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누구나 내면에 괴물 하나쯤은 키운다 '콜로설'

새 날 2018. 3. 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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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글로리아(앤 해서웨이)에겐 되는 일이 하나 없다. 직장을 잃은 지 벌써 1년이나 지났으며, 매일 술독에 빠져 지내기 일쑤다. 남자 친구인 팀(댄 스티븐스)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그날도 친구들과 함께 질펀하게 술에 취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뉴욕을 떠나게 된 글로리아다. 결국 깡촌인 자신의 고향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물론 고향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인 데다가 아주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우연히 고향 친구 오스카(제이슨 서디키스)를 만나게 되는 글로리아, 넉넉한 인심 덕분에 그가 운영하는 바에서 일하게 되는 행운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거대 괴수가 출현, 무고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만다. 글로리아는 비록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으나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어쩐지 속이 편치 만은 않다. 



유심히 사건을 관찰하던 그녀는 괴수의 움직임으로부터 무언가 특이점을 발견하게 되고, 이윽고 특정 시간대 및 장소에서 괴수와 자신이 연결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글로리아는 이러한 사실을 오스카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에게 알리던 와중에 더욱 놀라운 결과와 마주하게 된다. 오스카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대 및 장소에서 거대 로봇과 연결되어 서울 하늘 아래에 출현,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을 만큼 가공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덕분에 일은 더욱 꼬이고 복잡해졌다. 이제는 글로리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범주를 훌쩍 넘어서 버린 것이다. 오스카가 어떻게 마음 먹느냐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생사가 뒤바뀔 수 있는 절체절명의 사안이 돼 버렸다. 오스카와 글로리아는 직업상 갑과 을의 위치에 놓여 있는 데다가, 오스카 스스로가 앞서의 가공할 만한 능력을 악용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뒤로는 서로 불편한 관계로 전락하고 마는데...



오스카에게 있어 글로리아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자신과 같은 깡촌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도시 뉴욕으로 진출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대명사격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이렇듯 똑똑하고 잘난 그녀가 모든 걸 버리고, 심지어 남자 친구와 헤어진 상태에서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게다가 자신이 운영하는 바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행운까지 누리게 된다. 그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사실 연정이 됐든 아니면 자격지심이 됐든 그의 글로리아를 향한 마음은 일종의 신경증적인 것이었다. 점점 극단으로 치달아가는 오스카의 주변엔 결국 아무도 남지 않게 되며, 이러한 그를 향해 글로리아는 이렇게 외친다.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 이건 혐오야" 



어릴적부터 오스카가 보여온 기질은 성장하면서 극복되기보다 오히려 내면에 일종의 괴물을 키워온 셈이 된다. 이 괴수와 로봇은 바로 사람들 내면을 상징하는 장치로써의 쓰임새다. 괴수엔 글로리아의 따스한 심성이, 그리고 그와 반대로 로봇엔 혐오로 가득한 오스카의 심성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오스카가 쳐놓은 촘촘한 그물망로부터 글로리아는 과연 어떻게 빠져나오게 될까?



다소 어눌한 말투라 어색했으나, 그래도 할리우드 영화의 첫 장면부터 우리말이 등장하고, 서울을 배경으로 한 신이 많아 무척 반가웠다. 누구나 내면에 괴물 하나쯤은 키우기 마련이다. 다만 그 괴물이란 글로리아의 것이거나 오스카의 것처럼 다분히 성향이 다를 수 있다. 아울러 이 성향이란 결국 자기 하기 나름일 테다. 이 영화의 장르는 괴수물이나, 실제로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다룬 아름다운 작품이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엔 어떤 괴물이 자라고 있나요?



감독  나초 비가론도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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