계로 나간 셀레스틴, 그만 곰에게 들키는 신세가 되어 쫓겨다니다가 결국 휴지통 안에 갇히고 만다.
음악을 좋아하는 곰 어네스트는 판검사가 되라는 집안의 바램과는 달리 거리의 악사가 되어 하고픈 음악을 실컷하며 살지만, 벌이가 신통치 않아 삶은 늘 궁핍하다. 그날도 허기를 달래기 위해 거리에 나서 음악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건 휑한 바람뿐, 더군다나 경찰에 쫓기는 신세마저 되고 만다.
너무도 배가 고파 휴지통을 뒤지던 어네스트, 그러던중 우연히 셀레스틴을 발견하게 되고, 서로 상극인 쥐와 곰의 극적인 만남은 그렇게 이뤄지는데...
화려한 3D가 아니어도, 매우 단순한 그림체만으로도 이토록 아름답고 공감되는 영상을 만들어낸 감독의 능력,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의 선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며 상상 이상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두 눈으로 그 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모르던 엄청난 규모의 지하세계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지상과 지하를 연신 오르내리며 우리의 허기진 감성을 무한 자극해 온다. 상상력의 극치다.
음악 에 맞춰 춤을 추는 그림은 마치 생명체인 양 꼼지락거리며, 음악과 그림의 절묘한 일체감을 만들어낸다. 영화 '슈렉'에서 슈렉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장광 씨의 어네스트, 그리고 '라푼젤' 박지윤 씨의 너무도 귀여운 셀레스틴 목소리 연기 모두 모두 훌륭했다. 특히 셀레스틴의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은 여운이 오래 남아 가시지 않을 정도다. '캡틴 하록'을 모두 망쳐놓았던 게 아마도 목소리 연기 아니었을까 싶다. 이 영화와 비교해 보니 과연 더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영화 포스터의 문구가 이번 영화처럼 절묘하게 와닿는 경우도 흔치 않을 듯싶다. 명품 동화라는 표현, 정말 딱이지 싶다. 하지만 아이들보다는 성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해야 외려 어울리겠다. 생각하며 반성할 거리들을 제법 던져주니 말이다.
편견에 의해 쥐 세계에서 왕따가 된 셀레스틴, 마찬가지의 이유로 곰 세계에서 왕따가 된 어네스트, 그들은 또 다른 편견에 의해 절대 만나거나 접촉해선 안 될 서로간 상극의 종족이지만, 그러한 세상의 편견 따위 모두 깨부수며 온몸으로 맞서 싸워나가는 그들을 통해 우리가 늘 바라보며 생각해오던 것들이 과연 모두 올바른 것인지, 아울러 다름을 인정치 않고 무조건 틀리다며 우린 늘 편견의 노예가 되어 살아오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되짚게 해준다.
이 영화 강추다. 10점 만점에 10점 모두를 주고 싶다.
원작 : 가브리엘 뱅상 감독 : 뱅상 파타르, 스테판 오비에, 벵자맹 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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