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로보캅> 수트 밑에 감춰진 미국의 생얼

새 날 2014. 2. 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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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적어도 2019년 이후의 세계, 아니 미국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때까지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 초일류 강대국의 면모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지금과 마친가지로 세계 경찰을 자임한 채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 군대를 파견하여 관리해오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분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 그중에서도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영역은 아마도 위험한 전쟁터에서의 인간 대신 전쟁을 수행하는 장면일 테다. 

 

물론 현재도 이미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긴 하다.  테러 울렁증과 트라우마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은 테러 요원의 감시와 대 테러 작전 수행을 빌미로 세계 곳곳에 정찰 비행 및 원격 요격이 가능한 드론을 띄워 놓은 상태다.  전 세계 하늘 곳곳엔 현재 스텔스 기능을 갖춘 신출귀몰한 드론이 날아다니며 감시 활동과 테러범 일망타진에 일조를 하고 있다.  

 

로봇의 생김새, 어디선가 많이 본 듯싶다. 혹시 트랜스포머? -_-;;

 

옴니코프는 자신들이 제작한 로봇을 전쟁이나 위험지역에 투입, 작전을 수행케 하는 다국적기업이다.  소련이 붕괴된 뒤 미국의 독주 체제에 태클을 걸 만한 강력한 라이벌 국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최대 잠재적 위협 대상으로 등극한 국가는 다름 아닌 이슬람권이 된 지 한참이다. 

 

미국 정부는 대 테러 작전 수행을 위해 옴니코프의 로봇들을 구입, 이란의 테헤란에 투입시켜 위험 천만한 군사 행위를 인간 대신 수행해오고 있다.  감정이 없는 로봇은 주어진 프로그램 대로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에만 몰두할 뿐이다.  시스템에서 위협 대상이라고 판단이 내려질 경우 그것이 설사 아이들이라고 하여 절대 예외는 아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잔혹하게 사살해 버릴 만큼 기계는 차가우면서도 냉혹하다.



이렇듯 다른 나라엔 대 테러 작전 수행을 위해 로봇을 투입, 활용해오고 있지만, 앞에서 언급했던 부분 때문에 정작 미국 본토에서의 범죄 소탕을 위한 로봇 사용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인들이다.  절대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옴니코프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로봇을 미국 본토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처리할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로비 활동 등에도 적극적이다.

 

 

한편 경찰관인 알렉스(조엘 키나만)는 마약 범죄 조직과 경찰의 밀약 및 불법 무기 거래를 포착하고 이를 뒤쫓다가 조직원들에 의해 차량 폭탄 테러를 당하게 되는데, 미국 내 로봇 판매를 위해 사활을 건 옴니코프가 부상으로 몸 대부분이 못쓰게 된 알렉스를 이용, 늘 자신들의 약점으로 지목돼 미국 판매 성사 과정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혀온 인간적 감성과 판단 능력, 이를 로봇과 결합시키려는 시도가 이뤄진다.  노튼박사(게리 올드만)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인간과 로봇의 결합체인 로보캅이 탄생하게 되는데...

 

 

영화 속에서 미래의 미국인들이 로봇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실제로 드론에 대해서도 극도의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해외에서의 사용엔 찬성하면서도 정작 미국 본토에서의 드론 사용을 꺼리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로봇의 전쟁 수행이나 범죄 소탕은 꽤나 매력적이며 흥미있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인간의 따뜻한 감성이 배제된 차가운 기계만이 갖는 속성 탓에 장단점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두뇌와 몸의 일부만이 살아있는 인간을 기계와 결합하여 로봇으로 재탄생시킨 옴니코프는 로봇만의 단점을 극복, 대중 앞에서 진실을 감춘 채 갖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문에 결국 원초적인 윤리문제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부상당한 알렉스에게 로보캅의 수트를 입힘과 동시에 인간과 기계가 갖는 속성의 상호 중첩으로 인한 근원적인 윤리문제 발생, 범죄집단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는 미국 경찰,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는 수뇌부, 다시 또 그를 눈 감아주는 잇속에 눈먼 사람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인권이나 목숨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집단, 털끝 만큼의 가벼운 위협만으로도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눈 하나 꿈쩍 않고 잔혹하게 살해하는 옴니코프의 로봇, 마지막으로 자신들 영토 내에서의 로봇 사용은 꺼리면서 해외에서의 사용에 대해선 적극 환영하는 미국인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은 결국 미국 TV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 노박(사무엘 젝슨)이 날리는 마지막 멘트를 통해 역설적이게도 로보캅의 수트 밑에 감춰진 현재 미국의 생얼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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