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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52

<인서전트> 현실과 시뮬레이션 경계만큼 모호하다

이 영화에 유독 눈길이 갔던 이유 중 하나는, 물론 흥미롭게 관람했던 전작 '다이버전트'의 후속작이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위플래쉬'에서 광기 어린 드러머 역할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배우 '마일즈 텔러'가 꽤나 비중있는 배역으로 등장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만큼 '위플래쉬'에서의 그의 연기는 강렬했다. 먼 미래의 이야기다. 폐허가 된 삶의 터전, 극한의 생존 조건으로 내몰린 인류의 살아가는 방식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사회 체계를 ‘지식’ 에러다이트, ‘용기’ 돈트리스, ‘평화’ 애머티, ‘정직’ 캔더, ‘이타심’ 애브니게이션 등 총 다섯 종류의 분파로 나눠놓은 채 성년이 되는 해에 그 중 강제로 하나를 택하게 하고, 이후로는 그 분파 안에서..

<상의원> 트라우마가 빚은 마구 얽힌 실타래

이 포스팅엔 스포일러가 포함됐을 수 있으니 읽는 분의 주의를 요하는 바다. 지울 수 없는 유년기의 상처 때문에 빚어질지도 모를, 어떤 사람의 비뚤어진 사고와 행동은 가까운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만약 그가 한 국가를 소유한 왕이라면? 모든 사건의 단초는 그렇게 시작됐다. 결국 왕 때문이다. 물론 절대 군주정치와 계급제도가 토대를 이루는 시대적 배경이 그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될 테지만, 어쨌거나 선왕이었던 형의 죽음 덕분에 왕의 자리에 오른 현 임금(유연석)만의 특별했던 성장 배경과 그로부터 비롯됐음직한 트라우마가 오늘날의 결과를 빚은 셈이다. 새로 직위한 왕의 과거 트라우마는 쇠고기 한 점으로 요약된다. 어린 시절 두 형제 중 일찌감치 왕위를 예약 받은 형은 자신의 권력을 암암리에 동생에..

<런 올 나이트> 피는 물보다 진하다

리암 니슨이 얼마나 많은 국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지 나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나 어쨌든 내겐 그의 목소리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그동안 관람했던 그의 출연 작품 대부분으로부터는 왠지 그의 목소리와 같은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져 오던 터다. 이를 말로 형언하기란 무척 어려운 노릇이다. 하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그의 목소리 톤과 같은 무언가 음울하거나 몽환적인 분위기가 배어나온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근래 리암 니슨이 출연한 영화 관람이 유독 잦았던 건 순전히 우연이었거나, 그도 아니면 그가 유달리 영화 출연이 많았던 이유일 테다. '런 올 나이트' 역시 전형적인 '리암 니슨표 - 리암 니슨식' 영화라 할 만하다. 심지어 주정뱅이 역할까지 이전 작품들을 쏙 빼닮았다. 이 작품은 부정(父情)과 또..

<위플래쉬> 천재를 빚는 그만의 방식

적어도 이 영화,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완성된다'라는 에디슨의 격문이 옳음을 입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천재란 말그대로 하늘이 점지해 준 재능을 지닌 사람인데, 그러한 재능을 타고 나지 못한 범인들에겐 자신을 천재로 이끌어줄 뛰어난 스승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각인시켜준다.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드러머를 꿈꾸던 한 음대생 앤드류(마일스 텔러)가 어느날 자신의 학교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밴드 팀에 발탁되며, 그곳에서 만난 스승 플렛처(J.K.시몬스)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내고 결국 최고의 드러머로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다. 영화 속에선 시종일관 앤드류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플렛처의 악마와도 같은 조련, 그리고 드럼 소리만이 스크린을 가득 메울 뿐이다. 그러나 배우들의 신..

<이미테이션 게임> 전인미답의 원천은 '사랑'이다

이 포스팅엔 스포일러가 포함됐을 수 있으니 읽는 분의 주의를 요하는 바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얼까? 앨런 튜링이 남긴 획기적인 성과? 하지만 감독이 그러한 뻔한 내용을 읊기 위해 이렇듯 어렵사리 영화로 만들었을 리는 절대로 없었을 것 같다. 왜냐면 우리는 현재 온라인 검색 한 번이면 원하는 정보가 줄줄이 튀어나오는 스마트한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감독은 앨런 튜링의 애틋한 사랑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때문에 이 영화는 단언컨대 로맨스 장르라 말할 수 있다.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 남긴 위대한 족적의 근원을 살펴보기 위해선 반드시 그의 청소년기 시절을 되짚어볼 필요성이 엿보인다. 예측했던 대로 청소년기 앨런 튜링의 행동은 남달랐던 것으로 읽힌다. 범인이 아닌 영특한 이들..

<나이트 크롤러> 자극과 욕망 사회가 빚은 괴물

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면? '나이트 크롤러' 이 영화가 딱 그짝이다. 물론 여기서의 공포감이란 이른바 무서운 영화를 관람할 때면 전해져오는, 온몸을 전율시키는 괴기스러움과 모골을 송연케 만드는 그러한 류의 공포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느끼게 되는 무언가 섬찟하면서도 잔인한 기운 따위를 말한다. 특정한 직업 없이 철조망이나 멘홀 뚜껑 등 고물을 몰래 훔쳐 내다팔며 생계를 유지해오던 루이스(제이크 질렌할)는 어느날 도로 위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게 된다. 그 곳에서 그는 사고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뒤 방송국 같은 곳에 영상을 판매하는 프리랜서 직업인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들로부터 돈 냄새를 맡게 되는데.. 카메라 한 대와 차량 그리고 경찰 내부 통신망을 몰래 감청할 ..

<아메리칸 셰프> 행복감 선사해주는 영화

사실 이 영화를 관람하기 전 비슷한 장르로 분류돼온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먼저 눈독을 들이던 찰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해당 영화는 독립영화로 분류된 탓인지 서식지 주변에서 상영관을 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에 비한다면 '아메리칸 셰프'의 상영관 수는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영횟수가 문제였다. 하루에 고작 1회 내지 2회만을 상영하는 곳이 부지기수였던 터라 시간상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근무하고 있던 칼 캐스퍼(존 파브르)는 주방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 전권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채 일해 왔으나 메뉴 결정 등 주요한 사안에 대해선 여전히 레스토랑 사장으로부터의 간섭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때문에 창의적인 요리..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전작에 갇힌 영화적 상상력

그러니까 벌써 4년전의 일이다. 당시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관람했을 때의 느낌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물론 그에 비례해 재미도 있었다. 김명민과 오달수 두 배우의 대사 하나하나로부터는 연신 웃음보를 터뜨리게 할 만큼 위트가 넘쳐 흘렀다. 때문에 2편 '사라진 놉의 딸'과 전작과의 비교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적어도 전작보다는 모든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되지 않았을까? 난 무언가 패턴이나 연출 기법에서 색다른 점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관람했지만 아쉽게도 전작을 뛰어넘기엔 무리였던 것 같다. 4년이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전작에 갇힌 채 여전히 그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정조 19년, 조선 전역에선 불량은괴가 유통되고 있었다. 조선명탐정 김민..

<백설공주 살인사건> 비주류를 향한 따뜻한 시선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일본 영화들로부터는 묘한 공통점을 엿볼 수가 있다. 뭐랄까. 우리와의 정서적 차이가 크고 문화적 공감대가 다른 탓인지 영화 중간중간 뜬금없이 낯설게 느껴져 왔던 이질감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본영화의 편견으로부터 일정 부분 벗어나게끔 해 준다. 일본 영화 치고는 나름의 수작이라 할 만하다. 한 여성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회적 논란은 언뜻 단순한 이야기의 얼개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 내포돼 있는 담론들로부터는 생각할 거리들을 제법 던져 주고 있으며,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어느날 시마네현 유원지에서 여성의 사체 한 구가 발견된다. 그녀에게선 흉기에 의해 무수히 찔린 흔적이 발견됐고, 심지어 불에 태워지기까지 했다. 한 방송국의 계약직으로..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다음 편이 더욱 기대되는 영화

이 영화, 어쩌면 너무 뻔하거나 식상하게 다가오는 스파이 액션 장르에 속하는 탓에 조건반사처럼 낯익은 패턴을 떠올리기가 싶다. 보지 않고서도 '흐름은 대충 이럴 거야' 라는 예측 가능한 전개와 결말 따위들 말이다. 물론 큰 틀에서 보자면 악의 무리를 소탕해 나간다는 권선징악적 줄거리는 비슷한 장르의 영화에서 익히 봐왔던 예의 그 패턴과 비교해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단언컨대 '킹스맨'은 무언가 결이 다른, 결코 뻔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스타일리쉬한 영상미를 뽐내는 작품이다. 꽤나 흥미로웠던 이유이다. 에그시(태런 애거튼)의 아버지는 '킹스맨'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스파이 요원이었으나 에거시가 어릴적 해리 하트(콜린 퍼스)를 구하던 도중 그만 목숨을 잃고 만다. 에그시는 어느새 청년으로 성장하였고, 때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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