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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검사외전> 진중함과 코믹의 환상 콜라보

철새 도래지를 개발하려는 업자와 이를 막으려는 환경단체 간의 갈등은 첨예하다. 개발업자는 여론을 자신들에게 우호적으로 반전시키기 위해 용역을 동원, 환경단체가 벌이고 있는 시위에 투입시켜 부러 폭력 상황을 조장한다. 이 과정에서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 한 명이 용역들에게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된다. 당시 폭력행위에 가담했던 용역 중 한 명이 잡혀들었고, 그는 열혈검사 변재욱(황정민)에게 할당된다. 변 검사는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폭력 행위를 일삼는 등 지나칠 정도의 열성을 보여온 탓에 수차례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이러한 과거가 그에겐 족쇄로 작용한다. 다소 과격하다 싶을 만큼 피의자들을 험하게 다루던 그에게 그의 상사인 차장검사 우종길(이성민)은 이번 사건에서 손을 떼고 변 검사의 동기인 양민우(박성..

<킬 미 달링> 관계를 통한 상처의 치유

귀족의 후손으로 태어나 엄청난 부를 상속 받은 야콥(예론 반 코닝스부르헤)의 삶은 무미건조함 일색이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그가 보는 앞에서 그의 어머니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임종을 맞이한 것이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어머니의 죽음에 비통해하며 슬픔에 잠겼을 법하지만, 신기하게도 그에겐 아무런 감정이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오히려 기회가 온 것이라 생각하는 야콥이다. 오랜 계획 중 하나였던 자신의 삶을 정리할 때가 된 것이다.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자살을 시도하던 그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죽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 들어찬 상황, 그 때문일까? 우연한 기회에 기적처럼 '엘리시움'이란 기묘한 형태의 여행사가 그에게 다가온다. 이 여행사는 인생에 딱 한 번 뿐이자 마지막 여..

<빅쇼트> 탐욕에 찌든 월가의 민낯

때는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그러니까 구체적인 시기로는 2007년 전후쯤일 것 같다. 당시 미국 금융권은 주택시장이 워낙 활황이라 모기지론을 매개로 한 채권 등의 파생금융상품 판매로 커다란 호황을 누리던 시기이기도 하다. 달콤함에 취한 덕분인지 어느 누구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금융 위기가 닥쳐오리라곤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전 세계의 경제를 초토화시킬 만큼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변화의 조짐을 진작부터 눈치 채고 이에 대비한 이들이 있었으니.. 모 캐피탈 회사의 대표직을 맡아 운영하고 있는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는 어릴적 크게 앓은 뒤 후유증으로 인해 한 쪽 눈을 잃고 만다. 이후 그의 성격은 180도 변하여 대인 기피증을 드러내는 등 사회성이 크..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처절한 생존본능

19세기 아메리카 대륙, 이른바 서부개척시대라 불리던 당시는 대륙의 주인인 원주민들과 침략자인 바다 건너온 서양인들 간 생존을 건 혈투가 횡행하던 시기이다. 아울러 원주민인 인디언들 입장에서 볼 때 침략자들에 의해 자신들의 땅을 강탈당한 데다 무차별 살육이 벌어지던 야만의 시대이기도 하다. 모피 사냥꾼인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들과 함께 사냥 중 원주민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 원주민들의 공격은 상당히 집요한 데다 매서웠다. 묵직하면서도 날렵하기까지 한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는 상황, 수많은 동료들은 이에 맞거나 원주민들의 직접적인 공격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만다. 결국 일행은 퇴각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하지만 많은 동료를 잃은 채 후퇴를 결정하고 이를 실행에 옳기는 과정도..

<조선마술사> 마술 같은 판타지

환희(유승호)는 평안도 의주뿐 아니라 조선 전체에서 내로라하는 마술사다. 하지만 그에겐 씻을 수 없는 아픈 과거가 있다. 어린 시절 시각 장애인인 누나 보음(조윤희)과 함께 청나라 마술사 밑에서 학대를 받아오던 중 목숨을 잃을 뻔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탈출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평안도 의주에 위치한 '물랑루'는 환희가 주축이 되어 마술쇼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이곳은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서민들의 삶에 간혹 웃음과 희망을 던져주는 역할을 한다. 한편, 정치적 볼모가 되어 청나라 왕자에게 첩으로 팔려가게 된 공주 청명(고아라)은 사행단과 함께 혼례를 치르러 가던 중 의주에 머무르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환희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환희는 그녀가 공주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성공적인 세대 교체

영화의 시작을 알리자마자 존 윌리엄스의 음악 'Star Wars'가 흐르고, 배경 설명 자막이 살짝 지나간다. 팬심 가득한 이들에게는 이 시점이 가장 떨리거나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을 테고, 나처럼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귀에 익숙한 음악 때문에 몸 안에서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음이 틀림없었을 테다. 이번 영화는 1983년 개봉된 '스타워즈 에피소드6-제다이의 귀환'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실제 시간도 어느덧 그만큼 흘렀다. 한 세대가 훌쩍 지나 버린 셈이다. 세대와 세기마저 넘나들며 여전히 살아 숨을 쉬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작품이 담고 있는 가장 큰 골자는 제다이 기사단을 재건하려다 실패한 영웅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기 위한 새로운 인물들의 모험담이..

<파더 앤 도터> 사랑과 치유에 관한 따뜻한 영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리차드 클레이더만과 전설적인 가수 마이크 볼튼이 리메이크한 '클로즈 투 유'를 틀어놓은 채 딸 바보인 아빠(러셀 크로우)와 어린 딸 케이티가 함께 이를 따라 부르는 장면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이 영화만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아빠의 끝없는 사랑에 한껏 고무된 듯 케이티의 목소리는 고공비행하며 하늘마저 뚫을 기세다. 너무도 쾌활한 데다 날아갈 듯 가벼운 목소리 덕분에 이를 보는 관객들의 어깨마저 들썩여지는 느낌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 케이티를 향한 아빠의 사랑은 딸 바보라 칭할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고, 치명적인 지병 때문에 몸마저 불편한 처지였지만, 딸 아이에게 쏟는 사랑만큼은 여느 아이들과 견주어 절대로 부족함이 없게 하려는 아빠의 지난..

<마담 보바리> 불멸의 고전을 뛰어난 영상미로 승화한 걸작

엠마(미아 와시코브스카)는 매우 보수적인 집안의 농민 딸이다. 그녀는 성실한 캐릭터의 젊은 의사 샤를르 보바리(헨리 로이드-휴즈)와 결혼하여 무언가 낭만적이면서도 화려한 일상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딴판이다. 남편은 나무랄 데 없이 자상한 데다 가정적인 사람이었지만, 시골의사 아내로서의 생활은 그녀가 막연하게 꿈꾸어 오던 그런 것들과는 많이 달랐던 탓이다. 어느덧 권태라는 괴물이 그녀의 온몸을 지배해 오기 시작한다. 엠마의 권태는 일종의 무서운 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그녀 앞에 법률을 공부하던 젊은 청년 레옹(에즈라 밀러)이 나타난다. 레옹은 엠마에게 첫눈에 반하는 바람에 사랑을 고백하게 되지만, 아내로서의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그녀는, ..

<하트 오브 더 씨> 탐욕과 믿음, 진실에 관한 이야기

아직 석유가 발견되기 전인 1800년대 초, 고래의 기름은 등불을 밝히는 용도로 값지게 활용돼 오고 있었다. 에식스호는 고래 기름 200통을 확보하기 위해 바다에 띄워진 포경선이다. 큰 향유고래 한 마리로부터는 대략 50통 가량의 기름을 뽑을 수 있었으니 이 정도의 목표를 위해선 적어도 큰 고래 네댓 마리는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시작은 좋지 않았다. 에식스호는 많은 이들의 기대와 축복을 한 몸에 받으며 출항하였건만, 며칠 지나지 않아 돌풍을 만나게 되고, 선원 일부가 죽거나 배가 심하게 파손되는 탓에 출항지인 낸터컷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처지가 됐다. 하지만 일등항해사인 오웬 체이스(크리스 헴스워스)의 설득으로 항해는 계속됐고, 그 덕분에 고래 한 마리를 포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

<링크> 소통은 없고 욕망만 남은 세상

수정(곽지민)은 다른 이들은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기묘한 능력 하나를 가지고 있다. 다름아닌 타인의 머릿속 생각이나 촉감 등 모든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다. 즉 마치 한 사람의 뉴런과 또 다른 사람의 뉴런이 맞닿아 있기라도 한 양 두 사람이 동시에 생각과 감각을 공유하게 되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에는 함정이 도사린다. 두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순간 온몸으로부터는 묘한 황홀경이 전해져 오며, 이를 시도하면 할수록 마치 마약처럼 쉽게 중독된다는 사실이다. 재현(류덕환)은 생사를 오가며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여동생이 언젠간 깨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부여 안은 채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여동생의 사망 소식을 접한 그는 그나마 남아 있던 작은 희망의 끈마저 놓아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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