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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52

<인터스텔라> 항성간 시공간마저 뛰어넘는 인간애

항성과 항성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사실 우리의 시공간 개념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엄청난 수치일 테다. '광년'이란 빛의 속도를 이용한 거리 단위가 사용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인터스텔라'가 비교적 과학적 이론을 충실히 따른 작품이라 해도 시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건 여전히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가 아마도 '웜홀'이란 개념 아니었을까 싶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에서의 시공간 사이에 놓인 구멍이 바로 '웜홀'이다. 즉 일종의 축지법처럼 시공간을 압축하여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의미하는데, 순전히 수학적 원리로서만 가능한 이론이란 사실은 엄연한 한계다. 어쨌든 '웜홀'의 등장은 이 영화의 주제 의식에 있어 절대 빠져선 안 될 성간 여행의 전제 조..

<나의 독재자> 김일성으로 완벽 빙의한 설경구

* 이 포스팅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예측이 어려웠다. 김일성이란 단어가 언뜻 포스터상에서 보였고, 이는 관람 전 내가 이 영화의 사전 지식으로 알고 있던 전부다. 물론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이라는 기발한 소재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놓았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으며, 배우 설경구의 김일성으로 빙의한 듯한 혼신의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제대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뿐이랴. 과거의 아팠던 시대상과 작금의 상황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느낌이라 많은 부분을 생각케 하기도 한다. 때는 바야흐로 날던 새도 떨어뜨린다는 서슬퍼렇던 유신정권시절이다. 성근(설경구..

영화 '나를 찾아줘' 관객몰이 이유는?

영화 '나를 찾아줘'의 인기몰이가 상당하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땐 요상한 제목 탓에 관심이 별로였던 터라 그저 그런 류의 작품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국내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현재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물론 또 다른 영화의 개봉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 변수는 많지만, 어쨌든 꾸준한 입소문을 통해 관객을 계속해서 불러들이고 있는 양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나 여성들의 관심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내가 관람했을 당시에도 중년 이상의 여성층 관객 수가 상당했다. 분명 의외의 현상이다. 젊은 감각의 스릴러물에 웬 중년 이상의 여성 관객이 봇물을 이루는 걸까. 하지만, 관람을 마치고 난 뒤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결혼을 소재로 한 데다 안으로 조금 더..

<나를 찾아줘> 짜임새는 있으나 새롭지는 않다

이런 류의 영화, 간만에 접해 보는 느낌이다. 아주 오래전, '위험한 정사'와 '적과의 동침' 따위의 영화들이 인기몰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옥죄어오는 스릴감과 극적인 반전의 묘미가 압권이었는데, 덕분에 비슷한 류의 영화들이 개봉되면서 당시 나름의 독특한 장르를 형성하곤 했었다. 영화의 이야기 얼개는 비교적 단순하다. 하버드대학 출신의 매력 덩어리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와 외모가 출중한 쿨 거이 닉던(벤 애플렉)은 한 눈에 서로에게 반해 사랑에 빠져들고, 이내 결혼에 골인한다. 결혼 초기엔 여느 부부들처럼 꽤나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에이미의 집착은 날로 심해진다. 뛰어난 두뇌만큼 남편마저 자신의 휘하에서 조종하지 않고는 못버티는 성격이다. 닉던은 이러한 에이미의 집착 아닌 집착에 넌덜머리..

<다이버전트> 인간 본성을 틀안에 가둘 순 없다

'돈트리스'로 가기 위해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의 이 포스터 이미지 한 장, 솔직히 너무 마음에 든다. 어느 분파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 '다이버전트'의 기질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갑갑한 현실 세상의 시름에 갇혀 살아가는 내게 영화속 주인공들은 손을 맞잡은 채 자유 속으로 함께 뛰어내리자며 갈구하고 있었다. 상영 당시 워낙 평들이 좋지 않아 기대를 접은 채 관람한 경우인데, 결과적으로 평과는 영 딴판이었다. 완전 대박이다. 보지 않았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 이토록 재밌는 영화가 왜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장르상 SF적인 근사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분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상 탓에 대거 악평을 남겼으리라. 영상보다는 스토리에 포인트를 맞춰야 할 ..

<사막에서 연어낚시> 원작과 비교해 보니 무언가 아쉬워

영화 제목이 너무 예뻤다. 포스터도 그랬다. 때문에 오래전 관람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에서의 포물선을 그리며 물위로 떨어지는 낚시줄의 유려한 움직임의 연출을 은근히 기대했다. 사실 멋진 주변 풍광속 고요히 흐르는 맑은 물 위에서의 플라이낚시 장면만으로도 나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일임에 틀림없기에 어쩌면 이 영화를 통해 당시의 감흥을 또 다시 기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낚시는 단지 하나의 액세서리에 불과할 뿐 이를 매개로 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 어디쯤엔가 위치할 영화일 듯싶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실은 이 영화 역시 '폴 토데이'라는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를 관람하자마자 난 우연찮게 구한 원작 소설을 읽게 됐다. 그런데 초반엔 비슷한 분위기로 흐..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지금 사랑하는 이의 첫모습이 첫사랑이다

최진실 박중훈 주연의 원작이 상영된 지 무려 24년만에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원작을 너무 감동적으로, 그리고 재밌게 봤던 탓에 사실 이 작품이 그 감흥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던 터다. 24년의 시간적 간극이 내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음은 물론일 테다. 원작을 감상했을 당시 난 미혼이었고, 2014년 현재는 기혼 상태다. 원작을 누구와 감상했는가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 아니 전혀 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현재의 짝지를 만나기 전이었으니, 그분과 함께 했던 건 확실히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시커먼 남자와 함께 이런 류의 영화를 봤을 리도 없을 것 같다. 어찌됐든 그런 시시콜콜한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혼일 때와 기혼일 때의 차이란, ..

<제보자> 가짜 애국심과 언론이 만들어낸 광기

손 기술이 조금은 남달랐던 한 수의학 박사가 있었다. 당시 우리의 기술력으로는 엄두조차 내지 못 했던 생명공학 분야에서 그가 몇 가지 성과를 이뤄내자 학계와 언론은 흥분하며 이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동물 복제에 성공하고 더 나아가 줄기세포를 통한 인간의 불치병 치료 단계에까지 기술력이 닿을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마저 나오자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돼 간다. 언론이 본격 그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가 보유한 기술 정도라면 미래 유망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설 수 있을 뿐 아니라 매번 후발주자에 불과했던 첨단 과학기술 분야 최초의 선도 산업이 될 것이란 희망도 함께 키울 수 있었다. 박사는 박사 나름대로 언론에서 띄우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

<메이즈 러너> 영화적 상상이 빚어낸 압도적 몰입감

소설이 원작이란 사실을 영화 관람 후에야 알았다. 물론 이는 해당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품성 따위는 차치하더라도 영화적 상상력이 빚어낼 수 있는 비슷한 장르의 작품들 중 최고의 재미를 선사해 준 영화 아니었나 싶다. 압도적인 몰입감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주변에서 팝콘 등을 우물거리거나 비닐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마저 전혀 거슬리지 않을 정도였다. 메너 좋지 않은 분들이 근래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 영화 관람할 때마다 본의 아니게 앞서 언급된 행동들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는데, 분명 이 영화의 시선을 잡아 끄는 능력은 근래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그 급이 달랐던 듯싶다.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가 기억을 상실한 채 화물용..

<툼스톤> 세기말적 혼돈과 불안감의 진원을 좇다

이 영화 역시 간판 내릴 때가 되었는가 보다. 주초까지만 해도 집 주변의 상영관에서조차 모든 회차에 걸쳐 상영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달이 바뀌고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선 이제 볼 수 없게 됐다. 원래 지난 주 감상하려 했으나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1주일을 미뤘더니 아뿔싸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자칫 예매권을 날려 버리게 될 상황, 이번 연휴를 활용해 상영관을 찾기로 했다. 집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할 거리이긴 했다. 그나마 상영횟수도 많지 않아 시간 선택에 있어 내게 허락된 여력은 많지 않았다. 리암 니슨표 영화라 애초부터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정확히 그만큼의 수준이었던 듯싶다. 예상했던 대로 리암니슨의, 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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