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사랑을 통해 찾는 희망

새 날 2013. 1.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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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부러 관심을 꺼버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사실 제목부터 살갑지 않게 와 닿은 측면이 있다.  때문에 뜻은 고사하고 제목도 기억 못한 채 도착한 시사회장, 영화 마케팅 담당자들이 입구에 서서 관객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 여념이 없었다.  내게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난해한(?) 제목과 짐작 조차 어려웠던 영화 내용 때문에 난색을 표한다.   친절한 담당자께선 우리와 같은 이들을 위해 일일이 제목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주고 계셨다.  실버라이닝...  희망을 뜻한단다.

 

사회성에 대한 주제의식이 살짝 덧칠해져 있긴 하지만 결국 영화의 주된 흐름은 사랑놀음이다.  다만 그 사랑의 주체가 각각 아픈 과거로부터 기인한 정신적 충격에서 오는, 반 사회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란 설정이 조금 특이하다 해야 할까.. 

 

 

사랑하는 아내 니키의 외도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팻(브래들리 쿠퍼 분), 들끓어 오르는 분노는 그대로 그녀의 외도 상대에게로 향하고..  이 사건으로 인해 팻 자신에겐 정신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아내에 대해선 접근금지명령 처분이란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8개월간의 정신병원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그, 조울증과 피해망상증은 여전했지만 처방해 준 약 먹기를 극도로 꺼려 한다.  

어느날 친구의 저녁식사 초대, 그곳에서 만난 친구의 처제 제시카(제니퍼 로렌스 분), 그녀는 남편을 사고로 잃은 후 직장마저 잘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팻과 제시카 두 사람은 반사회적 행위를 가끔 일삼는다는 점 외에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약으로부터 오는 부작용을 공감하며 또 다른 공통점을 찾아낸다.  언니의 말 실수로 단단히 토라진 제시카, 팻과 함께 초대된 집에서 뛰쳐 나오는데...

 

 

팻의 조울증과 피해망상증이 그의 가정환경과 성장과정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케 하는 건 그의 아버지를 통해서이다.  그렇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함과 코믹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다소 심각해야 할 상황에서도 웃음 코드로 버무려 놓아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엿볼 수 있게 했다.

 

 

팻의 아버지(로버트 드니로 분), 편집증적인 성격과 집착, 그리고 강박증상까지 고루 갖춘 분이시다.  미국 풋볼시합의 열혈 광팬으로, 경기 결과를 놓고 그의 친구와 내기 도박하기를 즐기곤 한다.  그의 성격과 팻의 성격이 서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 보여, 팻의 정신적인 질환이 결국은 가정환경으로부터 기인했음을 슬쩍 눈치챌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아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속 마음은 여느 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었다.

 

 

제시퍼 로렌스, 그녀의 능청스런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  팻과 마찬가지로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몸이 너무 불편해진다고 하소연하는 그녀, 겉모습은 막되먹고 제멋대로인 듯하지만, 실은 속 깊고 따뜻하며 고운 심성을 지닌 여인이다.  매우 쿨한 척 도도한 척..  팻 앞에서는 유독 그런 행동들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그에 대한 사랑의 몸짓이다.
 

 

팻은 접근금지 처분을 당한 아내 니키에 대한 접근을 목적으로, 제시카는 니키라는 미끼를 이용해 팻을 만나기 위한 목적으로, 둘은 서로 동상이몽을 꿈꾸며 만남의 횟수를 늘려간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두 사람의 만남, 사회성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지라 공공장소에서의 행동이 어색한듯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간혹 폭소를 터뜨릴 만큼 우스운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은 남자와 남편 및 직장을 잃고 방황하는 여자...  영화에선 모든 것을 잃고 정신질환마저 앓는 이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을 통해 '희망'이란 끈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사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 속엔 다소 묵직하거나 어두운 내용들이 전제로 깔려 있지만, 감독은 이를 결코 무겁거나 심각한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겁고 코믹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읽힌다.  개성파 배우들의 연기도 그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결국 감독은 따뜻한 사랑을 통해 힐링과 함께 희망에 대한 얘기를 하고팠던 모양이다.  흔치 않을 듯한 사랑 얘기를 통해 포근한 감성과 마음의 치유를 바라는 분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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