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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전혀 어메이징하지 않은 거미인간

새 날 2014. 5. 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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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인간이 이젠 식상하다?  거미줄을 이용해 뉴욕 도심 사이를 가로지르며 활강하는 스파이더맨, 이전 버전들보다 한결 섬세해졌으며 새로운 관점과 시각에서의 연출에 공을 들인 듯 꽤나 날렵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코믹한 행동과 애드립 능력까지 겸비했다.  그러나 정확히 거기까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끈하고도 가슴 뻥 뚫릴 만한 액션 장면을 기대하며 영화관을 찾았건만 식상한 액션과 생각지도 못한 지루한 로맨스만을 감상하고 나온 느낌이다.  어차피 CG로 떡칠한 장면 하나 하나에선 새로움이나 번뜩이는 무언가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스파이더맨과 대척점에 서 있던 악당 '일렉트로'의 등장이다.



감독이 애초 '일렉트로'와 같이 너무도 뻔한 캐릭터보다 참신한 악당을 창조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이미 망작의 반열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전작들과 비교해 크게 차별화하지 못한 게 패착이다.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과 일상의 삶, 이렇듯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는 그의 연인인 동갑내기 그웬(엠마 스톤)과 알콩달콩 사랑을 싹틔워가는 중이다.  물론 세상을 떠난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말 중 '피터와 그웬이 사귀게 될 경우 그웬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헤어질 것을 간곡히 부탁했던 순간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은 채 항상 그를 옥죈다.

 

 

스파이더맨의 활약은 이미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매김한 채 뉴욕시의 범죄 소탕과 시민들의 안전에 크나 큰 공헌을 해오고 있던 찰나다.  그러던 어느날 유전자 연구와 각종 무기들을 제작하는 오스코프사의 전기 엔지니어 맥스(제이미 폭스)가 전기 작업 중 그만 실수로 실험용 전기뱀장어가 있는 수조로 떨어져 이들에게 공격당한 뒤 전기에너지를 자유자재로 활용 가능한, 가공할 능력의 괴물로 변하게 된다.  그가 이른바 '일렉트로'다. 

 

 

얼마 전 길에서 우연히 스파이더맨과 만나게 된 맥스는 사실상 세상 그 누구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거의 외톨이에 가까울 만큼 외로운 처지의 인물이다.  따라서 그에게 관심을 보인 스파이더맨의 단 한 차례 행동이 마냥 고맙고, 또 무려 뉴욕의 영웅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자신의 존재감에 기뻐하며 우쭐해하기까지 할 정도다.  하지만 둘의 만남은 결국 악연이 되고...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일렉트로의 등장만으로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이미 한 차례 크게 꺾인 상황이고, 더군다나 일렉트로의 필살기인 전기 에너지 공격은 CG 범벅의 절정을 이루며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전락하고 만다.  일렉트로로 변신한 맥스는 생일을 축하해 줄 만한 가족이나 지인들이 없어 홀로 케이크를 사서 스스로 생일노래를 불러야 할 만큼 궁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평소 큰 문제 없어 보이던 맥스를 일종의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어 놓은 채 그에게 일렉트로의 무한 능력을 부여하게 될 경우 내재돼있던 잠재적 성향이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폭발적인 분노로 변해 사회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영화는 관객들에게 은근히 주입시키고 있다.  폐쇄적 성향의 인물이 어떻게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변신해가는가를 묘사한 듯싶지만 많이 억지스럽다.

 

 

한편 그게 과연 무언지는 감독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긴 하다만, 새로운 아이템과 획기적인 재미로 무장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역시 전작들에 비해 어메이징한 모습을 기대하기란 요원할 듯싶다.  물론 이러한 부분이 비단 스파이더맨 시리즈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닐 게다.  

 

워낙 뛰어난 CG 기술 탓에 상상 가능한 웬만한 장면들을 모두 만들어낼 수 있는 데다가 이미 보여줄 수 있는 기술과 액션 장면들이 죄다 선보였기에 새로운 시리즈가 나온다 해도 획기적이지 않다면,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의 수준을 따라가기도 벅찰 뿐 아니라 별 다른 감흥을 전해 주기란 더더욱 힘든 일이 될 테니 말이다.

 

이 장면은 사실 너무 어이 없다 -_-;;

 

만약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의 제작이 계획 중이라면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물론 단순히 CG에 쏟는 노력만을 일컬음이 아니다.  새로움이 식상함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시리즈물을 만들어내지 않음만 못할 것 같다.  패러다임의 대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로 최근 액션 영화를 보며 졸았던 건 이 영화가 <로보캅> 이후 두 번째였던 것 같다.

 

 

감독 마크 웹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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